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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향하여

김종민(전자전기76)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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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전자전기76) 동문
▲김종민(전자전기76) 동문

삼성 펠로 공개경쟁 1기, 과학 전문지『네이처(Nature)』표지의 주인공, *옥스브리지(Oxbrige) 정교수, 200개가 넘는 국내·외 특허 보유자. 하나하나가 대단한 이 수식어들을 모두 보유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종민(전자전기76) 동문이다. 본교 특대장학생으로 시작해 한국인 최초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ge) 이공계 정교수가 된 동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세계적인 과학 잡지『네이처』에서 ‘나노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로 소개되었다. 동문의 연구 분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A.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올레드(OLED)와 LED등 디스플레이 기술에 나노 기술을 더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QLED는 머리카락의 1/100 크기인 양자점 디스플레이다. 그만큼 나노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는 뜻이다. 나는 이런 나노를 발전기, 연료 전지와 같은 에너지 저장 장치에 활용한 융합 기술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삼성 근무 시절인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것과 OLED 기술을 개발한 것이 있다. 『네이처』 표지로 소개된 연구는 카본 나노튜브를 이용한 최초의 HD TV를 개발했던 내용이다.

▲동문이 소개된 과학 전문지 『네이처(Nature)』표지 (좌측부터)2009년, 2011년/ 출처: Nature Photonics
▲동문이 소개된 과학 전문지 『네이처(Nature)』표지 (좌측부터)2009년, 2011년/ 출처: Nature Photonics

Q. 삼성그룹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핵심 직원에게 부여하는 ‘삼성 펠로’ 공개 경쟁 1기 출신이다. 삼성에 근무하던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삼성 펠로’란 그룹 내에서 가장 뛰어난 연구를 하는 리더를 선발해 붙이는 칭호다. 삼성그룹에서 일하는 연구직은 총 10만~15만 명인데, 펠로는 매년 이 중에서 1~2명을 선발한다. 펠로로 선발된다는 것은 연구직 전체에서 가장 명예로운 일이다. 펠로로 선발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준다. 연구에 함께할 팀원도 배정된다. 펠로 1기로 선발된 후 동료들과 함께 연구한 내용이 네이처에 등재됐고, 그 후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정교수 임용으로 연결되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Q. 삼성종합기술원 전무로 근무하던 중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다. 대기업의 고위직에서 물러나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고충은 없었나? 당시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영국에 있는 친구들이 ‘옥스퍼드대학교에 교수 자리가 났다.’라며 교수직에 지원하라고 설득했다. 학교에 지원서를 보냈는데, 얼마 안 가서 바로 임용 면접을 보자고 해서 휴가를 내고 영국으로 갔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부총장과 학과장을 비롯한 학교 내 고위직들이 전부 참석해 있었다. 지원할 당시에는 교수로 합격할 줄 모르고 회사에도 알리지 않았는데, 예상과 다르게 당일 저녁 바로 합격 통보 전화가 걸려 왔고, 다음날 임용 계약서를 썼다.

임용되고 나서 사표를 내자 삼성 고위직에서 난리가 났다. 나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에서 내내 일하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싶었고, 회사에서도 응원하겠다며 사표를 받아줬다. 가족들도 내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삼성 근무 시절, 특히 신규 사업을 이끌던 시기에는 천안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3년간 숙직했던 적도 있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던 걸 알기 때문이다.

당시 스페인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도 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 얻은 아들이다 보니 ‘기러기 아빠’로 사는 것 보단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2013년 동문의 교수 임용 소식을 보도한 옥스퍼드대 뉴스 지면/ 출처: University of Oxford Department of Engineering Science News 2012-13
▲2013년 동문의 교수 임용 소식을 보도한 옥스퍼드대 뉴스 지면/ 출처: University of Oxford Department of Engineering Science News 2012-13

Q.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기술에 공헌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분야를 선도하는 움직임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이다. 무언가 하나를 선택했다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기술 하나를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못해도 15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선택한 것을 끝까지 끌고 가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지난 2022년 동문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rollable, bendable, foldable, stretchable 대형 섬유 디스플레이 /출처: 동문 본인 제공
▲지난 2022년 동문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rollable, bendable, foldable, stretchable 대형 섬유 디스플레이 /출처: 동문 본인 제공

Q. 2013년『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진학 당시 꿈은 의사였는데, 아버지가 동문 몰래 본교 입학원서를 냈다고 밝혔다. 동문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결정된 일이 현재까지 이어진 셈인데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어떤가.

A. 원래는 경북고등학교에 진학 후 서울대학교에 가려고 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철도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첫 입시에서 서울대는 불합격 통보를 받고 한국해양대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해양대에서 폭력에 시달려 가족 몰래 자퇴를 택했다. 그 후 철도청에서 일하다 가족의 권유로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는 걸 꿈꾸며 서울대 치과대학을 가려고 했는데, 내가 모르는 새 아버지가 본교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라며 새벽 3시까지 나를 설득했다. 아버지를 이기지 못하고 본교 건축과에 가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당시 총장님과 이사장님께서 전자공학과를 권유했다.

지금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해양대를 끝까지 다녔다면 항해사가 되어 세상을 돌아다녔을 것 같다. 그 당시 내 바람대로 서울대 치대에 갔다면 치과를 개원하고 해외여행을 즐기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전자공학과를 권유해 주셨던 교수님들께 감사하다. 특히 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특대장학생으로 4년 내내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 할 수 있게 해줬던 홍익대학교에는 고마움이 크고, 내 인생의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받았던 만큼 학교에 돌려주고 싶다.

▲1976년 동문의 입학 당시 특대장학생으로 보도된 본지 제 294호 지면
▲1976년 동문의 입학 당시 특대장학생으로 보도된 본지 제 294호 지면

Q. 영국의 경우 기초과학의 역사가 깊고 수준이 높지만, 우리나라는 응용과학이 강세다. 교수 및 과학 연구자로서 바라보는 양국 대학의 과학 교육은 어떤가.

A. 옥스퍼드대는 교수 한 명이 학생 1~2명을 개별적으로 가르치고 지도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창의력과 융합 기술을 길러준다. 이는 옥스퍼드대의 가장 강한 전통이다. 케임브리지대는 동일한 학과가 여러 칼리지(college)에 설치되어 있다. 같은 학과라도 칼리지에 따라 다른 분위기다. 여기에 여러 학과 학생이 서로 섞여 식사하고 소통하는 전통이 있다. 이는 케임브리지대의 융합학과가 자연스레 발달한 이유이다.

항상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 학생들이 영국 대학 교육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국인 유학생이 매년 입학하지만 3학년 이상이 되면 많이 사라진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과 본인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과학 교육에 창의적인 교육 실습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세계적인 석학으로서, 그리고 반대로 ‘인간 김종민’으로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A. 연구자로서 첫 번째 목표는 그동안 크기와 형태가 정해진 디스플레이를 자유로운 형태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섬유에 화면을 결합하고 모든 전자 장치를 섬유로 연결해 기기로 만드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섬유 기술과 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융합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꿈이다. 두 번째는 너무 늦기 전에 한국 학생들을 옥스브리지로 진출시키는 거다. 교수로서 다양한 나라의 많은 학생을 이끌어 본 경험을 살려 한국 학생을 이끌어 주고 싶다.

반면 ‘인간 김종민’의 목표는 거의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경험을 미래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다.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 많은 만큼 돌려주고자 하는데, 그 방법을 지금 고민하는 중이다.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A. 학교 명성에 대한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 내가 20대 시절 다니던 학교와, 지금 여러분이 다니고 있는 홍익대학교는 정말 다르다. 그리고 성적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학원에 진학할 기회가 열린다. 외국어, 특히 영어 실력을 기르면 큰 도움이 된다. 언어를 최소 3개 국어는 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융합기술에 대한 폭넓은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다. 옥스퍼드대에는 120여 년의 전통을 가진 **PPE라는 융합학과가 있다. 이 학과는 현재 영국 총리인 리시 수낵(Rishi Sunak, 1980~)을 비롯해 가장 많은 영국 총리를 배출한 학과다. 융합에 대한 기반을 쌓으면 불확실한 미래에도 좋은 인재가 될 것이다.

 

*옥스브리지(Oxbrige): 영국 최고의 대학교인 옥스퍼드대학교와 케임브리지대학교를 함께 지칭하는 단어.

**PPE(Philosophy, Politics and Economics):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융합해 가르치는 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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