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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징, 〈익모도〉, 조선, 견본담채, 23.7x19.7cm,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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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징, 〈익모도〉, 조선, 견본담채, 23.7x19.7cm,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영모화(翎毛畵)는 새와 동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익모도〉는 날개 ‘익(翼)’에 털 ‘모(毛)’라는 뜻의 제목으로 영모화에 속한다. 〈익모도〉가 그려진 조선중기에는 영모화가 많은 화가에 의해 그려진 인기 화목이었으며 자연스럽게 중국과는 다른 서정적인 조선만의 화풍이 개척되었다. 〈익모도〉를 그린 허주(虛舟) 이징(李澄)은 조선중기 수묵 영모 화풍의 형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조선중기에 제작된 영모화는 구도상으로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그린 절지영모(折枝翎毛)와 물가 배경의 새를 그린 소경영모(小景翎毛)로 나뉜다. 이 중 소경영모화의 주변 풍경은 수초와 대나무, 암석 등이 표현되고 암석의 경우 당시 유행한 산수화풍인 절파화풍(浙派畵風)이 확인되기도 한다. 〈익모도〉 역시 물가풍경 속의 새를 그린 소경영모화이다. 다른 소경영모화와는 달리 〈익모도〉의 화면에서는 새, 물, 수초만이 확인된다. 배경의 점들과 간결한 수초는 한 쪽으로 향하고 있어 통일감이 느껴지고 이들의 크기와 굵기, 농담 등에 변화로 리듬감이 추가되었다. 

주인공인 새의 부리, 몸통, 다리는 모두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형태의 사실성이 느껴진다. 부리와 몸통, 꼬리는 먹으로 농담 표현이 되어 있으며, 새의 깃털은 날개와 꼬리, 배에 따라 깃털의 표현방식과 먹의 농도로 변화를 주었다. 날개의 깃털은 3겹의 진한 농묵(濃墨)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꼬리털은 날개의 깃털보다 물을 많이 사용한 중묵(中墨)으로 표현되었다. 배의 털은 단순한 직선으로 간결하게 그려졌는데, 날개나 꼬리에 비해 옅은 먹인 담묵(淡墨)으로 확인된다. 새의 부리를 자세히 보면 무언가를 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가 물 속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 물 속에서 먹이를 잡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징의 대표적인 영모화 화첩인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에 서문을 쓴 신익성(申翊聖)은 “화조화가 살아 있는 생명체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정밀한 관찰을 통해 사생해야 한다.”는 품평을 남겼다. 〈익모도〉에 표현된 사실성은 이러한 당시 화조화에 대한 관념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화면에 보이는 새의 모습과 신익성의 기록으로 보았을 때 〈익모도〉는 이징이 조선시대 물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새를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다. 더불어 주변 물풀의 표현과 새의 깃털 표현에 먹만이 사용되었지만 농담 표현을 통해 당시 조선만의 절제된 아름다움인 서정적인 화풍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홍익대학교박물관 인턴 육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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