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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헬레스 마스트레타, 문학동네, 2010

'교양스페인어' 윤나경 교수가 추천하는 『내 생명 앗아가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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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개인의 자아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중요하지만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물며 ‘중남미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민족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민족주의’, ‘문화적 민족주의’ 등과 같이 학자들이 제시하는 이론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키워드를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자세한 역사, 정치, 문화적으로 적합한 문맥적 이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정체성을 ‘본질적인 면에서 다른 것들과 구분되는 것’이라 정의한다면 역사와 문화는 중남미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정을 차지하며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 요인이 될 것이다. 중남미 대륙에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 다양한 국가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자랑하듯 이는 서로 다른 역사적 사건들을 거쳐 각자의 문화 및 정체성을 형성하였기 때문이다.

『내 생명 앗아가주오』는 스페인어권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로물로 가예고스(Romulo Gallegos) 문학상 수상 작가인 앙헬레스 마스트레타(Angeles Mastretta, 1949~)의 첫 장편소설이다. 멕시코 혁명기를 배경으로 열다섯 살의 ‘카탈리나 구스만’이 자신보다 스무 살 연상의 ‘안드레스 아센시오’ 대령과 결혼해 겪게 되는 삶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는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해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찬성 아래 대령과 혼인하게 된다. 그러나 달콤할 줄로만 알았던 시간들은 점차 각자의 생활을 추구하는 시간들로 변색되고 대령은 정치를 통한 색(色)과 권력에 몰두하며, 카탈리나 또한 젊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외도에 빠져든다. 이렇게 카탈리나와 안드레스는 각자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데 이들의 결혼생활에서 몇 번의 굴곡을 경험한 후, 안드레스가 죽게 되며 카탈리나는 제2의 삶을 맞이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중남미 문학은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잘 알려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Gabriel Garcia Marquez, 1927~ 2014)를 창시자로 하여 1960년대부터 유럽 문학의 영향에서 벗어나 환상과 마술의 리얼리즘을 극화한 ‘붐(Boom)’ 문학으로 성장한다. 윗세대의 실험적, 마술적 리얼리즘에 반기를 들어 대중화된 리얼리즘을 내놓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후배 세대 작가들의 흐름은 ‘포스트 붐(Post-boom)’ 문학이다. ‘포스트 붐’ 문학은 중남미 대륙을 아방가르드 문학처럼 초현실주의 대륙으로 간주하는 대신 복합문화의 경험을 소설로 구체화하여 중남미 문화의 다양성을 서술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85년 출판된 『내 생명 앗아가주오』는 남성중심주의 체계가 팽배하였던 1930년대의 멕시코 혁명기와 그 후 격동기를 여성의 시각으로 서술한다. 해당 시기 멕시코 사회의 산경험을 간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불어 열다섯 살의 한 소녀가 야심으로 가득 찬 정치꾼 남성과 결혼하며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젠더’, ‘젠더불평등’과 같은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역사적으로 맥락화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남성중심주의 체계가 여권 신장으로 인한 페미니즘 논의와 맞물려 과거와 현재의 멕시코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도 재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논의를 위한 논의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결국 이러한 논의는 서로의 안위와 발전을 위한 선순환적 소통이 아니라 대결을 위한 대결로 이어지는 쇠퇴의 연결고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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