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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반지 사탕이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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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다들 한 번쯤 보석 반지 사탕을 손가락에 끼워봤을 것이다. 열기로 녹아버린 사탕이 침과 섞여 손가락에 다 들러붙어도, 모두가 꿈꾸는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흔한 반지 모양 사탕이어도 마냥 즐겁기만 했던 초여름의 어느 날. 기자는 이상하게도 그 순간을 뇌리에서 지울 수 없다. 그날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느껴졌던 것들은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상한 것은 그 순간의 기자가 ‘난 이거면 충분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대체 어떤 점이 만족스러워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때의 기자에게 진짜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줬어도 보석 반지 사탕을 끼운 것보다는 덜 행복했을 것이다. 

지난해 5월,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은 재학생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이하 집시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고발당했다. 고소·고발을 진행한 재학생은 캠퍼스 내에서 열린 시위 소음으로 인해 수업을 들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노동조합(이하 노조) 측에 수업료,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등 약 640만 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18일(목), 법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에 이어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불송치로 사건을 종결한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민사소송은 아직 진행 중으로 오는 6월 1일(목)에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이 일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시위 때문에 학생의 수업을 방해하는 건 선을 넘은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고등 교육을 받는 대학생이 어떻게 노동자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고소하냐며 재학생을 비난했다. 하지만 기자는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저 고소·고발을 진행했던 재학생에게 하나만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고소해서 승소하고 노조가 처벌받는 것이 정말 원하는 결과입니까?’라고 말이다. 보석 반지 사탕을 깨부수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는 것이 모두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듯이,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통해 이기는 걸 그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가? 

이번 호 ‘와우피크닉’ 보도 취재 과정에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운동장 공사로 인해 비록 축제는 열리지 못하지만, 학우들이 캠퍼스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했다. 보도기획서는 당연히 만장일치로 통과였다. ‘와우피크닉’을 주최한 총학생회 인터뷰가 필요없다고 보는 취재부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본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담당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총학생회는 당선 인터뷰 요청 당시와 같은 답을 주었다. ‘업무과중’. 이젠 그리 놀랍지도 않은 네 글자였다. 총학생회에게 본지는 보석 반지 사탕이다. 맛을 보려 하면 다 녹아버려 손을 끈적하게 만들고, 모양만 커서 거추장스럽다. 귀하고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와 반대로 보석 반지 사탕은 너무나도 값싸고 흔하다. 그렇다면 값싸고 흔한 보석 반지 사탕은 우리에게 하찮기만 한 존재인가? 그것이 주는 행복을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입장에서 이 질문엔 절대 아니라고 당당하게 답할 수 있다. 아무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가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주지 못하는 것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매체나 미디어와 다르게 본지만이 할 수 있는 일 또한 반드시 존재한다. 애석하게도 총학생회는 알지 못하는 것 같지만. 

이번 호 ‘영원한 미소’의 주인공이자 기자가 꿈꾸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경희 동문과의 인터뷰는 기자의 손에 다시 보석 반지 사탕을 끼워줬다. 기자로서 살아가려면 ‘세상을 바꾸겠다!’ 정도의 거창한 마음가짐이나 각오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자의 질문에, 동문은 “뭐 각오나 마음가짐? 그런 건 딱히 필요 없어요.”라는 한 마디로 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언제부턴가 ‘세상을 바꾸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 때문에 분수에 맞지도 않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탐냈던 것 같다. 사실 ‘기자가 되는 것’이라는 보석 반지 사탕이 이미 손에 쥐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그걸 손가락에 끼운 채 어렸을 때처럼 그저 행복하면 되는데. 맛도 없고 무거운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달달한 보석 반지 사탕이 주는 행복을 다시 한번 누리려 한다. 기자는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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