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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쁨을 그려낸 라울 뒤피의 회고록

‘라울 뒤피 : 색채의 선율’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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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의 아트북에 사용된 일러스트
▲라울 뒤피의 아트북에 사용된 일러스트

스페인의 유명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는 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의 작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Raoul Dufy's painting always makes me happy. He is a painter of joie de vivre, of light, and of color.”라고 칭송했다. 번역하면, ‘라울 뒤피의 그림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는 삶의 기쁨이고 빛과 색채의 화가다.’ 라는 의미다. 20세기 미술의 거장 피카소에게 인정받은 라울 뒤피, 그는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 전시 속으로 들어가보자.

전시장에 들어가보니, 수많은 종류의 회화 작품이 있었다. 라울 뒤피의 작품들은 그 특징인 즉흥성과 리듬감을 강조한 작품들이 많았다. 또한, 세월이 지나갈수록 그가 예술을 대하는 가치관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본인의 자화상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그렸는데, *야수파적이면서 **입체주의적 특성이 드러났다. 또한, 전시에서는 그가 그린 정물화가 여럿 등장한다. 뒤피의 정물화에는 각기 다른 특징이 있다. 미술에 조예가 있는 사람들은 눈치챘겠지만, 그는 야수파의 창시자인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의 기법을 참고했다. 뒤피는 강렬한 색을 사용했고, 그의 작품에는 그림자가 없어 평면성이 부각된다.

▲목판화 '사람'(1910)
▲목판화 '사람'(1910)

라울 뒤피는 회화 분야만을 구사한 작가가 아니다. 그는 일러스트, 판화,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도 섭렵했다. 그는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했는데, 자신만의 아트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트북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뒤피의 책에 대한 관심과, 유명 작가들의 책을 독창적 이미지로 구현하고자 한 그의 의지에 있었다. 또한 그는 판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역설적이게도, 뒤피가 예술가로서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알린 작품은 회화가 아닌 판화였다. 그는 기름기가 많은 판에 그림을 그린 후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해 인쇄하는 기술을 주로 이용했다. 한편, 위 판화는 흑백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목판술은 중세 시대의 목판화 기술과 유사한데, 뒤피는 이를 오마주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디자인에서도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 의상 디자인이 유명한데, 당시 업계 최고 디자이너였던 폴 푸아레(Paul Poiret, 1879~1944)와 협업해 역동적 패브릭 디자인을 구축했으며, 그의 디자인은 21세기 상업 디자이너들에게 널리 모방되었다. 일례로, 2014년 세계적 패션 브랜드 자라(ZARA)에서는 그의 디자인을 차용하여 의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라울 뒤피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의상
▲라울 뒤피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제작된 의상

이번 전시에서는 <전기의 요정> 원본 석판화 연작 10점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이 작품은 1952년 제26회 베니스 비엔날레 회화 분야 그랑프리를 수상한 뒤피의 대표작으로,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 당시 전력 공사의 벽을 장식하기 위해 그려졌다. 뒤피는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Lucretius, B.C. 99~55)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제작했으며 작품은 가로 60m, 세로 10m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였다.

▲'전기의 요정'(1937)
▲'전기의 요정'(1937)

작품 중앙에는 올림포스 신들과 제우스의 벼락에 연결된 이브리 쉬르 센 발전소의 발전기가 있다. 왼쪽에는 전기의 요정이 밝은 빛으로 날고 그 밑에 오케스트라가 전기를 찬양하는 듯이 그려져 있다. 신들의 전령이자 엘렉트라의 딸인 아이리스가 빛을 타고 오케스트라와 함께 파리 위를 날아다니며 무지개의 모든 색을 퍼뜨린다. 위쪽에는 뒤피가 좋아하는 주제인 범선 등이, 오른쪽 아래에는 110명의 철학자와 과학자가 그려져 있다. 뒤피는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엑스트라들에게 의상을 입히고 자세를 취하게 했다.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가 끝난 후 <전기의 요정>은 창고에 보관됐다. 이에 뒤피는 석판화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전기의 요정>을 재탄생 시켰다. 석판화 제작의 기획과 감독을 맡은 뒤피는 원작의 구성을 다듬고, 단순화시키고 색상을 수정했다.

<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에서는 음악감독 정예경이 선곡한 클래식과 <전기의 요정>을 모티프로 제작한 미디어 아트도 관람할 수 있다.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라울 뒤피-

 

<라울 뒤피: 색채의 전율>은 오리지널 원화 작품부터 일러스트, 쿠튀르 드레스까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느낌의 복합 전시회이다.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표현한 뒤피의 리듬감 넘치는 붓질과 화려한 색감은 아름다움을 예찬한 뒤피에게로 여행을 떠나게 한다.

 

*야수파: 20세기 초 유럽에 나타난 전위적 경향의 하나로 강렬한 원색과 거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미술사조

**입체주의: 대상을 기하학적인 형태로 해석해, 평면상의 캔버스로 재구성하려는 경향

 

전시 기간: 2023년 5월 2일(화) ~ 2023년 9월 10일(일),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10:00~19:00, 입장 마감 18:00

전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관람요금: 성인 18,000원 / 청소년 15,000원 / 어린이 12,000원

 

장혁재 기자(dooary123@g.hongik.ac.kr)

김혜빈 기자(sunbean@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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