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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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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 있는가?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이 표현은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이다. 이는 ‘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라는 뜻의 신조어인 ‘인구론’과도 관련이 깊다. ‘문송합니다’와 ‘인구론’과 같은 신조어는 이공계열 학생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취업전선에서 배제되는 인문계열 학생들의 현실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이공계열을 선호하는 현상은 구직 시장 이전에 대학 입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 증대라는 명목으로 2022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는 인문계열 학생들의 등용문을 좁힐뿐더러, 교차지원으로 입학한 이과생들 중 상당수가 인문계 학과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거나, 전과를 하는 등의 상황을 낳고 있다. 이번 주제기획에서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소외되고 있는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 ‘문송합니다’의 현실 】

▲'문송합니다' 문과 학생들의 취업 걱정/ 출처:머니투데이
▲'문송합니다' 문과 학생들의 취업 걱정/ 출처:머니투데이

본지에서는 독자에게 익숙한 문과를 인문·사회과학으로 지칭하고, 이과를 자연·응용과학으로 지칭함을 알린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IT 분야를 비롯한 자연·응용과학계열은 더욱 각광 받고 있는 반면 인문·사회과학계열 전공자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발표한 ‘2021년 1분기 대졸 신입직 취업 성공률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 1분기 동안 구직활동을 했던 대졸 신입직 구직자 1,082명 중 의·약학계열 전공자들의 취업 성공률이 24.6%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이공학계열(19.3%) △경상계열(15.6%) △사회과학계열(15.0%) △예체능계열(14.9%) △인문계열(12.4%) 등의 순으로, 인문계열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공 분야 관련 취업 성공률도 마찬가지였다. △의·약학계열(82.4%) △이공학계열(60.0%) △경상계열(45.0%)△예체능계열(40.0%) 순이었으며, △인문계열(30.3%) △사회과학계열(28.6%)은 타 전공계열에 비해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인문·사회과학계열 전공자들이 전공조차 살리지 못하고 있는 인문·사회과학계열 취업난의 실태를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인문·사회과학계열 전공자의 취업난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인문·사회과학계열 전공 대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공에 대한 흥미 때문에, 또는 성적에 맞춰서 인문·사회과학계열 학과에 진학했다고 답했으며, 인문·사회과학계열 학과의 비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4%가 전망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유로는 ‘이과의 문과 침공도 많아졌고, 소위 취업이 잘 된다는 의대, 공대 선호도가 높아지는 이 시점에서 문과는 전문직이 아니고서야 취업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인문·사회과학계열 학과들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또, 실제 기업의 수요에 비해 인문·사회과학계열 전공자들의 수가 많기에 학과 자체의 비전은 굉장히 낮다고 생각한다.’ 등이 있었다. 특히 어문계열의 경우 ‘이미 AI의 등장으로 인해 설 자리를 많이 잃고 있다.’, ‘어학 능력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부전공, 복수 전공을 통해서 다양한 소양을 길러야만 구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등 어문전공 자체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답변을 보였다. 취업전선에서 본인 학과 경쟁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8%가 난항이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자연·응용과학계열에 비해 전공 자체가 전문성이나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인문·사회과학계열 전공자 수에 비해 기업의 수요가 적다.’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그 외에도 ‘유망하지 않은 직업들에 관련된 전공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문·사회과학계열 인력을 대체할 값싼 대체재가 늘어났다.’, ‘취업 후 실무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전공이 아닌 것 같다.’ 등의 답변이 있었다.

▲'문송합니다' 인식 관련 학생 설문조사 결과 도표
▲'문송합니다' 인식 관련 학생 설문조사 결과 도표

 

취업 시장을 넘어서 바라본 인문•사회과학계열 소외 현상의 원인

▲코딩 관련 취업상담을 받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 출처:중앙일보
▲코딩 관련 취업상담을 받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 출처:중앙일보

 

 

돈을 다루는 은행원은 그동안 이른바 ‘문과생’들의 대표적인 직업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은행들은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 공개채용 규모는 축소하고 개발자 채용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한 경제 전문지에 의하면, 2021년 IT 전문인력 채용인원은 지난 4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했다. 일반 행원 채용 과정에서 디지털 역량 평가를 도입하면서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이 설 자리는 더 줄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전환의 성공이 은행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관련 기술이나 플랫폼을 개발·운영할 이과 출신 인력의 증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응용과학계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의 경쟁자로 등장한 것도 이러한 추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IT 전문인력 채용 규모는 2017년 210명에 그쳤지만, 2021년에 2배 가량 증가했다. 

한편 이러한 자연·응용과학계열 선호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립교육통계센터 자료 분석 결과, 미국의 2021년 △역사학 △영어 △종교학을 전공한 졸업생 전체 규모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았다. 반면 컴퓨터공학 졸업자는 2000년대와 비교했을 때 10년간 2배가 늘었고 △간호 △의학 △환경 △통계학은 모두 최소 50%가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공계열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이 소외되는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022년 2000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리서치의 ‘문과 학문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대한 인식’ 조사에 의하면, 인문사회·자연공학 두 개의 선택지에서 85%의 응답자가 자연공학을 선택했다. 응답자들의 조사 결과를 분석해봤을 때 사람들은 자연·응용과학계 학문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여긴 반면, 인문·사회과학계 학문은 인간 내면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나 경제적으로는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즉 대다수 사람들은 인문·사회과학 학문이 취업이나 연봉 등 경제적 성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한 많은 매체에서 ‘문송합니다’라는 키워드로 문과의 취업난을 표현함으로써 인문·사회과학계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과가 1등급을 휩쓴 문이과 통합 수능/ 출처:sbs뉴스
▲이과가 1등급을 휩쓴 문이과 통합 수능/ 출처:sbs뉴스

정부의 교육 방향 실패도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교육 전문 신문 <베리타스 알파>에 의하면, 작년에 시행됐던 2023학년도 수능의 이과생 지원자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 2022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가 구분되지 않은 통합형 수능이 시행됐다. 이때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에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돼,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영역의 미적분, 기하 영역의 비중이 50%를 기록했다. 통합형 수능 이전에 문·이과 비율은 7대 3 안팎이었다. 하지만 첫 통합 수능이 시행된 2022학년도 수능에서 46.8%로 이과생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뒤이어 2023학년도 수능에선 이과생 비율이 그보다 3.2%p 더 높아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이과생 비율이 절반까지 확대된 것이다. 또한 정부의 문·이과 통합 정책으로 이과생들 중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본인이 원하는 자연·응용과학계열 전공이 아닌 상대적으로 대학에서 요구하는 점수가 낮은 인문·사회과학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22년 『한겨레신문』조사에 의하면 수학영역 선택과목인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했지만 인문·사회과학계열에 진학한 학생이 △서강대60% △중앙대 56% △서울시립대 55%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이과의 차별을 줄이고, 이를 통합하고자 했던 정부의 교육정책은 자연·응용과학계열 지망 시, 미적분과 기하 등 수학과 과학에서의 필수영역을 지정한 대학의 입학전형과 맞물려져 이과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형성하였고 문·이과 학생들이 나란히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앞의 내용처럼,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은 취업 시장의 자연•응용과학계열 선호,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으로 취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문과생의 소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취업 측면에 힘을 실어야 할까. 혹은 인문•사회과학계열의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것일까. 위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본지는 본교 취업진로지원센터 전영우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업진로지원센터 전영우 팀장
▲취업진로지원센터 전영우 팀장

 

Q. 현재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의 취업진로지원센터 지원 현황 및 취업 진로 지원 사업에 대해 알고싶다.

A. 비전공자의 엑셀 데이터 분석, 마케팅 조사 분석 등의 산업체 자격증 취득, 인문·사회과학계열 취업 현직자 직무 멘토링과 부트캠프 등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동일 프로그램이더라도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이 지원할 경우 부트캠프 등의 프로그램에 우선 배정하며, 경쟁률이 높은 프로그램에도 선정될 확률을 높이는 등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이 이공계열 학생들에 비해 프로그램 지원률이 낮은 편이다.

 

Q. 본지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21년 1분기 대졸 신입직 취업 성공률 현황’에서 인문•사회과학계열의 취업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문•사회과학계열 소외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고질적으로 인문·사회과학계열의 취업난은 학과의 특성이라고 생각된다.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은 주로 사무직 직렬에 지원하는데, 학과 전공, 기술이 많이 요구되는 자연·응용과학계열에 비해 사무직같은 경우 인력 감축이 타 직렬에 비해 수월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거나 불경기일 경우 제일 먼저 사무직 인력을 감축한다.

 

Q. 앞의 질문에서 더 나아가서, 취업시장 전반의 문·이과 양극화가 심각한 이 상황에서, 자연•응용과학계열의 선호 현상의 이유를 묻고 싶다.

A. 자연·응용과학계열같은 경우 학부 과정에서 학습하는 전공 지식을 그대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 즉, 대학 때 배운 과정이 그대로 스펙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인문·사회과학계열은 전공지식만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 등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취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인의 노력이다.

 

Q. 위와 같은 취업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취업지원진로센터 측은 본교 학생들을 위해 어떠한 사업 또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가.

A. 재작년에 자연·응용과학계열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IT기술교육 및 인공지능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대한상공회의소와 협약을 맺어 지원자를 대상으로 6개월 동안 IT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취업스쿨’프로그램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24명을 선정 후 진행한다.

 

Q. 마지막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진로 컨설팅을 받는 학생들은 자연·응용과학계열 학생들이 많은 편이다. 왜냐하면 자연·응용과학 학생들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진로가 확실하고, 기업에서도 전공에 특화된 학생을 채용하려고 한다. 그래서 확실하게 진로에 대한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은 자신의 학과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진로 결정이 늦는 편이다. 취업시장에서는 진로 결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이러한 고민으로 인해 결정이 늦어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최대한 빨리 진로를 결정한 후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직업과 사회에 맞도록 본인의 역량을 강화시킨다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이과 양극을 해소하여 취업난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 출처:굿모닝경제
▲문이과 양극을 해소하여 취업난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 출처:굿모닝경제

현재 두 분야를 불문하고, 취업난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업무의 디지털화로 인해, 취업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문·이과의 취업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정책적 해결 방안으로 기업의 채용 의무화, 취업박람회 개최 시 인문•사회과학계열 학생 우대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취업 전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노력이지만, 근본적 문제인 취업 구조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인문•사회과학계열 취업준비생들은 불리한 상태에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19가 종식되려 하는 지금 시점, 정부와 기업이 서로 협력해 인문•사회과학계열 전공자의 근본적 취업 구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혁재 기자 (dooary123@g.hongik.ac.kr)

서정인 기자 (c231116@g.hongik.ac.kr)

박정민 기자 (c331077@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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