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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으로서 미디어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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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경제학 관점(media economics)에서 상품(e.g., 음악, 영화, 오리지널 콘텐츠)으로서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김지운, 정회경, 2005; 장병희, 2015; 조세형, 2022).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상품을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캐나다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인 먀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매체가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고 했듯이 매체 특히 소셜 미디어에 주목해야 한다. 목표수용자인 MZ 세대를 위해 종이신문 보다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가 더 효과적임은 자명하다. 한편 메시지 캐리어(carrier)로써 콘텐츠가 진화하고 있다. 지난 호에 설명한 바와 같이 네이티브 광고 등 상업적 메시지가 콘텐츠(e.g., 뉴스, 영화, 드라마)와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1의 발포비타민 노출이나 ‘오징어 게임’의 삼양라면 노출 등은 PPL(product placement)을 공식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상업적 메시지를 포함한 미디어 콘텐츠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강효진, 2023; 이효성, 2021). 요컨대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상품은 미디어, 콘텐츠, 상업적 메시지(e.g., 간접광고, 브랜드 노출)가 융합된다는 점에서 그 특성에 대해 살펴본다.  

 

1) 공공재에서 사적재로 

최근 미디어 콘텐츠는 과거 공공재(public goods)에서 준공공재(pseudo-public goods)를 거쳐 사적재(private goods)로 변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공재의 예로 국방, 치안, 공중파 TV, 무료국립공원, 도로, 항만 등이 있다. 공공재는 크게 ‘비경합성(non-rivalry)’과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의 2가지 특성을 가진다(김지운, 정회경, 2005; 정회경, 2013). 먼저 비경합성은 한 사람이 그것을 소비한다고 타인이 소비할 기회를 박탈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미디어 콘텐츠를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집합적 소비(collective consumption)를 하더라도 콘텐츠가 소모되지 않는다. 유형재(e.g., 빵)와 비교하면 제품 생산 과정에서 공장, 기계, 생산 설비 및 운영을 위한 고정비와 원재료(e.g., 밀가루) 투입으로 변동비가 발생한다. 그러나 미디어 콘텐츠는 제작 단계에서 투입되는 상당한 비용의 제작비 등 고정비가 거의 전부를 차지하며 일단 콘텐츠가 완성되면 복제비용을 제외한 단위 생산 증가에 따른 변동비가 증가하지 않는다. 한편 비배제성은 일단 완성된 콘텐츠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소비에서 배제되지 않음을 뜻한다. 실례로, 공중파 방송의 경우 공공재 성격이 강해 시청 인원수나 자격에 제한이 없다. 종이 신문이나 잡지의 경우 구독자가 아니라도 2차, 3차 소비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미디어 콘텐츠가 어떻게 사적재로 변화하는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구독 여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해 기존 공중파나 대중 매체가 가졌던 공공재로서의 비배제성이 점차 약화되기 때문이다. 어드밴스드(advanced) TV, 어드레서블(addressable) TV, 콘넥티드(connected) TV, IP TV 및 모바일 등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구독자와 비구독자를 구분하고 계정 공유를 금지시키는 등 콘텐츠 소비의 배제성이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림 1>처럼 어드레서블 TV에서 소비자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동일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더라도 차별화된 광고 송출이 가능하다. 최근 넷플릭스 OTT의 계정공유 금지 관련 이슈 등 사실상 수익성 확대 차원에서 실행여부를 두고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과거 공공재적 성격이 강했던 대중 매체에서 점차 배제적인 성격을 띤 준공공재로 변화하고 있으며 대가를 지불한 사람만이 콘텐츠를 소유하고 독점적 이용이 가능한 사적재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지식 격차(knowledge divide)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등 배타적 매체 접근성의 폐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시장 실패로 인한 공익(public interest) 보장 차원에서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 공급을 위한 국가나 정부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 '그림1' 배재성이 강한 어드레서블 TV 
출처: https://www.iab.com/wp-content/uploads/2018/11/IAB_Advanced_TV_Targeting_2018-11.pdf

 

2. 경험재로서 미디어 콘텐츠 

미디어 콘텐츠는 경험재(experience goods)이다. 경험재는 무정형성인 특징을 갖고 있어 제품을 경험한 후에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방송 프로그램, 음반, 영화, 게임, 책, 모바일 등 대부분의 콘텐츠는 경험재의 특성을 가진다. 형태가 없기 때문에 직접 소비 또는 관람하기 전까지 품질을 짐작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 극장에 갓 개봉한 영화를 생각해 보자. 이러한 특성으로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의 관람평이나 리뷰를 참고해 불확실성을 최소화 한 후 영화를 관람한다. 스타 시스템과 함께 수요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콘텐츠를 정형화된 형식이나 포맷에 맞게 만드는 것이다. 문화상품인 미디어 콘텐츠는 표준화가 어렵다. 유형재인 자동차의 경우 엔진 배기량, 크기, 연비, 안전성 등 물리적 표준화가 가능하지만 미디어 콘텐츠는 무형재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미적, 감성적 욕구 등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표준화가 쉽지 않다. 다만 제작자와 소비자의 편의상 내용적 측면에서 분류는 가능하며 이를 ‘장르(genre)’라고 한다. 장르는 제작자와 소비자 간 묵시적 계약, 기호체계나 관습이다. 장르를 통해 제작자는 특정 장르의 수요를 예상할 수 있고 익숙한 네러티브와 스토리텔링을 전개한다(McQuail, 2010). 예를 들어, 서부영화는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남성성, 터프함, 권선징악의 구도를 설정할 수 있다. 로맨스 코미디 영화라면 그 영화가 대략 어떤 내용과 흐름으로 발전할지 영화 제작자와 관객 모두 예상할 수 있다. 

 

3. 생산과 소비의 비동시성

미디어 콘텐츠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비동시적, 집합적 대량 소비가 가능하며 이는 일반적인 서비스와 비교할 때 큰 차이점이다. 흔히 가는 스타** 커피 매장을 생각해보면 서비스 제공자 또는 생산자와 서비스 이용자 간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야하며 이는 ‘생산과 소비의 비분리성(inseparability)’이라는 서비스의 특성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문화상품(cultural goods)이라도 연극이나 콘서트는 같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지만 미디어 콘텐츠는 매체에 기록되어 반영구적으로 지연된 소비가 가능하다. 연극, 콘서트, 오페라, 페스티발, 스포츠 직접 관람 등은 ‘공연예술 상품’ 또는 ‘체험형 상품’으로 시간적, 공간적, 물리적 제약을 수반해 생산과 소비의 동시성이 전제된다. 반면 영화, 음반, 공중파 방송, OTT 서비스 등은 ‘상영 상품’ 또는 ‘미디어 의존형 상품’으로 매체에 기록되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소비가 가능하다. 공연예술 상품은 동일한 시공간을 점유해 대인간 상호작용이 활발하지만 미디어 의존형 상품은 미디어에 기록되어 균일한 콘텐츠를 전달하고 시차를 둔 소비로 대인 간 상호작용이 제한적이다(조세형, 2022). <그림 2>와 같이 최근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체험형 스포츠 상품이 제공되나 미디어를 통한 소비는 직접 관람에 비해 생동감, 현장감 등 경험적 가치(experiential value)에서 차이가 있다(Mathwick, Malhotra, & Rigdon, 2001; Young, 2020). 

 

▲<그림 2> 증강현실을 이용한 라이브 스포츠 이벤트
출처: https://aroundar.com/ 

 

4. 이중 목표시장 

이중상품 미디어 모델(The Dual Product Media Model)에 따르면 미디어 콘텐츠 상품은 ‘소비자’와 ‘광고주’ 두개의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Pennings, 2011). 먼저 미디어는 흥미롭고 유용한 콘텐츠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그 다음 미디어는 시청률 또는 구독률로 나타나는 소비자를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이중상품의 역할을 한다. 대중 매체의 콘텐츠는 국경과 언어 등 문화장벽을 넘어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소재와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은 콘텐츠는 높은 시청률과 구독률로 측정되어 높은 가격에 광고주에게 판매된다. 미디어 콘텐츠 자체가 소비자를 만족시킨다면 동시에 광고주에게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미디어 콘텐츠가 이용과 충족(uses and gratification) 관점에서 소비자의 주체적 소비와 저항적 해독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비판적 관점에서 소비자의 시청이나 구독 행위는 광고주를 위한 대가없는 노동력 제공이라고 볼 수 있다. 때때로 밤늦게 까지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형성을 위한 생산적 행위에 들어가야 할 시간을 뺏기는 셈이기도 하다. 

 

5. 문화상품으로서 미디어 콘텐츠

미디어 콘텐츠는 주요한 문화상품(cultural goods)이다(김평수, 윤홍근, 장규수, 2018; 장병희, 2015). 문화상품은 문화와 경제 영역이 결합해 산업적 생산물과 소비의 대상물로 나타나는 문화산업의 결과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8231;무형의 재화와 서비스를 뜻한다. 광의로 영화, 도서, 음반, 신문, 잡지, 애니메이션, 출판,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가 속하며, 협의로는 한국적 소재, 표현기법, 제작기술 등을 차용한 공예, 생활문화상품, 미술복제품, 캐릭터 상품 등을 칭한다. 문화상품은 특히 예술성, 창의성, 오락성, 여가성, 대중성 등의 문화적 특성을 띠고 있다. 한편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문화상품을 기획, 개발, 제작, 생산, 유통, 소비하는 과정과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을 문화산업이라 한다(조세형, 2022). 문화산업은 공익성, 다양성, 예술성 등 문화적 의미가 내포되어 일반적인 재화나 서비스와 달리 효용성(utility)이나 만족감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기 있는 영화라면 누구나 극장에서 봐야한다거나 사회 통념상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나 영향력이 일반 재화에 비해 더 크다.

미디어 콘텐츠는 지역문화 및 인간의 문화적 정체성(cultural identity)과 관련성이 깊고 문화적 선호도나 의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전범수 외, 2016; 조세형, 2022). 이에 문화상품은 언어, 관습, 선호 장르 등의 차이로 다른 문화권으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를 ‘문화적 장벽’이라고 한다. 문화적 장벽에 관한 현상은 ‘문화적 할인율(cultural discount)’로 설명할 수 있다. 문화적 할인율은 한 문화권에서 다른 문화권으로 문화 상품이나 콘텐츠가 이동했을 때 문화 차이로 인해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뜻한다. 보통 문화적 장벽이 높을수록 문화적 할인율이 높고, 문화적 장벽이 낮으면 문화적 할인율도 낮다. 장르별로 게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은 문화적 요소가 약해 할인율이 낮은 반면 가요, 영화, 드라마 등은 문화적 색채(e.g., 문화유산, 생활양식, 창의적 아이디어, 가치관)가 강해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져 문화적 할인율이 높은 특성을 가진다. 특히 한국어처럼 자국의 모국어가 존재할 경우 문화적 전통 계승 및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으나 타국 문화의 진입 및 수용에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최근 문화의 혼종화(hybridization)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글로벌 콘텐츠를 생산 및 유포할 수 있는 있는 유튜브(YouTube) 등 소셜 미디어 생태계의 발전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글로벌 문화자본의 축적은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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