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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이 방학을 건너가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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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났다. 개강이 시작되었다. 길고 긴 방학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개강은 엄청 빠른 속도로 다가온 느낌이다. 어떤 학생들은 방학을 잘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그 긴 시간 뭘 하며 방학을 보냈던가’하는 후회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는 수많은 계획으로 시간을 쪼개는 행동을 하는 ‘J형’ 인간이었겠지만, 방학이 끝날 때는 그 많던 계획은 계획에 그칠 뿐이었을 것이다. 원래 계획이란 계획을 세울 때 즐거운 법이고 후회로 남는 것이 계획의 끝일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가올 겨울방학은 어떻게 보낼까? 여름방학이 막 끝났는데 겨울방학을 기다리는 이가 나뿐만이 아닐 것이기에, 이제 나는 다가올 겨울방학의 계획을 세워 보려는 학생들에게 약간의 참견을 전하고자 한다. 계획은 시작의 즐거움이 99.9%일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다가올 겨울방학 계획을 책에서 찾겠다. <쇼생크탈출>(1994)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앤디’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있으면서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감옥 도서관을 책으로 채우는 행동이 크다. 탈옥을 한 후 발견된 성경에도 나오지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구절처럼 정말 책 속에 탈옥 도구인 작은 망치가 들어 있었다. 진짜 책 속에는 길이 있으니 나도 책 속에서 답을 찾겠다.

우선, 참고가 될 소설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다. 이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학 시절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인 내용의 작품이다. 하루키의 소설 주인공 이름은 작품의 주제를 상징한다고 작가가 말한 바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은 와타나베(渡辺)이다. 한자를 보면 주변부(辺)를 지나간다(渡)는 뜻이다. ‘와타스’는 ‘통과하다, 건너다’라는 뜻을 지닌다. 이 소설의 제목에서의 숲은 일본어 한자로 세 그루의 나무로 이루어진 숲, 일본어로 ‘모리(森)’라고 부르는 모양을 지니고 있다. 즉, 주인공이 이 세 그루의 나무로 상징되는 청춘의 인물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그 과정의 이야기가 이 소설에 담겨 있다.

청춘은 사전적 의미로 인생에서 봄이라는 계절에 해당되는 시절을 의미하며 초록이라는 색으로 대표된다. 대학 시절은 바로 이러한 청춘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창 푸른 인생의 숲에 해당하는 이 시기를 건너가는 ‘와타나베’라는 주인공의 모습에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가를 살펴보라는 것이 내가 건네고 싶은 ‘방학을 건너가는 법’의 답이다. 소설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여러 인물로 표상되는 나무들이 이루는 숲을 지나며 청춘의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독서이다. 주인공은 대학에서 ‘나가사와’라는 특별한 선배를 만나는데, 이 선배가 와타나베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 이유에도 책이 작동한다. 이 책의 이름은 비밀이다. 직접 책을 읽으며 찾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 비극을 공부하는 강의에서 청춘을 대표하는 초록이라는 이름의 ‘미도리’라는 여학생을 알게 된다. 와타나베는 대학교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시간을 주로 보내며 우울한 청춘과 상실을 이겨낸다.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 ‘앤디’, 하루키와 소설 속 주인공의 대학 시절과 ‘와타나베’라는 ‘건너다’라는 뜻의 이름, 독서, 책 등을 연결하면 방학이라는 시간을 건너가는 법의 해답이 나온다. 바로 도서관에서 방학을 보내라는 것이다. 도서관은 책이 제일 많은 곳이고, 책에는 정말 길이 있다. 하루키의 소설로 시작하여 주인공이 무료하고 우울하던 대학생 시기를 어떤 책을 읽으며 보냈는지 확인한 다음, 앞에서 친구를 사귀게 된 그 비밀의 책을 알고 나면 그 책을 읽으면 되고, 그 책에서 다음 읽을 책을 알려 줄 것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지 않고 잠을 청하기만 해도 된다. 그래도 책은 길을 제공해 줄 것이다. 어떤 장소를 매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꾸준히 가다 보면 분명히 어떤 일이 일어난다. 적어도 어느 겨울방학, 또는 여름방학 동안 매일 도서관을 갔던 ‘청춘의 나’라는 기특한 감정이 기억으로 남는다. 그 기억은 반드시 예상하지 못했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그러니 이번 학기 또는 이번 다가오는 방학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을 세워 보기를 바란다. 이 일이 쉽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쉽지 않으니 진짜 도전해 볼 만하다. 계획을 세우기를 좋아하는 ‘J’들이여, 꼭 참고하길 바란다. 시작은 무조건 모든 일의 반이다. 이제 반만 건너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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