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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원작, 다른 각색

'작은 아씨들'과 '작은 아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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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은 크게 원저작물과 2차적 저작물로 나눌 수 있다. 2차적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기초로 번역·편곡·각색·영상 제작 등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낸 창작물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차적 저작물은 주로 영화나 드라마가 많으며 주로 인기 있는 소설이나 만화를 시각화하는 경우가 많다.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기도 하며, 감독이나 작가의 관점에 따라 각색돼 아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또한, 하나의 원저작물에서 여러 종류의 2차적 저작물이 나오기도 하며 해당 작품들은 각각의 특색있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끌어모은다. 수많은 2차적 저작물 중에서도, 고전 명작 소설인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을 원작으로 한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감독의 영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2020)과 정서경 작가의 드라마 <작은 아씨들>(2022)(tvN)을 소개하겠다.

 

[우리 인생은 모두가 한 편의 소설이다]

배우를 꿈꾸는 첫째 ‘메그’, 글쓰기를 좋아하는 둘째 ‘조’, 피아노를 사랑하는 셋째 ‘베스’, 그림에 재능이 있는 막내 ‘에이미’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마치 가의 네 자매가 사는 집은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날 옆집 로렌스 할아버지의 저택에 손자 ‘로리’가 살게 되고, 우연한 기회로 인연을 맺게된 로리와 네 자매는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당당하고 씩씩한 성격을 가진 조는 사회에서 강조하는 여성의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진취적인 삶을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가길 원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가치관을 담은 글을 매일같이 써 내리며 작가의 꿈을 꾸던 조는 전쟁으로 인해 부재한 아버지, 가난한 남자와 결혼한 언니 메그, 몸이 아픈 동생 베스 등 여러 사정으로 집안의 가장 역할을 맡게 된다. 당장 자신에게 주어진 짐과 이겨내야 할 역경에 로리의 청혼마저 거절해 버린 조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걸 받아들이고 그만뒀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네 자매가 함께 살던 과거와 7년 후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자매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영화는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극적이거나 특별한 장면이랄 건 없이 이들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인생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작은 아씨들>은 원작의 고증을 잘 따랐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래도 영상화를 위한 각색을 하는 과정에서 원작과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우선, 시간 순서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런 점이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만 과거 장면은 밝고 명랑한 색감으로, 현재 장면은 다소 어둡고 칙칙한 색감으로 담아내어 구분이 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교차편집은 결말이 주는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과거 성홍열로 앓아누운 베스의 모습과 현재 몸이 쇠약해져 자리에 누운 베스의 모습, 병을 이겨낸 과거와 결국 세상을 떠난 그녀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제시하여 조와 가족들이 느끼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더욱 와닿게 한다. 그리고 조에게 청혼을 거절당한 로리가 추후 에이미와 결혼을 하게 되는 장면은 소설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셋의 감정을 드러내어 이야기의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다만, 글로만 묘사됐던 인물들을 시각화시키는 과정에서 인물들이 원작의 느낌과 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큰 흐름은 원작을 따라갔고 오히려 원작에서 개연성이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넣어 고전을 시대에 맞게 잘 각색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가장 높고 밝은 곳으로]

자매들을 누구보다 아끼는 첫째 ‘인주’, 총명하고 정의로운 둘째 ‘인경’, 그림에 재능이 있는 막내 ‘인혜’까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세 자매는 각각 소설『작은 아씨들』의 주인공인 메그, 조, 에이미와 닮았다. 이혼 후 한 회사의 경리로 취업한 인주는 사내 왕따를 당하지만 선배 ‘화영’과 가깝게 지내며 회사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이 되지 않는 화영이 걱정되어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 인주는 죽어있는 화영을 발견한다. 이후 인주는 화영이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700억 원 규모의 비자금과 엮이게 되고, 이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인주와 자매들은 이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정서경 작가의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원작 소설 속 캐릭터들의 성격과 관계, 전체적인 맥락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모두 각색한,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정서경 작가는 tvN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책 속의 자매들은 끊임없이 돈과 가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 자매들을 현대 한국으로 데리고 와 보고 싶었다. 메그의 현실감과 허영심, 조의 정의감과 공명심, 에이미의 예술감각과 야심은 가난을 어떻게 뚫고 세 자매는 어떻게 성장해 나갈까?”라며 한국판 작은 아씨들의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셋째 베스가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네 자매가 아닌 세 자매로 구성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사실 이들에겐 가난으로 죽은 동생이 있었다. 몸이 아픈 베스는 한국에서의 가난한 생활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어버렸던 것이다. 그렇지만 베스처럼 따뜻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인혜의 친구 ‘효린’을 등장시키며 베스를 대신하게 한다. 이외에도 사랑스러운 일상 얘기가 주를 이루는 원작 소설과는 달리 절대적인 악역 ‘원령가’와 세 자매를 대립시키고 700억의 비자금과 살인 사건, 미스터리한 화영의 죽음에 대한 진실 등 전체적으로 칙칙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처럼 시공간적 배경, 주요 사건, 주변 인물들의 행동 등 원작과는 전혀 다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작은 아씨들’이라는 같은 제목하에서 유사한 맥락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즉 시청자들에게 원작과 유사하면서도 전혀 다른, 한국판 작은 아씨들이라는 새로운 세계로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은 누가, 어떻게, 어떤 부분을 각색하느냐에 따라서 같은 원작이라도 전혀 다른 매력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다. 좋아하는 작품이 2차적 저작물이라면, 이번 기회에 원작을 읽어봄으로써 어떤 부분이 바뀌었는지 비교해 보면 어떨까.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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