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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색채를 만드는 먹처럼

장윤희(동양화 04)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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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희(동양화04) 동문
▲장윤희(동양화04) 동문

동양화에서 가장 대표적인 재료인 먹은 어떻게 갈아내는가에 따라, 그리고 물과 얼마나 섞이냐에 따라 무한한 색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덕에 우리 조상들은 붓, 종이 한 장, 그리고 먹만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그려냈다. 여기 먹의 특성과 똑 닮은 사람이 있다. 아나운서, 코미디언을 거쳐 이제 유튜버라는 다양한 색채를 가진 장윤희(동양화04) 동문을 만나보았다.

▲동문과 어머니. 어머니는 동문의 유튜브 채널 ‘미자네 주막’에 자주 출연한다.
▲동문과 어머니. 어머니는 동문의 유튜브 채널 ‘미자네 주막’에 자주 출연한다.

Q. 본교 동양화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어렸을 적 엄마가 항상 인사동에 데리고 다니며 전시를 보게 하셨다. 이때 전시 첫날에 열리는 오픈 파티를 경험하며 화가의 꿈을 품게 됐다. 이후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서 디자인, 판화, 서양화 등 거의 모든 미술 분야를 배웠는데, 그중에서 동양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서양화는 초등학교 때부터 해왔었고 동양화는 그때 처음 접했는데, 동양화의 특성으로 짙은 먹의 깊이만큼 내 감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동양화에 푹 빠져 전공으로 선택했다.

 

Q. 동양화과 졸업 이후 아나운서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대학 입학 후 1학년 때는 신나게 놀다가, 2학년 때부터는 핸드폰도 없애고 아예 학교에서 살다시피하며 그림을 그렸다. 방학 때도 실기실에 나갔고, 새벽에 차가 끊길 때까지 그림을 그리며 학교에서 살았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후 친구들과 떠들다 내 이름을 건 토크쇼를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렇게 하려면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나운서 준비를 하게 됐다. 그림과 아나운서 시험 준비를 동시에 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졸업과 동시에 모든 그림 도구를 창고에 넣고 다시는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젊을 때 할 수 있는 아나운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Q. 기독교 방송에서 아나운서, 케이블 방송에서 리포터 및 기상캐스터로 일한 적이 있는데,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코미디언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와 코미디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A. 공중파 방송의 아나운서 시험은 3,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단 한 명을 뽑는데, 내가 시험을 준비하던 3년간 시험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준비 과정에서 다른 곳의 아나운서를 몇 번 해봤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나는 아나운서가 자유로운 직업이라 생각했는데 주어진 대본대로만 진행해야 하고, 애드리브라도 하면 혼이 났다. “네가 코미디언이냐?”, “그냥 아나운서답게 해라.”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계속 틀에 박힌 일만 하니까 너무 답답했다. 내가 기대했던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론 고시 카페에 기자 모집이라는 공고를 클릭했는데, 알고 보니 희극 연기자 모집이었다. 그때 갑자기 머리가 번뜩했다. 아나운서 준비를 5년 넘게 했는데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어릴 때부터 코미디언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재미있을 것 같아 그냥 시험에 응시했는데 MBC 코미디언 공채에 합격했다.

▲동문이 출연한 방송 '동치미'(MBN)
▲동문이 출연한 방송 '동치미'(MBN)

Q. 유튜브(Youtube)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A. 방송 활동을 하면서 기획사에 입사했다. 기획사 사장님이 내가 일이 없을 때 “자기 PR 시대에 유튜브는 무조건 해야 한다. 개인 방송국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유튜브다.”라며 유튜브 채널 개설을 제안했다. 나는 자신이 없어서 계속 안 한다고 1년 정도 거절하다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시작하게 됐다. 회사의 권유로 지속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고, 술을 좋아하니까 술을 마시는 콘텐츠인 소위 ‘술방’을 시작하게 됐다.

 

Q.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제작 시 신경 쓰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안주이다. 안주는 콘텐츠 공개 시의 계절과 시기에 맞아야 한다. 연말이면 연말, 크리스마스, 명절 음식 등이 있어야 시선과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안주를 굉장히 신경 써서 고른다. 두 번째는 소통이다. 나처럼 ‘먹방’을 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데, 내가 다른 크리에이터만큼 음식과 술을 많이 먹지는 못한다.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게 수다 떨면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편한 옆집 언니 같은 느낌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혼자 외로울 때 틀어 놓고 같이 술 한잔 할 수 있는 방송, 아니면 같이 밥 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방송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Q.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 친한 언니처럼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데, 팬들과의 소통이 동문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A. 팬들은 가족 같고 큰 위로가 된다. 내가 사회성이 좋지는 않다. 사람들한테, 친구들한테 먼저 연락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다 보니 외로움을 즐기다가도 한 번씩 힘들 때가 있다. 그때 팬들이 먼저 잘 보고 있다고, 좋아한다고 연락을 보내올 때 위로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이제 구독자나 팔로워가 좀 많아졌는데, 지금보다 적었을 때는 팬들과 진짜 친구처럼 지냈다.

▲동문의 작품
▲동문의 작품

Q. 2020년 본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에 입학했는데, 미술에 다시 도전한 이유와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A. 그림은 어차피 평생 그릴 것이다. 지금의 내 꿈은 내 이름을 건 전시를 하는 것이다. 너무 바쁘고, 자리를 잡지 못했음에도 도전을 감행했다. 지금 아니면 진짜 못하겠다 싶어서 입학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일 밤을 새워도 될까 말까 하는 너무 힘든 일이라 당연히 일과 병행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당시 코로나19 시기라 비대면 수업이 많았는데, 그때는 라디오 DJ도 맡고 있었다. 너무 바쁜 일정 때문에 지금은 휴학을 한 상태이다. 그래도 시작하길 너무 잘한 것 같다. 남편과도 2년 안에 제대로 그림을 시작해서 전시 준비를 하자고 얘기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제일 하고 싶었고, 또 그림을 그릴 때가 행복했기에 다시 복학해서 언젠가는 그림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다음에 뭘 그려야 될지 고민이 많다. 웬만한 건 이미 작품이 되어있다. 내가 아무리 기발하게 생각하고 내 철학을 녹여내도 어딘가엔 있다. 그래서 미술을 할 당시에는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 이젠 무엇을 하더라도 그림 그릴 때만큼 미치고, 행복하고, 흥분을 느낀 적이 없다. 

 

Q.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학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A. 일단 본인이 정말 뭘 하고 싶은지 귀 기울여 봤으면 좋겠다. 본교에 입학해서 만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예술고등학교에서 미술을 배운 친구들과 대학교 동기들을 보면, 지금까지 미술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너무 열심히 해왔기에 나에겐 이거밖에 없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내 친구 중엔 디자이너가 된 친구도 있고 아예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다.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 때문에 다른 도전을 안 하기에는 너무 젊고 어리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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