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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환자는 언제쯤 다 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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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ithoff Law
▲출처: Mithoff Law

 

지난해 8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급성 심근염으로 같은 해 3월 13개월 영아가 돌연사한 사건의 원인이 밝혀졌다. 치료를 위해 사용한 *에피네프린을 기준치의 50배가 되는 5mg이나 투여한 것이다. 에피네프린의 **반수 치사량은 4~10mg으로 성인에게 5mg을 투여하는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양이다. 그러나 의료사고를 낸 간호사와 의무기록을 임의로 수정해 은폐한 간호사, 사고 사실을 묵인한 수간호사는 환자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거짓 통보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1일(목)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수간호사에게 1년 형, 의료사고를 낸 간호사에게 1년 6개월, 의무기록을 수정한 간호사에게 1년 2개월 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9년에는 한 산부인과에서 영양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신원을 오인하여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일이 있었고, 지난 2018년에는 인천의 모 병원에서 난소 혹 제거 수술 중 정상적인 신장을 제거한 의료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큰 규모의 의료사고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환자의 건강과 삶에 피해를 준 의료사고가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진짜’ 의료사고란 이것이다】

의료계에서 생긴 모든 사건을 의료사고라 부르는 것은 아니다. 의료사고와 의료과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상담센터에서 제공한 정보와 지난 2020년 4월 7일(화) 개정된「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료사고’란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하여 실시하는 진단·검사·치료·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 등의 의료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즉, 병원·의원·보건소 등 의료와 관련된 장소에서 주로 의료행위의 수급자인 환자를 피해자로 하고 진단, 검사, 치료 등 의료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신사고 일체를 일컫는다. 이에 반해 ‘의료과실’은 보건의료인이 환자를 진료·조산·간호 등을 하면서 당연히 기울여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 상해, 치료 지연 등 환자의 생명·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의료인의 주의의무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말한다. 즉, 의도적인 가해 또는 실수나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 의료사고, 있는 경우 의료과실로 규정한다.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이 있다. ‘마왕’ 신해철의 사망 소식이다. 워낙 갑작스러운 소식이었기에 이를 둘러싸고 의료사고부터 암살설까지 수많은 의문점이 제기됐다. 故 신해철은 지난 2009년 위가 시작되는 부위에 밴드를 삽입해 음식 섭취량을 감소시키는 위밴드 수술을 받았고, 2012년 동일 병원에서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14년 10월 17일(금) 위밴드 수술의 후유증으로 판단되는 장 협착 합병증으로 故 신해철은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이튿날 퇴원하지만, 20일(월)부터 통증을 호소하며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결국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집도의 강 씨는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위축소 수술을 진행했으며,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마취제가 빠지며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해당 수술로 인해 환자의 심낭(心囊)에 천공이 발생했으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됐다. 故 신해철의 사망 원인이 의료과실에 있음이 밝혀지며 강 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 2018년 강 씨는 대법원에서 1년의 실형을 확정받았으며, 의사면허도 임시 취소됐다. 그러나 강 씨의 의료과실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10월 지방흡입술 집도 후 흉터를 남긴 혐의와 지난 2015년 11월 위 절제 수술의 후유증으로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약 3년 후인 2019년 1월 금고 1년 2개월을 확정받은 바 있다. 그런 강 씨가 지난 1월 26일(목) 의료과실 사건으로 또다시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4년 대퇴부 심부 정맥 혈전을 제거하는 수술 도중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환자를 사망하게 한 것이다. 의사면허 또한 취소됐으나, 의료법상 의사면허는 3년이 지나 본인이 신청하면 재발급을 받을 수 있어 대중의 우려와 분노가 커지고 있다.

 

【우리 병원은 치료하지 않겠습니다】

이상무 상근심사위원이 ****『대한의사협회지 2019년 4월호』에 저술한 바에 따르면, ‘필수의료’는 응급‧외상‧감염‧분만 등으로 필수 불가결한 의료서비스 또는 어느 나라든 최소한 인권적 차원에서 환자들에게 재정적 곤란을 일으키지 않고 제공되어야 할 의료서비스로써 ‘의학적으로 필요하며 현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공적 의료보장에 우선시 돼야 할 의료서비스’이다. 현재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이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필수의료계는 인력 부족으로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필수의료 과목에 해당하는 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흉부외과 전문의 중 38.7%는 본인 전공과목을 진료하고 있지 않으며, 해당 과목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미흡한 보상 및 지원체계, 국가 차원의 지원 및 대책 마련을 위한 로드맵 부재 등의 요인이 꼽힌다. 그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00여 건에 달하는 데 이는 전체 전문직 대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혐의 기소 건수 중 약 70%에 해당하며,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동안 필수의료의 위험성을 고려한 정책들이 보완돼 왔다.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정부가 100% 보상한다는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고, 응급의료 종사자의 과실이 없는 경우 과실치사상죄를 감면하는「선한 사마리아 법」 또한 통과됐다. 하지만 비고의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안전장치가 미약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에「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제정하기 위해 국회와 의료계가 힘을 모으고 있다. 전성훈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제정을 통해 형사처벌의 부담감을 해소하는 것이 국민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이종성 의원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수립 △법적·행정적·재정적 지원체계 마련 △전담조직 구성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필수의료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 감경 또는 면제 요건 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중 필수의료종사자의 필수의료 시행에 대한 형의 감면 또는 면제와 관련해서 △필수의료종사자가 시행한 필수의료가 불가피하였을 것 △제5조에 규정된 설명의무 등을 성실히 이행하였을 것 △필수의료종사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것이라고 규정한다.

 

【의료사고 방지는 결국 CCTV 설치?】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수의료계의 억울한 처벌을 막고, 환자가 의료사고에 대한 확실한 증빙자료를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오랫동안 논쟁을 이어온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가 결국 법으로 지정됐다.「수술실 CCTV 설치법」은 지난 2021년 8월 31일(화) 국회를 통과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오는 2023년 9월 25일(월)부터 시행된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5년 관련 법안의 첫 국회 제출 이후 6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 4월 26일(수)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의 입법예고를 마무리했다. 해당 법안에 의료진이 예외적으로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6가지로 정리됐다. △응급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 △지도전문의가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술을 시행하기 직전 등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천재지변 및 통신장애, 사이버 공격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에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CCTV 의무 설치에 대한 의료계와 병원계의 반대는 계속되고 있다. 법안이 확정되기 전부터 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반대해왔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 2021년 7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전국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총 참여 인원 2,345명의 90%가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반대한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49.9%가 설치가 의무화된다면,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오는 9월 법안 시행이 확정된 이 시점에서 의료계는 부족한 재정 지원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CCTV 설치 비용을 병원급 이하의 의료기관 1,436개소에 한해 국비와 지방비를 각각 25%씩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은 CCTV의 구매 및 설치에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영상정보가 분실·도난·유출·변조·훼손되지 않도록 보안 및 관리 시스템에도 추가적인 지출을 감당 해야 한다. 게다가 종합병원급 이상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병원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무고한 의료관계자가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방지하는 법률은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대우가 나아지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의학에 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환자는 병원 앞에서 작아지게 된다. 사고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자료를 모으는 것조차 병원의 협조가 필요하다 보니, 피해를 보상받거나 과실을 처벌하기 위해 법정에 간다 하더라도 환자 측이 전부 승소하는 경우는 전체 소송의 1.15%에 불과하다. 그만큼 국가는 피해를 입은 환자들을 확실하게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강 씨처럼 상습적으로 의료과실을 내는 의료관계자를 대상으로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에피네프린(Epinephrine): 심장 마비가 생겼을 때 다시 심장이 뛰도록 하는 강심제, 급성 알레르기 발작을 진정시키는 데 쓰임

**반수 치사량(半數致死量): 실험 대상인 동물 집단의 절반이 죽는 데 필요한 시험 물질의 1회 투여량

***비난 가능성: 법학에서 책임을 일컫는 말이다. 범죄 구성요건의 요소로, 범죄의 구성요건은 해당성, 위법성, 책임이다.

****이상무,「필수의료」, 대한의사협회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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