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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기에 내가 있으며 너와 내가 있기에 우리가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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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와 인간은 공존을 택했다. 하지만 이 두 요소의 공존 이전에 수많은 분열이 사회를 휩쓸었다. 사회 내에 존재하고 있지만, 일원이 되지 못하는 ‘비가시적 빈민’들의 삶이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났다. 그들은 이전까지 내가 볼 수 없었던, 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상적 삶 속에서 끊임없이 주변화되는 존재다. 한국의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폐쇄 병동에서 발생한 점과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던 청도병원 시설 낙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사회로부터의 고립이라는 그들의 진짜 적과, 그들 ‘무리’가 맺는 관계의 성격을 생각해보도록 했다. 불평등의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돌봄’이 필요하다. 돌봄의 개념은 나에게 굉장히 개인적인 수준에 머물러있었다.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수준에서 멈추는 돌봄이 아닌,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의 사회적 약자를 향한 넓은 의미로써 돌봄이 제시되는 양상은 다양한 요소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돌봄은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다. 돌봄은 이질적 존재들과 함께하는 사회임을 인식함과 동시에,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인식하지 않으며, 그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사고하는 방식의 추구를 논의한다. 우리는 인간 행위자와 더불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비인간 행위자까지 모두 포함되는 ‘얽힘’ 속의 존재들이다.

얽힘의 개념은 돌봄을 수행하는 데 핵심적이다. 나는 이를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1947~2022)의 *행위자연결망이론 속 하이브리드(hybrid)적 사고와 연관지어 보고자 한다. 여기서 ‘하이브리드’라는 용어는 인간 및 비인간 요소 간의 혼합을 의미한다. 라투르는 근대성 철학의 기본 원리인 이분법적 사고를 문제로 제시하는데,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혼란 속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맞지 않은 사람’, ‘감염자-비감염자’, ‘바이러스-우리’와 같은 대립적 구도를 계속해서 생산해 냈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는 지배층의 담론을 정당화하는 비판점에 더해 피지배층을 향한 편향적 시각을 재생산한다. 저항과 수용의 단순한 프레임 속 피지배층의 이미지는 그들을 더 깊은 고통 속으로 밀어넣고 희생자의 딜레마에 빠지게 할 염려가 있다. 피지배층도 저항함과 동시에 지배층과 협력을 할 수도 있는,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 새로운 상호작용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이 복잡한 사회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얽힘의 사고는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존재에게 힘을 부여한다. 한 개인을 ‘슈퍼 감염자’로 몰고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슈퍼 감염자가 될 수밖에 없던 셀 수 없이 많은 상황의 층위와 구조들을 인식하게 한다. 이런 사고는 한쪽을 일방적인 행위자로서 바라보지 않게 한다. 또한, **라투르는 앞서 언급한 이분법적 근대 사고가 가지는 기이한 역동성에 주목하는데, 경계를 재생산하는 담론들이 얽힘의 세계를 생산하는 역설적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분리할수록 연결된다는 모순적인 사고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상황이 바로 이 과정에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구분 짓고 경계를 치며, 그것이 바이러스가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우리’를 위협하는 ‘적’을 상정해 낸다. ‘구별하기 담론’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코로나19 시대는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을 드러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다. 이는 마치 어떤 한계점에 부딪혀 쌓여왔던 것들이 터져 나오는 것같이 느껴졌다. 우린 이렇게 분리할수록 연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도달했고 비로소 ‘연결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인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생겨나는 또 한 사람의 고통을 나와 상관없는 ‘희생자’로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얽힘의 사고를 통해 함께 있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돌봄의 과정을 통해 사회에서 내쫓긴 후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가 보려 하지 않았던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 베풂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돌봄의 과정이 사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인간답게 생명을 유지할 사회 제도적 보호 장치를 발전시키고 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배제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개인이 돌봄을 생각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으며 너와 내가 있기에 우리가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

 

 

*행위자연결망이론(actor–network theory; ANT): 세계의 모든 존재는 그것이 사회적이든 자연적이든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호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이론적·방법적 접근법

**브뤼노 라투르, 이세진 번역,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사월의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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