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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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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문제해결 전략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고령화 등의 사회문제와 더불어 COVID19 이후 도시는 이전과는 또 다른 양상의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였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코로나 블루, 사회적 고립, 디지털 중독, 혐오, 각종 범죄 등을 겪으며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였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히 기술적·물리적 방책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 느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복잡하고도 모호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유연하게 접근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말을 아마 다들 한번 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러나 디자인이 실제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어쩌면 디자인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나 있냐고 묻는 이들이 대부분일지 모릅니다. 물론 디자인이 이 문제들을 전부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융합적 접근을 통해 보다 문제해결에 가까운 전략을 세우는 것에 있어서 디자인만큼 효율적인 수단은 없습니다. 오늘은 디자인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직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디자인 정책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정책’에서 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서울시는 범죄, 고령화, 청소년 문제, 치매,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문제에 디자인을 통해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는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 범죄 예방 디자인에서 출발한 이 정책은 사업 효과를 인정받아 적용 대상과 분야가 꾸준히 확대되었고, 2018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서울특별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조례」까지 제정되었습니다. 그동안 행정적 접근이 어려웠던 사회문제도 디자인적 관점에서 대응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서울의 화려한 경관과 다채로운 문화행사의 이면에는 여전히 각종 범죄에 대한 시민의 두려움과 고독한 노인들의 일상이 있고, 시내가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문화공간으로 차 있지만 학교는 여전히 100년 전과 동일한 획일화된 공간입니다. 서울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사업은 생활안심(범죄예방) 디자인, 인지건강 디자인, 스트레스 해소 디자인, 청소년 문제해결 디자인, 디자인거버넌스 등이 있으며, 주제별로 시민이 느끼는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도출을 위하여 추진됩니다. 도시 내 점차 세분화되고 있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각 사업은 개선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범죄, 치매, 고령화, 스트레스, 청소년 문제 등)를 명확히 정의하여 접근하고, 다양한 양상의 프로젝트로 확장합니다.

 

1. 금천구 시흥동의 <100세 정원>(2018)

사회적인 변화를 살펴보았을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던 것은 고령화 문제였습니다. 한국의 65세 노인인구는 14%로 2026년에는 2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서 비롯되는 문제들에 대응한 프로젝트 사례로 2018년 진행된 금천구 시흥동의 <100세 정원>이 있습니다. 2018년 금천구 시흥동은 고위험인구가 전체자치구 인구의 13%나 차지하는 지역이었고, 노인들이 보행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더구나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운동하거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역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간도 취약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르신들이 급식을 위해 찾아오시는 복지관 주차장 공간에 치유환경개념을 도입한 첫 정원인 ‘100세 정원’이 조성되었습니다.

‘100세 정원’이라는 이름에는 어르신들이 100세까지 건강하게 생활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24절기를 대표하는 꽃과 나무가 조성된 산책로에서는 계절에 따른 자연의 소리와 풍경을 느낄 수 있고, 다양한 나뭇잎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작가의 작품은 정서적인 자극을 유도합니다. 산책로 곳곳에는 운동방법이나 운동기구를 통해 어르신들의 신체적 활동을 도우며, 직접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원예 교실을 통해 사회적으로 교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원이나 복지공간만 조성한 것이 아니라 치매경도 인지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개인 주거지에서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해결 방법은 단순히 신체적 활동 공간의 부재만이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경험을 할 수 없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을 파악했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시설과 물리적 공간 개선을 넘어 정서적 자극을 주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마련하며, 대응 매뉴얼을 구축하는 등 다각도에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지건강사업은 노인 거주자가 많은 임대주택, 노인 이용률이 많은 복지관 등으로 사업을 유형화해 발전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15102 

 

2. 동대문구 전일중학교 <마음풀>(2018)

서울에는 오감을 깨우는 볼거리들로 가득하지만 100년 전과 지금의 학교는 동일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청소년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획일화된 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들은 디지털 매체 과의존과 같은 새로운 문제들을 겪고 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도 변화한 사회에 맞추어, 그리고 그것이 초래한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겠지요. 청소년들이 디지털 매체에 과의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2018년 시행된 동대문구 전일중학교 ‘마음풀’이 있습니다.

전일중학교의 평범한 교실에는 청소년들이 자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공간 ‘마음풀’이 조성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언제든지 찾아가 마음을 풀 수 있는 공간, 풀이 자라나는 공간,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자는 뜻입니다. 마음풀의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직접 흙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하며 직접 키운 식물로 요리도 만들어보도록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오감을 되살리고 감정을 회복시키며 균형적인 뇌 발달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지요. 

‘마음풀’ 프로젝트는 원활한 원예 활동을 위해 인근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학생들이 멘토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지관리를 위해 지역의 시민정원사들이 매칭되어 공간 관리를 돕고 있고, 이를 통해 지역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구성하고 그것이 커뮤니티로 이어져 꾸준히 자발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지요.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구축은 앞으로의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핵심이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출처: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15102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들에는 사후 대처보다도 사전에 예방하고 개선하기 위한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자인 정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디자인 정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회복탄력성을 지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시에는 건물, 도로, 각종 시설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결국 그 중심은 사람들이 모여서 구성한 사회입니다. 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가지려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야겠지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정책에서도 물리적 공간 개선을 넘어 소통 커뮤니티와 인식개선 등 사람을 중심에 둔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혼란이나 위험, 변화에 대응 및 적응하고 회복하는 능력 / 변화에 대응 가능한 시스템

 

참고문헌

https://design.seoul.go.kr/design/main.jsp 

https://sdif.org/html/ko/view.php?no=117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15102 

 

• 본 저작물은 서울특별시엣 2023년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 4유형으로 개방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백서’의 이미지를 이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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