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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먹으면 더 재밌다, 사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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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하고 새빨간 사과. 사과를 좋아하는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과일은 ‘사과’이다. 과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과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사과는 아주 옛날부터 우리 일상 속 한 부분으로 존재해 왔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 깎아주기도 하고,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가장 흔한 잼이 사과잼이고 그림을 처음 배울 때 사과를 그리기도 한다. 동화 속 백설 공주는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쓰러졌으며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황금 사과의 주인이 세 명의 여신 중 누가 돼야 할지 골똘히 고민하기도 했다. 이쯤 되니 이곳저곳에서 등장하는 이 사과라는 과일에 대해 흥미가 생기지 않는가? 더 많은 사과 이야기를 알아보자.

 

[맛있는 사과]

▲맛있는 사과/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맛있는 사과/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사과는 지름 5~10cm 정도의 둥근 모양으로 보통 붉거나 노란빛을 띈다.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과일이다. 한국에서는 고려에 다녀온 송의 사신이 서술한 견문록『계림유사』에 ‘임금(林檎)’이라는 명칭으로 기술된 것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1884년쯤에는 선교사들이 외국 품종을 들여와 관상수로 심었으며 1901년에는 윤병수가 원산 부근에 과수원을 조성해 국광, 홍옥 등의 사과 품종을 재배했다.

사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과의 모습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엔 능금이라고 하여 사과의 개념에는 포함되지만 지금의 사과와는 다른 종류의 열매가 있었다. 능금은 사과보다 크기가 훨씬 작으며 신맛이 강하다.

사과는 그 품종처럼 효능도 다양하다. 우선 사과는 불용성·수용성 섬유소인 팩틴 성분이 풍부하다. 팩틴은 장에 유익한 균들을 증식시켜 소화를 촉진시킨다. 또한, 사과에는 칼륨이 풍부하기 때문에 고혈압 예방에 좋으며 사과의 페놀산 성분은 체내에 불안정한 유해산소를 무력화시켜 뇌졸중 예방에 도움을 준다. 그리고 타액 생성을 자극하기 때문에 입 안의 박테리아 수치를 감소시켜 충치 예방 및 치아 미백 효과가 있다.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사과, 밤에 먹는 사과는 독사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과연 사실일까? 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과에 함유된 팩틴은 배변 활동을 도와주지만 소화 활동에는 별로 좋지 않다. 그렇기에 밤에 사과를 먹으면 밤 동안 소화가 잘되지 않고 배에 가스가 차 밤잠을 설칠 수 있다. 또한, 사과에는 유기산이라는 산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위의 산성도를 높이고 속을 쓰리게 만들 수 있다. 반면에, 사과에 들어 있는 구연산 성분은 피로회복과 수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과는 중알칼리성 식품이기에 위벽이 손상될 염려가 적고 90% 가량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소량의 유기산으로 위장을 자극한다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이다. 결론은 밤에 먹는 사과가 속을 안 좋게 할 수는 있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다.

 

[사과, 똑똑하게 먹자]

▲청송군의 마스코트인 청이와 송이. 사과를 닮 았다./ 출처 : 청송군 산소카페
▲청송군의 마스코트인 청이와 송이. 사과를 닮 았다./ 출처 : 청송군 산소카페

사과의 제철은 10월이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재배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는 사시사철 생산되고 있다. 사과 중에서도 청송에서 난 사과가 유명한데, 그 이유는 청송군이 해발 250m 이상의 산간지형이자 고지형 분지이며 사과의 성장 기간 동안 일교차가 13.4도로 매우 커 사과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자연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또한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등의 날씨도 한몫한다.

사과는 껍질에 탄력이 있고 알이 꽉 찬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손가락으로 사과의 겉을 두드려 보았을 때 맑은 소리가 나야 좋은 사과다. 사과의 표면에 점이 있는 건 햇빛을 많이 받았다는 증거로 무늬가 많을수록 단맛의 사과라는 뜻이다. 또한, 겉이 매끈한 사과는 봉지를 씌워 재배해 햇빛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거칠거칠한 사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과를 보관할 때는 1~2도 정도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랩으로 싸거나 신문지를 덮어줘야 한다. 다른 과일과 함께 보관할 시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 가스 때문에 다른 과일을 빨리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만, 덜 익은 과일을 *후숙할 것이라면 이 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과 이야기]

프랑스의 화가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 1870~1943)는 “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셋 있는데, 첫째가 이브의 사과이고, 둘째가 뉴턴의 사과이며, 셋째가 세잔의 사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세계사에는 매우 다양한 사과 이야기가 등장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인류에게 큰 영향을 준 사과 이야기를 알아보자.

『성경』의 <창세기>에 따르면 하나님은 천지창조 이후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이라는 낙원에 살게 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걸었는데 바로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 열매는 따 먹어도 되지만 동산 한 가운데 있는 선악의 나무에서 나는 선악과만은 절대로 만지지도 먹지도 말라.”라고 말했다. 바로 이 선악과가 여러 예술작품에서 사과 혹은 무화과로 묘사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이후 아담과 이브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어버리고, 영원한 생명을 잃은 채 에덴동산에서 추방된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 ~1727)은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3자, 수학자로 수많은 업적을 남긴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1665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Cambrige University)에 다니던 뉴턴은 흑사병 때문에 학교가 폐교하자 2년 동안 고향에 내려가 있었다. 어느 날 집 앞뜰에 있는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 졸고 있던 그는 사과 하나가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왜 사과는 위나 옆이 아니라 항상 아래로만 떨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이 궁금증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뉴턴이 과학계에 한 획을 긋는 데 큰 공헌을 한 이 사과나무의 후손이 우리나라에서도 자라고 있다. 한국표준연구소 설립 당시 미연방표준국에서 한미 과학 기술 협력의 상징으로 뉴턴의 사과나무를 기증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뉴턴의 사과나무 후손을 만날 수 있다. 한편, 뉴턴이 살던 집에 있던 사과나무는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지 3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서 살아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화가 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은 고흐, 고갱과 더불어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특히 사과를 주제로 한 정물화를 즐겨 그렸는데, 그 수가 무려 110여 점에 달한다. 그는 “사과로 파리를 정복하겠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로 사과를 자주 그렸는데, 세잔이 다른 과일도 아니고 사과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린 시절 폴 세잔이 다니던 학교에는 자주 괴롭힘을 당하던 에밀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폴 세잔은 그를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이에 고마움을 느낀 에밀이 폴에게 사과를 가져다준다. 그때부터 둘은 절친이 됐다고 한다. 세잔이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에밀이 세잔의 재능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왼쪽부터) 아이작 뉴턴과 폴 세잔
▲(왼쪽부터) 아이작 뉴턴과 폴 세잔

마지막으로 IT 업계에 한 획을 그은 아이폰을 만든 기업의 이름이 ‘애플’이다. 애플의 로고인 한입 베어 먹은 사과의 탄생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컴퓨터 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을 추모하기 위해서란 설이다. 튜링은 1954년 사과에 청산가리를 넣어 한입 베어 물고 사망했다. 평소 튜링을 좋아하던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가 회사 로고에 튜링을 존경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컴퓨터 용어인 Bit와 Byte를 ‘베어 물다’라는 뜻의 Bite에 빗대어 언어 유희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구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부르던 노래에도 자주 등장하는 사과,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유명한 격언에도 등장하는 사과. 이처럼 사과는 과일 중에서도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사과의 새콤달콤 맛있는 맛에만 집중했다면, 이젠 사과의 다른 이야기에도 관심이 가지 않는가? *후숙: 수확한 과실이 먹기에 가장 알맞은 상태로 되기까지의 생리적인 변화. 덜 익은 과일을 상온에 두어 인위적으로 익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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