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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와인을 맛보다

와인 소믈리에 장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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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술을 즐기곤 한다. 고급 주류 중 하나인 와인을 감별하고 보관하며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와인 소믈리에다. 장동진 와인 소믈리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장동진 와인 소믈리에
▲장동진 와인 소믈리에

 

Q. 와인 소믈리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A.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와인을 판매한다. 그곳에서 와인 재고를 관리하고,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에서 와인 제조는 사실상 힘들고 대부분 수입을 통해 와인을 받아 온다. 이후 받아 온 와인을 테이스팅(Tasting)해서 와인 수입사와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와인을 들여놓고 관리한다.

 

Q. 와인 감별사 자격증을 취득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훗날 창업을 하기 위해 와인 감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주방에서 3~5년 정도 일을 했었고, 창업 계획이 있어 어떤 자격증을 따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이후 와인 레스토랑 창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와인 감별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

▲와인 재고를 관리하는 장동진 소믈리에
▲와인 재고를 관리하는 장동진 소믈리에

 

Q.  와인 감별사 자격증의 취득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A. 한국에서는 와인 자격증이 발급되지 않아 해외 업체가 운영하는 학원에 다니며 해외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와인 감별사 자격증은 짧으면 한 달 만에 취득이 가능하지만 보통 두 달에서 세 달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번 취득하면 평생 유효하다. 와인 자격증은 등급이 존재한다. 레벨 3은 전문가이고 레벨 4는 전문가보다 더 수준 높은 소믈리에라고 생각하면 된다. 와인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약 180~200만원 정도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와인을 마셔봐야 하므로 추가 비용이 든다. 

 

Q. 와인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와인의 매력은 ‘다양함’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와인을 마셔도 한 시간 뒤에 맛보는 것과 두 시간, 세 시간 뒤에 맛보는 것은 맛이 다르다. 또 온도에 따라 맛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한 종류의 와인으로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다른 술들은 언제 마시든 맛이 똑같다. 그게 다른 술과 와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소주는 ‘서민의 술’이라고 하는 것처럼 굉장히 흔하고 보편화돼있다. 하지만 와인은 아직 흔하지 않을 뿐더러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그렇기에 와인을 마시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Q. 경영학을 전공하고 외식업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A. 학부생 시절부터 꾸준히 외식업 분야에 종사했었다.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주방의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기 위해서다. 짧게는 3~6개월 동안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었다. 일을 하면서 요리는 내가 아닌 다른 이가 하는 게 더 빠르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요리 대신 와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그렇게 와인 소믈리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현재는 창업을 준비 중이다.

 

Q. 와인을 좋아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남들처럼 평범하게 대학 생활을 했었는데, 애초에 난 술을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한 기회로 ‘SK 뉴스쿨’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곳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육성하는 곳이다. 거기서 서비스에 대해 배우면서 와인도 배우게 됐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한 소믈리에가 “같은 와인인데 와인잔에 따라 맛이 다르고 30분 뒤에 맛이 다르고 1시간 뒤에 맛이 다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와인 맛을 봤는데 정말 맛이 확연히 달랐다. 그 매력이 너무 신기해서 그때부터 와인을 좋아하게 됐다.

 

Q. 와인 소믈리에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약 2년 정도 와인 소믈리에로 활동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2021년 11월 호주대사관 주최로 진행된 ‘호주 미수입 와인 태이스팅 행사’에 참여한 일이다. 그곳에서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와인을 맛봤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50여 가지의 와인을 맛봤고 이탈리아, 호주,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Q. 와인 소믈리에 일을 하려면 미각 못지않게 후각도 중요해 보인다. 와인 소믈리에를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와인 소믈리에를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열정이다. 아까 언급했듯 와인은 날마다 맛이 다르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와인을 제조하는 나라가 많기 때문에 그 나라 와인의 산지, 대표적인 포도 품종 등 다양한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와인 트렌드를 공부하기 위해선 영어도 필수다. 이렇게 요구되는 역량이 많기에 와인 소믈리에를 하려면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 이유도 궁금하다.

A. 알베르 비쇼(Albert Bichot)가 만든 ‘피노누아(Pinot noir)’라는 와인이 기억에 남는다.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자신이 가져온 와인을 권해 주시는 손님분들이 계신다. 두 달 전에 손님이 ‘피노누아’를 가져오셔서 맛보게 됐는데 딸기향, 체리향 등 여러 가지 향이 느껴져 기억에 남는다. 향도 좋고 풍미도 있어 마셨을 때 기분을 좋게 만드는 와인의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동진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 '피노누아'/ 출처:서울문화사
▲장동진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 '피노누아'/ 출처:서울문화사

 

Q. 와인 소믈리에로서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다.

A. 손님들이 나를 찾아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나를 믿고 와인을 맛본다는 것을 느낄 때 매우 뿌듯하다. 손님들은 식당에 방문해 나를 믿고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그 손님은 내가 추천한 와인을 맛본 후에 재방문을 결심한다. 내가 추천한 와인이 취향에 맞아 만족할 경우 또 방문해 주시고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 손님들이 식당에 온다. 이렇게 손님들이 나를 믿고 찾아주는 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Q. 와인 소믈리에로서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A. 현재는 더 높은 등급의 와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다. 와인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하면서 하나씩 곱씹어 보고 있다. 숙련자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거의 모든 와인에 대해 샅샅이 알아야 한다. 와인 생산지의 토양과 기후까지 말이다.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에는 소믈리에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는 것이 목표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최종 목표는 창업, 즉 나만의 식당을 오픈하는 것이다. 두 가지 컨셉이 공존하는 식당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층에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 2층에는 조용하게 음식을 즐기는 사람을 위한 곳처럼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공간을 구성할 것이다.

 

Q.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이나 대회 준비를 하면서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가장 큰 어려움은 영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는 것은 힘들다. 간혹가다 프랑스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소믈리에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보며 힘들다가도 마음을 다잡곤 한다. 영어는 와인 소믈리에를 준비하면서 기본이고 필수이기에 많이 신경 써야 한다.

 

Q.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한 와인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 이유도 궁금하다.

A. 같은 와인이더라도 가게마다 맛이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 판매하는 곳을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는 걸 추천한다. 학생들에게는 우선 ‘스파클링 와인’, 즉 탄산감 있는 와인을 추천한다. 가성비가 좋고 학생들이 무난하게 마시기 좋다. 여성분이라면 ‘모스카토(Moscato)’ 와인을 추천한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품종인데 굉장히 단 디저트 와인이어서 여성분들이 많이 찾으신다. 학생들이 조금 나이가 들어 사회 초년생이 되면 미국 와인이나 아르헨티나 와인을 추천한다. 누구나 맛을 느낄 수 있는 직관적인 맛의 와인들이다. 프랑스 와인을 처음 맛보는 사람들 대다수가 떫은맛을 느낀다. 하지만 미국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달리 마셨을 때 부드럽게 넘어간다. 거기에 초코향, 바닐라 향 등 여러 가지 향이 느껴진다. ‘롱반(Long Barn)’이나 ‘서브미션(Submission)’ 와인을 나중에 접해볼 것을 권한다. 조금 더 비싼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브래드 & 버터(Bread & Butter)’를 추천한다.

 

▲주방에서 일을 하는 장동진 소믈리에의 모습
▲주방에서 일을 하는 장동진 소믈리에의 모습

 

Q.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남들이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는다고 하니 그것을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와인 소믈리에가 되고 싶다면 음식, 향신료에 대해서 전부 공부해야 한다. 영어는 기본으로 할 줄 알아야 하고 계속해서 와인 맛을 봐야 한다. 어떤 일이든 열정이 필요하기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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