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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수남, '붓의 놀림', 1996년, 종이에 먹, 72.8×91.0cm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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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수남, '붓의 놀림', 1996년, 종이에 먹, 72.8×91.0cm
▲ 송수남, '붓의 놀림', 1996년, 종이에 먹, 72.8×91.0cm

남천 송수남(南天 宋秀南, 1938~2013)은 한국화의 현대화로의 담론 가능성을 제기했던 작가이다. 그는 1960년대에 발묵(發墨)에 주목하는 추상작업을 선보였고 1970년대 초반에는 과감한 색채의 산수화를 발표하였으며, 1975년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스웨덴)에서의 개인전을 기점으로 수묵으로 전환하여 수묵으로 한국의 자연을 묘사하였다. 1980년대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수묵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송수남은 수묵화운동을 주도하며 본교 동양화과 출신의 제자들과 함께 동양화단에서 수묵의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특히 그는 수묵에 내재한 정신성에 주목하여 수묵의 물성을 탐구하는 <붓의 놀림> 연작을 꾸준히 발표하였다. 작가는 수묵에 대한 다수의 글과 서적을 남기며, 역사적 배경, 민족적 의식, 매체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글로 표현하였다. 이렇듯 수묵에 관심을 두고 있던 작가는 한국의 야트막한산과 수평적인 자연 풍경을 간결하고 단순하게 표현하여 수묵으로 실경산수화를 그려내었다. 한국의 실경을 그려낸 그의 작업은 80년대라는 시대적 맥락에서 자연에서 도시의 모습까지 현대에 실경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는 모습을 포괄하였다. 이처럼 한국화를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송수남은 수묵화에서 나아가 판화, 아크릴화를 함께 시도하였다. 그중에서도 전통적인 한국화의 매체가 아닌 아크릴로 그려낸 채색의 <꽃> 연작은 송수남이 본교 동양화과 교수직에서 퇴임한 2004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그가 꾸준히 발표했던 수묵화와 다른 맥락으로 이해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2013년에 타계하기 전까지 작가는 아크릴화인 <꽃> 연작에 <붓의 놀림>에서 보여준 수묵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그의 채색화가 이전 시기에 제작된 수묵화와 그 맥락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송수남의 전체 작업 세계 중에서 본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996년 작 <붓의 놀림>은 그가 <붓의 놀림> 연작에서 보여준 작업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지(紙), 필(筆), 묵(墨)을 주제로 하여, 매체적으로 이들의 상호관계에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두터운 한지에 먹과 물, 그리고 종이의 결합이 작품의 제목처럼 ‘붓의 놀림’을 통하여 표현된 이 작품에서 작가는 구체적인 형상과 효과를 배제하고 수묵이라는 재료 자체에 집중하였다. 여기서 ‘붓의 놀림’이라는 행위는 작가에게 먹에 내재한 정신성을 찾고자 하는 수행적 행위이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정신적 근원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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