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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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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마셔야 키 큰다~”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유 팩 바닥에 적혀있는 숫자를 비교하면서 티격태격 장난을 치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유는 어린 시절 우리의 키가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학창 시절 매일 아침 마시곤 했던 친숙한 존재이다. 우유의 건강증진 효과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우유는 우리의 영양과 건강 유지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우리가 필요로 하는 비율로 가지고 있는 우수한 건강식품이다. 기원전 400년경,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B.C. 377)가 “우유는 가장 완전한 식품”이라고 소개할 만큼 말이다. 논문은 어린 시절 우유 섭취의 가장 주된 이유이자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우유의 ‘성장 증진 효과’에 대해서도 다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유는 성장기 아동의 성장 증진 효과가 있으며, 영양이 부족한 아동 집단에서 특히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유 마셔야 키 큰다.”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옳았던 것이다. 또한, 논문에 따르면 우유와 유제품을 많이 먹는 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우유를 먹지 않거나 적게 먹는 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보다 길다. 이처럼 국민의 건강식품인 ‘우유’에 대해 더 알아보자.

 

[우유의 시작]

▲흰 우유/ 출처: 친환경축산협회
▲흰 우유/ 출처: 친환경축산협회

우유는 암소의 유방 내 유선세포에서 생합성되어 유두를 통해 분비되는 특유한 풍미가 있는 백색 액체이다. 인류가 우유를 식품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기원전 4000년경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주몽이 말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설화나, 『삼국유사(三國遺事)』속 용이 소 먹이는 사람이 되어 왕에게 유락을 바쳤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아 삼국시대 때 소수 상류층이 우유를 섭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 시대에는, 원나라와의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국가 상설기관으로 ‘유우소’가 설치됐다. 이는 조선시대 초에 폐지됐지만 업무는 다른 부서로 이관되어 유지됐다. 이처럼 우유는 과거 왕이나 귀족 등 특수층이 한정적으로 누렸으며 일반적인 식품보다는 보양식, 치료식으로 여겨졌다. 유우소의 폐지 이후 우유는 대중화되진 못했지만, 4902년 농상공부 기사로 근무하던 프랑스인 쇼트(Short)가 홀스타인(Holstein Friesians) 품종의 젖소를 도입하며 일반화됐고, 이후 1937년 7월 11일에는 국내 최초의 대량생산 우유공장이 만들어졌다. 낙농인 21명이 모여 정동에 우유공장을 지은 것인데, 이는 ‘경성 우유 동업조합’으로 현재 ‘서울우유’의 전신이다. 1960년대 초 우리나라에 낙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남양유업’, ‘매일유업’, ‘빙그레’와 같은 우유 회사들이 줄줄이 설립됐다. 이때까지 국내 생산 우유는 **시유로만 처리돼 판매됐다. 그 뒤 여러 유가공 업체가 설립됐고 분유, 버터, 아이스크림, 발효유, 치즈 등 각종 유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우유의 생산량은 △1961년 1,168t △1988년 1,631,896t △1998년 2,027,210t으로 30여 년 동안 2,000배 가까이 증가하며 국민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아 왔다.

 

[모두를 위한 우유]

▲다양한 대체 음료/ 출처: 유튜브 '지구를 사랑한 장한 나'
▲다양한 대체 음료/ 출처: 유튜브 '지구를 사랑한 장한 나'

우유의 종류로는 흰 우유로 불리는 백색 시유, 비만과 성인병 예방을 위한 저지방 우유, 비타민과 칼슘 등을 강화시킨 강화우유, ***유당불내증 환자를 위한 락토프리(Lactose-free) 우유, 각종 향을 첨가한 딸기우유, 바나나우유, 초코우유 등의 가공유가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내 식품업계는 면역력 향상, 근력 유지 및 강화 등을 내세운 유청단백질 시장이 성장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귀리, 아몬드 등 식물성 원료를 주재료로 하는 식물성 대체 음료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식물성 대체 음료는 견과류, 쌀, 귀리와 같은 곡류로 만든 음료로, 실제로는 우유가 아니지만 ‘ㅇㅇ우유’라고 불리고 있다. 국내 상당수 주요 커피점에서 우유가 함유되지 않은 귀리 음료를 ‘오트밀크(oat milk)’라고 표기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혼동을 줄 수 있는 오트밀크 대신 ‘드링크’를 사용하도록 했지만, 이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대한 법률 제8조」에 따르면, 원재료 이름을 제품명에 사용할 때는 해당 원재료를 제조나 가공에 사용해야 하고, 최종 제품에 남아있어야 한다. 이에 지난 8일(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식약처 관계자는 관련 부분에 대한 정확한 표시 지침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유 시장 규모는 2016년 146억 달러에서 2021년 178억 달러로 성장했다. 오는 2026년에는 239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식물성 대체 음료가 나오게 된 것은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유당불내증은 한국인의 70%가 겪을 만큼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위 같은 식물성 대체 음료는 우유의 우수한 영양성분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공주대학교 김선효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00% 원유로 만든 흰 우유는 제조사나 제품 종류별로 큰 차이 없이 일정한 영양성분을 제공한다. 하지만 두유나 기타 식물성 대체 음료의 원재료는 콩, 아몬드, 귀리, 쌀 등으로 각기 다를뿐더러 제조사에 따라 제품의 영양성분에서 큰 차이를 보였고, 원유로 만든 우유에 비해 칼슘 함량이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경우, 우유를 미지근하게 데워먹거나 다른 음식과 같이 먹는 방법 혹은 요구르트, 요거트 등의 유제품으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또한, 식물성 대체 음료는 우유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유당이 제거된 락토프리 우유를 추천한다. 우유의 우수한 영양가를 유지하면서 배 아플 걱정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의 위기]

▲원유 가격의 상승을 보여준다./ 출처: 낙농진흥회
▲원유 가격의 상승을 보여준다./ 출처: 낙농진흥회

국민 건강식품 우유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국내 우유 산업 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갑작스럽게 사업 종료를 발표한 ‘푸르밀 사태’다. 지난해 10월 푸르밀은 우유를 소재로 한 사업에 미래를 걸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45년간 이어오던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후 노조와 임직원 문제가 커지자, 협의를 통해 사업 재개를 결정했지만, 직원 30% 정도를 구조조정한 후 유지하기로 했다. 푸르밀은 사업 종료를 철회하면서 “지난 4년간 누적 적자가 300억 원이 넘고 올해에만 180억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매일유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남양유업의 영업 적자는 421억 원에 달한다. 우유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데에는 먼저 저출생 현상이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 출생률과 우유 소비량은 무관하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에 비해 4.6kg 줄었고, 같은 기간 출생아 수도 56만 명에서 26만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출생으로 각 학급당 학생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우유 급식 물량이 감소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우유 산업은 더욱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즉, 우유를 가장 많이 먹는 아이들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우유 소비량도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우유 소비가 환경과 동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탓도 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14.5%가 가축에게서 발생한다. 그중 육우와 젖소의 비중이 65%로 기후 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동물보호단체 ‘카라’에 따르면, 동물 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젖소 농장에 도입된 지 5년이 지난 2020년에도 전체 농장 6,160곳 중에서 복지농장이 단 13곳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식이 강해지며 최근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우유 섭취를 지양하며, 가치 소비가 수월한 식물성 대체 음료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최근 원유 가격 상승으로 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milkflation)’ 현상이 일고 있다. 이에 국내 우유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수입 멸균 우유와 대형마트의 자체 개발상품인 ‘PB 우유’의 수요가 늘고 있다.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흰 우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다음 달 원유 가격 협상이 시작된다. 지난해 농림축산부는 생산비 증감에만 연동돼 있던 원유 가격 결정 체계를 수요도 반영할 수 있게 낙농 제도를 개편했는데, 이에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 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 건강식품 우유를 모두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도록 상황이 완화되기를 바란다.

 

*한국유가공협회, 「우유·유제품의 건강증진효과-우유의 건강증진 효과」, 『한국유가공협회』, 1993

**시유 : 원유를 살균하고 적당한 분량으로 포장하여 시중에 내놓은 우유

***유당불내증 : 우유의 유당(락토스)를 소화하지 못하는 대사 질환으로 몸속에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 ‘락타아제’ 부족이 원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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