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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이라는 이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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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피니언에서 기자는 ‘책임감’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책임감의 사전적 정의는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기자는 이전까지 책임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관계 속에서의 책임감이 중요했던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저 개인에게 주어진 것만 완료하면 되는, 가벼운 일들뿐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된 기자는 처음으로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꼈다. 조별 과제, 대인 관계 그리고 신문사 활동에서는 개인의 책임감이 강조됐다. 기자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배분됐고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됐다. 

기자는 신문사 활동을 한 지 거의 1년이 다 돼간다. 누군가 기사를 작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기자는 고민도 없이 책임감이라고 답할 것이다. 12면으로 이루어진 신문은 기자들이 쓴 각각의 글들로 채워져 매주 발행된다. 기사 제목 바로 밑에는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이 들어간다. 즉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사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발간된 신문은 독자들에게 전해지고, 독자들은 기자에 대한 신뢰를 품은 채, 기사를 읽는다. 기자가 무심코 쓴 글이 독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또 그러한 영향력을 가진 위치에 있기에 기자는 기사를 제출하기 전 오류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기자는 얼마 전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기자의 일을 맡게 됐다. 아무 고민 없이 맡은 일이었지만 그것은 기자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렇게 기자는 다른 것을 신경 쓰느라 정작 기자가 본래 담당한 기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보도에는 오류가 발생했다. 마감 날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실수였지만,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정작 기자의 기사는 오류가 난 채로 신문에 실렸고 결국 정정보도를 쓰게 됐다. 하지만 기자의 실수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선배 기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 무리하게 취재를 시도했다가 학교 기관에 취재를 금지당하고 기사 보도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인터뷰이의 부탁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기자는 그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는데, 어디서부턴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무모함은 기자 개인에게도, 신문사에도 독이 됐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자 이제는 무언가를 맡기가 두려워졌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하게 일을 맡겠다고 나섰겠지만 이제는 손을 들기가 망설여졌다. ‘혹시 또 사고 치면 어떡하지?’, ‘그냥 내가 가만히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들이 기자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자’라는 이름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진다. 스스로 아직 부족하고 완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데, 선배 기자로서의 역할이 주어질 때면 막막하기만 하다. 실수가 반복되고 어깨가 무거워져, ‘과연 내가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불확신과 회의감에 빠져 있던 때에, 기자의 친구는 기자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넌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는 사람인 것 같아. 굉장히 강해.” 기자는 친구의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평소 우유부단하고 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친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기자를 높게 평가해 주고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준기자 생활이었다. 스쳐 지나간 얼굴과 새로 맞이한 만남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이제 2023년 1학기는 한 호 발간만을 앞두고 있다. 어른이 되고 특히 기자가 되면서 ‘책임감’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꼈다. 책임감의 무게가 여전히 무겁지만 기자는 다시 한 번 손을 들기로 했다. 기자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물러서지 않고 한 발 더 내딛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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