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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 않은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는 날을 위해

나경희(경영12)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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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희(경영 12)동문/ 출처: 시사인
▲나경희(경영 12)동문/ 출처: 시사인

하루에도 수천 개씩 올라오는 기사들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된다. 기사들을 찬찬히 살펴본 사람이라면 아마 느꼈을 것이다. 세상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백 배는 많으며, 그런 복잡한 문제들을 떠안고 있는 우리의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복잡한 문제 속 가려진 존재들의 목소리를 듣고 세상에 알리는 나경희(경영12) 동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본교 재학 시절부터 기자를 꿈꿔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자라는 꿈을 처음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학부생 시절 전공 공부를 재밌어했던 편은 아니다. 큰 뜻이나 생각 없이 학교에 다니다가, 취업 시기가 다가오니 어떤 일을 해야 할 지를 고민했다. 평소에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글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중앙도서관(H동) 7층 정기간행물실에서 매일 신문 읽던 게 취미라 글로 돈을 버는 직업 중에서도 기자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로서 딱히 거창한 소명 의식 같은 건 없었다. 평소에 하던 것과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를 생각하다 보니 기자가 돼있었다.

 

Q. 2018년부터 시사주간지인『시사IN』사회부 기자로서 ‘광풍 못 막는 환경부, 설악산에 봄꽃 대신 케이블카가 피었다’, ‘발묶인 이주민들의 사연’ 등 사회 전반의 다양한 소식을 독자에게 전해오고 있다. 취재를 진행하고 기사를 발간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동문이 재직 중인 시사 주간지 『시사IN』의 호수별 표지/ 출처: 시사IN 홈페이지
▲동문이 재직 중인 시사 주간지 『시사IN』의 호수별 표지/ 출처: 시사IN 홈페이지

A. 주간지의 특성상 일주일 단위로 흘러간다. 목요일 오전에는 기자 전체가 모여 편집 회의를 통해 다음 주에 쓸 기사를 결정한다. 각자 맡은 기사를 목요일부터 알아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한다.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고, 취재 과정에서 아무런 간섭도 없다. 하지만 조건이 딱 하나 있다. 마감일에 결과물을 내놓고,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소위 ‘허접한' 기사를 썼을 때는 ‘일주일 동안 나는 뭐했지?’라는 허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일주일 동안 취재를 진행한 뒤 목요일에 밤새 마감을 진행한다. 마감이 모두 끝나면 금요일에 기사가 발간되어 독자들과 만난다. 이걸 50번 반복하면 1년이 끝나있다. 한 주에 쓰는 기사 개수는 때에 따라 다르다. 일주일에 하나를 쓸 때도 있고, 2~3주에 걸친 장기 취재를 맡을 때도 있다. 아무래도 주간지다 보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기사로 쓸 순 없다. 그 점이 아쉽다.

기사를 쓸 때는 모든 일간지의 지면을 정독하는 편이다. 인터넷 신문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지면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기사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칸 형식의 짤막한 기사들을 특히 눈여겨보는 편이다. 우리는 그런 작은 기사들에 살을 붙여 취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Q. 재직 중인『시사IN』은 흔히 알려진 일간지와는 다르게 주간 발행하는 탐사 보도 위주 잡지다. 동문이 생각하는『시사IN』만의 특징 또는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앞서 말했듯 취재 과정에서 아무런 개입이나 간섭이 없다. 사실상 자유를 넘은 방임에 가깝다. 기사의 질은 결국 담당 기자의 능력에 달린 셈이다. 그래서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어렵고 막막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주간지다보니 일주일 동안 생각할 시간이 많다. 매일 기사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취재처에 드나들 일도 다른 언론사에 비하면 적다.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깊게 취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소형 언론사라는 특징 때문에 매체로서의 파급력은 작다. 하지만 기자의 자유와 매체 파급력은 반비례한다. 만약 매체 파급력과 기자의 자유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후자를 택할 것 같다. 지금처럼 조용히, 하지만 내가 원하는 기사를 전부 쓰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Q. 지난 2019년 본지와의 ‘나무를 심는 사람’ 인터뷰에서 저널리즘이란 우리 사회에서 관심을 받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존재에 대해 취재해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 생각에 변화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A.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단, 세상에 ‘잘’ 보여줘야 한다.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존재들은 있다. 그들에 대해 잘 취재해서 좋은 기사를 내야 한다. 기사를 사람들이 읽도록 만들어야 저널리즘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취재 중인 동문의 모습/ 출처: 시사인
▲취재 중인 동문의 모습/ 출처: 시사인

 

Q. 기자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은 언제인가.

A.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만약 기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일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여러 사람에게서 각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기자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일반 기업처럼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도 기자라는 직업의 장점이다.

 

Q. 기자로서 필요한 자질 또는 마음가짐에 대한 동문의 생각과 그것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궁금하다.

A. 기자로서 무조건 필요한 자질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기자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은 모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기자라고 해서 거창한 마음가짐이나 대단한 것은 딱히 없다고 본다. 그래도 기자에게 꼭 필요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 마을버스 요금 관련 취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취재하면 할수록 굉장히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버스회사의 수익, 시민들의 이동권, 버스 기사의 최저생계비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꼈다. 복잡한 문제에서 어느 한쪽을 악마화하는 건 쉽다. 그렇게 생각하는 걸 최대한 경계하려고 한다. 모두가 누군가를 비판하더라도 기자는 그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찾아야만 한다.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더라.

 

Q. 앞으로 독자들에게,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기자가 되고 싶은가.

A.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고 고쳐질 때까지 현장에 남아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문제를 제대로 지적했다는 건 모두가 내 기사를 읽었다는 뜻이다. 일단 그것부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현장을 계속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다. 주변 사람이 겪는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까지 곁에 있는 것도 어려운데, 사회적인 문제는 어떻겠는가. 기자로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그런 경험이 있기를 바란다.

 

Q. 본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것이 기자로서 활동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

A. 경영학을 전공했던 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가장 좋았던 건 중앙도서관이었다. 타 대학과 비교해도 장서가 제일 많은 편에 속했고, 보고 싶은 책이 있어 구매를 신청하면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속도도 빨랐다. 정기간행물실에 있는 신문과 잡지는 아마 나만 봤을 텐데, 그렇게 도서관에서 보냈던 시간이 기자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Q. 기자 혹은 언론 분야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A. 책뿐만 아니라 영상, 그림 등 다양한 미디어를 많이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속되게 말하자면 ‘인풋(Input)’이 많아야 한다. 현장에 나가 상황을 보고 기사를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아마 그렇게 기자 생활을 하면 지겨워서 못 견딜 것이다. 기자도 넓은 범주에서는 창작자다. 세상에 없던 글을 쓰려면 본인이 보고 느꼈던 경험들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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