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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활력 찾은 뮤지컬 시장, 여전한 티켓 가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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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국내 뮤지컬 티켓 매출이 처음으로 4천억 원을 돌파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rea Performing arts box office Information System, 이하 KOPIS)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공연 티켓 판매액은 5,588억 원으로, 이 중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4,250억 원에 달했다. 뮤지컬 시장이 전체 공연 시장의 76%를 차지한 셈이다. 코로나19가 공연계를 강타한 지도 수년, 뮤지컬 시장도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가 사그라들기 무섭게 그동안 잠잠했던 뮤지컬 티켓값 인상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한 뮤지컬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티켓값 인상 문제에 대해 파헤쳐 보자.

 

뮤지컬 티켓값의 역사

한국 뮤지컬 시장이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워나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흥행 이후부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초연 당시 VIP석 가격을 15만 원으로 책정하면서 당시 뮤지컬 티켓 시장 내 최고가를 갱신했고, 이에 맞춰 2010년대까지 국내 뮤지컬 최고 가격대 또한 10~14만 원대에 주로 형성됐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오던 뮤지컬 계의 암묵적인 규칙을 바꾼 것은 지난 2018년 EMK뮤지컬컴퍼니의 <웃는 남자> 초연이었다. VIP석 가격 기준 화·수·목 14만 원, 금·토·일 15만 원으로 가격에 차등을 두면서 VIP석의 최고 가격이 15만 원으로 책정됐다. 논란도 잠시, 일부 공연 제작사들이 주중·주말 가격 차등제를 하나둘씩 도입하면서 ‘VIP석 티켓 가격=15만 원’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이후 코로나19가 공연계를 강타하면서 가격 인상에 관한 논의는 잠시 중단되는 듯했다.

뮤지컬 티켓 가격 문제가 다시금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말부터이다. 2022년 11월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VIP석 티켓 가격이 16만 원으로 책정된 것을 시작으로 <베토벤>은 R석 17만 원, <물랑루즈>는 VIP석 가격 18만 원으로 책정됐다. 공연 제작사들이 줄줄이 티켓 가격을 인상하는 상황은 올해 3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의 VIP석 가격이 19만 원으로 책정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2020년 뉴욕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 VIP석 가격인 17만 원보다도 비싼 가격에 논란은 일파만파 커질 수밖에 없었다.

티켓값이 오르면서 전체 티켓 판매액 또한 증가했다. KOP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뮤지컬 티켓 중 10만 원 이상의 최고가 티켓 판매액은 653억 4,818만 원으로 전년(약 519억 4,187만 원) 대비 약 26% 증가했다. 이에 비해 5~10만 원 대의 중저가 티켓의 판매액은 156억 5,588만 원으로 전년(약 166억 5,278만 원)과 비교했을 때 감소했다.

 

가격 인상 논란을 두고 엇갈리는 반응

티켓값 인상 논란에 대해 공연 관계자들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답한다. 티켓 가격 인상의 이유로 꼽히는 요인에는 주로 △환율·물가 상승 △대관비 상승 △해외 프로덕션과의 협업 등으로 인한 제작비 상승 등이 있다. 특히 *공연예술상품은 기획과 제작에 투입되는 **한계비용이 생산과 제작이 늘어나는 것에 따라서 감소하지 않는다. 뉴욕 브로드웨이(Broadway)나 영국 웨스트엔드(West End) 등 전용 공연장에서 장기 공연이 이뤄지는 경우 초기 투자의 회수가 용이해 손익을 맞추는 것이 쉬워진다. 그에 반해 대관 전용 공연장에서의 단기 공연이 대부분인 국내 시장은 짧은 시간 내에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하므로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공연 마니아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코로나19 기간 뮤지컬 시장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에는 관객들의 애정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한 공연을 반복해서 관람하는 ‘회전문 관객’이 대부분인 뮤지컬 시장의 특성상 가격 인상 문제는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VIP석 티켓 가격이 16만 원으로 책정됐을 때 SNS 등지에서 불매 운동이 일기도 했다. 계원예술대학교 공간연출과 조민서 학생은 “평소 공연을 볼 때 여러 작품을 골라보는 편이었는데, 티켓값이 인상되면서 재밌게 봤던 한 작품만을 여러 번 보게 되는 것 같다. 한 번 볼 때 더 많은 값을 지불하면서 보게 되니 공연 퀄리티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이전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국내 창작극 등 잘 모르는 극은 안 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편, 공연장을 가끔 찾는 일반 관람객들의 반응 역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가격 인상으로 인해 뮤지컬의 진입장벽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연인과 함께 대극장 뮤지컬을 관람하는 일반인 관람객들의 경우 데이트 한 번에 40만 원 이상을 쓰게 되는 셈이다.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이후 뮤지컬 공연을 1년에 한두 편 정도 보는 편이다. 소·중극장에서 공연되는 창작 뮤지컬들의 경우 가격 부담이 적어 더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대극장 공연은 보통 연인과 함께 보는 편인데, 콘서트 티켓 가격보다 비싸단 생각이 들어 공연을 볼 때마다 부담된다.”라고 전했다.

 

사실 진짜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티켓값 인상 문제에 관객들이 불만을 품은 이유에는 단지 ‘가격’ 자체만이 아니다. 실제로 뮤지컬 전문 잡지인 《더뮤지컬(The Musical)》에서 지난 2019년 뮤지컬 관람객 2,5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뮤지컬 티켓 가격이 비싸졌다고 느낀다.’라고 응답한 이는 2,529명(’매우 그렇다’ 1,995명, ‘약간 그렇다’ 53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약 99.3%에 달했다. 이어 ‘뮤지컬 티켓 가격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주로 어떤 정책 때문이었나요? (최대 2개까지 선택)’라는 항목에 전체의 61%(1,268명)가 ‘좌석 등급을 나눌 때 고가 좌석 비중을 크게 잡는 것’이라고 답했으며, ‘적은 할인권종과 할인율’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51%(1,046명)였다.

대부분의 공연 제작사는 손익을 맞추기 위해 티켓 가격을 소폭 인상하고, 동시에 VIP 좌석 판매를 늘리고 있다. 이것이 제작 비용 회수를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VIP석 구역이 점차 늘어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공연 제작사가 1층의 약 50%, 2층 2~3열까지 VIP석으로 두고 있다. VIP석보다 더 낮은 등급인 R석의 비율 또한 늘어나는 추세이다. 오디컴퍼니 대표이자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회장인 신춘수 프로듀서 역시 지난 4월 27일(목)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티켓 가격에 맞는 퀄리티를 보여줘야 한다.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좌석을 획일적으로 두지 않고, 좋은 자리와 그렇지 않은 자리를 구분하고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지금은 VIP석이 너무 많다.”라고 밝혔다.

높아진 티켓 가격에 비해 부족한 관객 보상 조치와 할인 제도 역시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가격 인상으로 한 차례 논란을 빚은 뮤지컬 <물랑루즈>는 지난 2022년 12월 25일(일) 극이 진행되는 도중에 공연을 중단했다. 극의 절정 부분인 2막 중반에 기계 결함으로 인해 갑자기 불이 켜지고 음악이 끊긴 후, 공연은 3분가량 기기를 정비한 뒤 다시 시작됐다. 해당 회차 공연 이후 별다른 환불 조치 없이 사과문 게재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사고에 대해 높은 티켓 가격에 비해 관객 보상 조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가격 인상 논란이 일었던 공연 대부분의 할인 제도가 미미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오는 7월 개막하는 <오페라의 유령> 서울 공연의 경우 상시 할인 제도로 △특정 카드사 할인(정가의 5% 할인) △국가유공자 할인(30%) △장애인 할인(30%)만을 두고 있다. 이처럼 최근 상연된 공연의 대부분이 초·중·고생 할인, 재관람 관객 할인, 지역구민 할인 등의 제도를 없애거나 할인을 가격 등급이 낮은(A, B석) 좌석에만 적용하고 있다.

티켓값 인상이 과연 공연진에 대한 정당한 임금 지급으로 이어지느냐에 관한 의문 또한 제기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뮤지컬 계에서는 임금 체불 문제가 여러 번 대두됐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지난 2014년 임금 체불 문제로 인해 공연 시작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공연을 보이콧(boycott)한 적 있으며, 2017년에는 뮤지컬 <햄릿>이 비슷한 문제를 겪은 적 있다. 이후 2016년 뮤지컬 <록키>가 대관료 연체 문제와 임금 체불 문제로 개막 직전 공연을 취소한 적이 있다. 이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임금 체불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 상황에서 앞서 제기된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정은미 알제이컴퍼니 대표 역시 국내 뮤지컬 제작 환경의 문제로 △대기업의 시장 독과점 현상 △티켓 판매 대행사의 유통 독점 △공연장 대관 왜곡 현상 △스타마케팅과 예술 인력의 보상 및 처우를 꼽았다. 정은미 대표는 2015 예술인실태조사 자료를 제시하며 당시 ‘지난 1년간 예술인의 예술 활동 수입’ 평균이 1,255만원으로 조사됐으며 ‘수입이 없음’이라고 응답한 예술인도 36.1%에 달했다고 밝혔다. 분야별 조사에서 뮤지컬은 따로 분류되지 않았으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예술분야인 연극의 경우 예술 활동 연평균 수입이 500만원으로 조사됐다. 2022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동일한 문항에 예술인(4,208명) 중 ‘없음’이라 답한 비율이 전체의 43%, ‘5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30%였다. 연극의 경우(전체 401명) 38.1%가 ‘없음’이라 답했고, 31.2%가 ‘500만 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7년 전에 비해 현재 예술 인력에 대한 보상과 처우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티켓값 인상 문제를 두고 “관객과 제작진이 깊이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누구도 티켓 가격을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서로의 진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결국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제도와 공연 제작 구조에 대한 논의라는 의미이다. 공감대 형성 없는 가격 인상은 뮤지컬의 진입장벽을 높일 뿐이다. 뮤지컬 티켓값 인상 논란이 단지 ‘논란’에 그치지 않고, 납득 가능한 대안 마련을 통해 국내 뮤지컬 시장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이정화, 「국내 뮤지컬 산업의 발전현황과 변화」, 문화산업연구, 2013.

**한계비용: 재화나 서비스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을 말한다.

***정은미, 「뮤지컬 제작 및 유통에서의 불공정 관행에 관한 연구」, 문화산업연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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