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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꿀 수 있는 일과 바꿀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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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세상일을 딱 두 가지로 분류하라고 한다면, 기자는 ‘내가 바꿀 수 있는 일’과 ‘바꿀 수 없는 일’로 나눌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분류 같지만, 이렇게 나눠 생각하는 게 무기력감을 없애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 경험을 잊지 않기 위해 지면 한 편에 남겨두려 한다.

기자는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상대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태도, 거절당하기 싫은 마음, 그리고 상대도 나에게 무리한 부탁을 안 했으면 하는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이상하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바꾸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웃긴 건 신문사에 들어온 이후, 부탁하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거나, 쉽지 않다거나 하는 개인적 사정을 생각하는 건 사치가 됐다. 매 순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려면 취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취재의 질이 곧 기사의 질을 결정한다. 탄탄한 자료와 뻔하지 않은 인터뷰 답변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는 만족스러운 반면, 취재에 소홀했던 기사에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게다가 취재가 부실했을 경우 누가 읽든 티가 난다. 취재의 부실로 생긴 빈자리는 뻔하거나 두루뭉술한 말로 감추는 수밖에 없어서, 기사를 다 읽어도 얻을 수 있는 ‘알맹이 정보’가 별로 없다. 기자가 책임을 느끼고 좋은 취재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 좋은 취재를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인터뷰다. 몇 번 기사를 써보고 인터뷰해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기자에겐 ‘인터뷰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체감했다. 특히 보도기사의 경우 학교 혹은 외부 기관의 관계자와의 인터뷰가 필요한 경우가 다반사다. 기자의 해석이 아닌, 공신력 있는 정보원을 통해 사실관계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정란도 마찬가지다. 인터뷰라는 취재 방법을 통해 기존 문헌 자료에는 없는 정보를 수집한다거나, 직접 얻어온 전문가의 의견을 얼마나 적절히 활용했느냐에 따라 기사의 가치는 큰 폭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슬프게도 그 ‘인터뷰 능력’의 시작이 바로 기자가 어려워하던 ‘부탁하기’였다. ‘굉장히 부담스럽지 않을까?’, ‘거절당해서 기사 작성에 실패하면 안 되는데.’ 같은 압박감에 기자는 부탁하기 싫었고 불안했다. 하지만 신문 마감 기한의 압박이 더 셌던 탓인지 기자는 그 어려운 ‘부탁하기’를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에게, 처음 뵙는 분에게, 교수님께, 지인의 지인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 거절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했다. 승낙받은 것도 있고, 거절당한 것도 있다. 너무 당연했다. 어쨌든 해야 할 인터뷰를 하기 위해선 일단 인터뷰를 요청해야 했고,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잘 보낸 이상 그 이후의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인터뷰 부탁에 대한 부담을 점점 내려놓기 시작한 기자는 내가 지금 상황에서 바꿀 수 있는 것,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기분이 우울하다면 그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 자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울한 기분을 개선하기 위한 행동을 할 순 있다. 산책하거나, 보고 싶던 영화를 보거나, 샤워를 하고 잠을 자거나 아니면 샤브샤브를 먹거나. 또, 영어를 공부하려고 활활 타오르던 의지가 어느 순간 식었다고 하자. 의지가 식은 건 사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왜 난 의지가 부족할까?’ 자책하고 포기할 일이 아니라, 영어 단어를 하루에 10개씩 늘려가며 외우기 시작하는 등 내가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고 일상화하면 된다.

여전히 인터뷰를 부탁할 때는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하지만 너무 앞서서 걱정한다거나, 내가 정말 모든 것을 통제해서 완벽한 결론을 얻고자 하는 건 욕심일 뿐이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요인은 깔끔히 인정하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 바꿀 수 없는 요인에 사로잡혀, 내가 할 수 있는 걸 놓치지 말자는 것. 이것이 인터뷰 취재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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