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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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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 앞에 먹이를 던진다. 개미는 가까이 다가가 확인한 후 동료들을 부르러 사라진다. 그 사이 남자는 먹이를 치우고, 개미는 먹이 크기에 알맞은 수의 동료 개미를 데려왔다. 다 같이 빨빨대며 음식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있을 리가 있나. 동료 개미들은 일제히 헛걸음하게 한 개미를 바라본다. 무언가 말이라도 해보라는 듯이 말이다. 최근 본 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의 내용이다. “개미들은 멍청해.” “개미 불쌍해. 남자가 참 못됐다.” 등과 같이 영상을 보고 여러 감상이 나올 수 있겠지만, 기자의 경우 생뚱맞게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눈에 띄게 개미가 많은 곳이 있다면 어김없이 주변에 개미집이 있었고 그때부턴 최소 한 시간의 재미는 보장된 것이다. 미안하게도 대부분 개미들을 괴롭혔던 기억이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친숙한 곤충이라고는 말해두고 싶다. 하지만 그런 개미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저 자신보다 무거운 것을 들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고 협동심이 강하다는 상식적인 내용만 알고 있지는 않은가? 이번 오색찬란에서는 개미에 대한 자세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준비해 봤다.

 

[인간 같은 개미]

개미를 둘러싼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개미의 개체수가 1경에서 2경 마리로 지구에서 가장 수가 많은 동물이라는 점도, 티라노사우르스가 돌아다니던 백악기 시대부터 살아왔다는 점도 아니다. 바로 개미들의 생활양식이 인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협동하는 개미/ 출처: pixabay
▲협동하는 개미/ 출처: pixabay

모든 인간은 특정한 사회나 집단에 소속되며 그 속에서 개별적인 역할을 맡는다. 예를 들어, 공장을 운영하는 제조업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의 사장은 조직의 우두머리로서 경영을 총괄한다. 재무팀 직원은 매출·매입을 관리하고 홍보팀에서는 기업과 생산제품의 마케팅을 담당한다. 회사가 운영하는 공장에는 생산직 근로자들이 일을 한다. 이들은 세세한 분업화를 통해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한다. 누군가는 제품을 만들고, 누군가는 기계를 관리한다. 이러한 분업화는 개미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미는 집단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곤충으로 한곳에 모여 살면서 일을 나누어 한다. 집을 짓는 개미, 먹이를 나르는 개미, 애벌레를 돌보는 개미, 하루에도 수십 개의 알을 낳는 여왕개미에 이르기까지 무리 속에서 저마다 맡은 역할을 철저히 분업하여 수행한다. 여왕개미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알을 낳으며 군집의 규모를 키워나가고, 수개미는 여왕개미에게 일생 동안 필요한 정자를 한꺼번에 전달한 뒤 죽는다. 한편 번식 능력이 없는 암개미인 일개미는 알과 애벌레를 돌보며 개미왕국을 관리하고 보호한다. 이때 일개미들은 나이와 몸집에 따라 담당 업무가 달라진다. 젊은 개미들은 대개 둥지의 깊은 곳에서 지내며 여왕을 보좌하고 새끼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더 많아지면 둥지의 입구 근처에서 지내거나 바깥을 오가며 먹이를 모아 오는 역할을 한다. 개미들은 이러한 분업화를 통해 개미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간다.

개미는 때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보통 거주 영역이 겹쳤을 때 일어나는데, 먹이나 물 등을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페로몬 냄새가 다른 개미를 만나면 즉시 싸움에 돌입한다. 싸우는 과정에서 경보 페로몬을 발산하기 때문에 동료들이 모이게 되고, 곧 패싸움으로 번진다. 이는 결국 개미들 사이의 전면전이 된다. 평범한 곤충처럼 강한 턱으로 물어뜯기도 하고, 체내의 개미산이라는 산성 액체를 쏘아 공격하기도 한다. 개미들의 전쟁은 보통 한 쪽이 궤멸할 때까지 이어지며, 전쟁에서 승리한 개미들은 전리품으로 알, 애벌레, 고치와 식량 등을 약탈해 간다. 이처럼 개미는 인간처럼 조직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다.

 

[창작물에서의 개미]

▲개미를 다룬 창작물들
▲개미를 다룬 창작물들

개미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친숙한 곤충으로 세계적으로 다양한 창작물의 소재가 되었다. 특히 부지런한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개미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들을 통해 창작물에서 개미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알아보자.

어릴 적 동화책으로 흔히 접하는 『개미와 베짱이』우화에서 개미는 성실함의 표본으로 등장한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개미는 여름부터 부지런히 곡식을 모았고 덕분에 겨울에도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었지만 베짱이는 매우 게을러 일은 하지 않고 놀기만 했더니 겨울에 고생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픽사(Pixar)의 장편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A Bug’s Life)>(1998)는 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사고뭉치 일개미인 ‘플릭’이 메뚜기들의 괴롭힘에 맞서기 위해 더 강한 곤충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힘을 합쳐 메뚜기를 물리치는 내용이다. <벅스 라이프>는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비현실성이 가미되긴 했지만, 개미의 생활상을 고증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줄을 지어 먹이를 운반하고 무엇이든 협동해서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그렇다. 또한 여름부터 성실하게 곡물을 모으는 행동 역시 개미의 성실한 모습 중 하나다.

개미를 다룬 가장 유명한 소설 중 하나인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1961~)의 소설『개미』(1991)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숲속을 산책하면서 개미들을 관찰하다가 영감을 받아 작품을 썼다고 한다. 개미들의 지성 수준을 과장되게 설정했고 전투력이 비현실적으로 강하다는 점 등 소설의 전개를 위해 몇 가지 현실과 다른 설정이 있지만 개미사회의 특징을 전반적으로 잘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일개미들이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 정병개미들이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 등 실제 개미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유명하다.

 

[개미도 효율을 추구한다.]

▲개미에 페인트로 작은 점들을 표시함으로써 연구팀은 개미들이 2주 동안 무엇을 하는지 조사할 수 있었다./ 출처: PHYS ORG
▲개미에 페인트로 작은 점들을 표시함으로써 연구팀은 개미들이 2주 동안 무엇을 하는지 조사할 수 있었다./ 출처: PHYS ORG

이처럼 개미는 실제로 쉬지 않고 일하는 부지런한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분주하게 먹이를 찾고 애벌레를 돌보는 개미의 모습을 보면 거짓이 아니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개미가 게으른 곤충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개미 연구를 해오고 있는 다니엘 차보네우(Daniel Charbonneau)와 연구팀은 2017년 개미의 활동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투명 케이스 안에 인공 개미굴을 만들었고 개미에게는 여러 색의 페인트를 칠해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해 개미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개미의 활동성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었다. 가장 흔한 개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비활동성 개미(inactive ant)였다. 이들은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개미굴을 돌아다니기만 하고 하는 일은 없는 게으른 개미가 있었고 활동성 개미의 경우 먹이를 찾거나 굴을 보수하는 개미, 유충을 돌보는 개미 등으로 나눠졌다. 여기에서 사람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비활동성 개미가 많다는 점이 놀라운데, 연구팀은 비활동성 개미들이 일종의 예비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개미를 선택적으로 군집에서 제거해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부지런한 개미를 제외했을 때 쉬던 개미들이 일하기 시작했고, 반대로 움직이지 않은 개미를 제거했을 때는 일하던 개미들의 활동성이 변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일정한 비율로 일하는 개미와 쉬는 개미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작업량에 따라 항상 일정 숫자의 개미가 일하고 나머지는 쉬는 방식이었다. 연구진들은 이를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위해 일이 없는 개미는 휴식을 취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개미들은 성실함 뿐 아니라 슬기로움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개미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네. 그렇지만 오늘도 행복하다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엔딩곡으로 쓰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개미의 노래>는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는 개미를 표현하는 노래다. 직장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묘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성실한 개미들은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만약 오늘 지나가는 개미를 만난다면 이 기사의 내용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참고문헌] 「Lazy ants make themselves useful in unexpected ways」, 『PHYS ORG』, 2017.9.8. https://phys.org/news/2017-09-lazy-ants-unexpected-ways.html#j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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