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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단골손님 ‘술’, 정말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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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Youtube)를 포함한 OTT(Over The Top) 콘텐츠에서 등장인물이 음주하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즐거운 술자리, 술을 마시며 진솔하게 하는 대화와 같은 긍정적인 음주 장면도 존재하지만, 한편으론 술에 대한 경각심을 잃게 하고 나아가 음주를 조장하는 등 시청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디어에서는 얼마나 많은 음주 장면이 노출되고 있으며 그것을 수용하는 시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번 주제기획에서는 미디어가 음주 문화를 미화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 현황과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여길봐도 술,  저길봐도 술 】

▲유튜브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속 음주 장면/ 출처:경향신문
▲유튜브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속 음주 장면/ 출처:경향신문

드라마·예능에서의 음주장면 실태

<술꾼도시여자들>(tvN), <인생술집>(tvN), <나 혼자 산다>(MBC) 등 TV 속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음주 장면들은 시청자의 이목을 끌거나 공감을 얻곤 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1년 주류광고 및 음주 장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존의 TV 드라마·예능의 경우 프로그램 1편당 음주 장면이 0.9회 등장했고, 예능 프로그램(0.5회)보다는 드라마(1.3회)에서 음주 장면이 더 많이 방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연자의 일상 등을 보여주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직접 음주 장면이 1회 방영분 전체 분량의 25%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유형별로 살펴보면 드라마에서는 원샷·폭탄주·폭음·만취 등 음주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의 비율이 높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스트레스 해소 등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비율이 높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개발증진원의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음주 장면은 그 영향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묘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SBS)는 음주를 미화하거나 조장할 우려가 있는 장면을 송출했고, 이를 청소년 보호 시간대에 재방송해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를 받기도 했다.

 

제재가 어려운 OTT 콘텐츠

한편, 이러한 미디어 속 음주 장면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OTT 콘텐츠 및 유튜브로 확장됐다. 예를 들어, 가수 이영지가 진행한 유튜브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어반자카파 조현아의 <목요일 밤>, <백스피릿>(Netflix) 등 술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10월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출연한 영상은 올해 8월 기준 2,000만 조회수를 돌파한 것과 <술꾼도시여자들>은 티빙(TVING) 오리지널 콘텐츠 중 주간 유료 가입 기여 수치 1위를 달성한 수치 등을 통해 음주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미디어 흐름에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022년부터 「국민건강증진법」을 근거로 유튜브 등 디지털 공간에서의 음주 장면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유튜브 음주 영상 점검 결과, 유튜브의 음주 콘텐츠 100개 중 90개는 음주를 단순히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과음·폭음·폭탄주 등 음주와 관련하여 부정적 행동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평균 약 80만 회로 많은 사람이 시청했으며, 이중 아동·청소년도 조회수에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OTT 콘텐츠 및 유튜브의 경우 방송매체보다 더 높은 자율성이 부여돼, 방송 중단 등 현실적으로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건강개발증진원 측은 음주 장면의 유해성을 알리고,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과 사례집을 보급하는 등 유해한 음주 장면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 담배보다는 술? 무뎌진 경각심 】

▲술과 담배에 대한 대학생 인식 설문조사
▲술과 담배에 대한 대학생 인식 설문조사

담배와 술은 모두 1급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청년들 대부분은 담배에 대한 경각심은 갖고 있는 반면, 술이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지난 8월 26일(토)부터 6일동안 본교 학우 총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3명 중 102명(99%)이 술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술의 해로움을 인지하고 있던 102명중 41명(40%)만이 술이 1급 발암물질임을 알고 있었으며, 과반수가 넘는 61명(60%)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전체 응답자 103명 중 97명(94%)이 술과 담배 중 담배가 더 인체에 해로울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술이 건강에 유해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유해성 정도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청년들의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전체 응답자 103명 중 18명(17%)이 △(공익)광고△교육△미디어 등을 언급하며 담배의 유해성 인지 대비 술에 대한 경각심 부족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형성된 인식이 꾸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에서 금연에 대한 교육과 정책은 자주 다루고 있지만 금주에 관해서는 언급이 비교적 적다. 방송에서도 담배에 비해 음주는 상대적으로 제재가 적으며, 음주를 하는 것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경우도 빈번하다. 담배의 경우 대표적인 청소년 대상 금연 공익광고 및 캠페인 ‘노담’ 등 청소년기부터 담배에 대한 부작용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일부 억지스러운 유행어와 같다는 광고를 향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2023년 ‘제 10회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수상하는 등 금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또한, 2016년 시행된 담뱃갑 경고 이미지 시행 등 흡연 자체에 대한 위험성을 공공연하게 알리려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금주 광고로는 공공장소 예절, 음주운전 예방 등을 위한 금주를 설득하며 음주 자체보다는 이로 인한 특정 상황에서의 문제를 짚고 있다. 술 자체에 관한 부작용을 설명하는 금주 공익광고가 있지만, 금연 광고에 비하면 수가 적다. 이에 관해 A 학우는 "어릴 때부터 보고 들은 것들이 더 와닿는다. 성인이 된 이후로 술을 마시면서 술의 위험성을 알게 되었음에도 담배의 부작용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정부가 금연 정책에 비해 금주 정책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 역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좌)노담 캠페인 포스터/ 출처:보건복지부 (우)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한 음주 광고/ 출처:롯데칠성음료
▲(좌)노담 캠페인 포스터/ 출처:보건복지부 (우)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한 음주 광고/ 출처:롯데칠성음료

 

【 청소년에게 음주 특강이 되어버린 ‘술방’ 】

미디어 음주 장면의 경우, 동일한 방송심의 규정을 받는 흡연 장면과 달리 비교적 높은 빈도로 송출되고 있으며, 음주를 소재로 한 예능·드라마·유튜브 콘텐츠도 계속해서 제작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술방’도 마찬가지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유승철 교수는 술방이 인기를 얻는 이유로 생생함과 진솔성을 꼽았다. 방송 진행자의 여과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흥미를 느낀다는 분석이다.

 

미디어를 통해 술을 학습하는 청소년

미디어 음주 장면에 대한 노출은 긍정적 음주기대, 음주동기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음주 장면을 자주 접할수록 음주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음주를 시작하는 연령도 더 빨라지게 된다고 한다. 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본교 광고홍보학부 이은선 교수는 “Z세대에게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는 스마트폰이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만 인터넷을 사용한 다른 세대들과 비교하면 Z세대는 자유로운 미디어 이용환경으로 인해 더 강하게 미디어와 연결되어 있다.”라며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미디어에 민감해진 현 Z세대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미디어에서 습득한 정보는 관찰학습과 동조효과에 의해 소비자들의 행동과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관찰학습이란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 다른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학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음주 장면 영상이나 콘텐츠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관습적으로 학습한 ‘술은 건강에 안 좋다.’라는 생각은 옅어지고 어느 순간 거리낌없이 술을 마시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의 현재음주율 추이 그래프/ 출처:교육부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청소년의 현재음주율 추이 그래프/ 출처:교육부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교육부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2022년 청소년(중1~고3 대상) **현재음주율은 △남학생 15.0% △ 여학생 10.9%로 전년 대비 증가(남 2.6%p↑, 여 2.0%p↑)했고, 1회 평균 음주량이 중등도(남자 소주 5잔, 여자 3잔) 이상인 위험음주율도 남녀학생 모두 증가(남 0.8%p↑, 여 0.7%p↑)하는 등 청소년 음주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유 교수는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는 영상을 본다고 해서 술의 소비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점은 청소년의 경우 술방을 보고 따라 하고 싶은 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예로, 청소년 A씨는 모두는 아니더라도 몇몇 음주 콘텐츠에서 술이 미화돼 그려진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 OTT 드라마에서 술을 마시고 멋있게 행동하는 주인공을 본 적 있는데, ‘술을 마시면 광기 어린 사람이 되는구나. 나도 술 마시고 저렇게 쿨하고 멋진 모습이 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건전한 음주 문화를 향해

한편, 유 교수는 현 상황의 해결책에 대해 “OTT, 유튜브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에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모든 영상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 등 다양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올바른 음주 문화 교육을 통해 음주에 대한 리터러시(Literacy)를 키우는 게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강제성이 있는 규제보다는 건전한 금주 문화에 대한 협의체를 만드는 등의 활동이 더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또한 청년 B씨는 “노담 캠페인이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절주 정책 또한 노술 캠페인을 만들어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최근 미디어 속 음주 장면은 지속적으로 TV나 유튜브와 같은 방송 매체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생생하고 진솔한 출연자들의 모습에 청소년과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술방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에 대한 우려의 시선 역시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분별하게 송출되는 음주 방송에 대해 직접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절주 정책이나 캠페인은 현재 시행되는 금연 정책이나 캠페인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활발하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절주에 대한 경각심도 마찬가지이다. 음주 방송이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에게도 쉽게 노출되는 것은 분명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건강한 음주 문화, 절주 문화를 그려내면서 동시에 음주 행위를 미화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여러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가영, 조희정, 나세연, 이희종, 「미디어음주장면 노출이 성인 음주문제수준에 미치는 영향: 긍정적 음주기대, 음주동기의 매개효과」,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 2021.

**현재음주율: 최근 30일 동안 1잔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

참고문헌: 강승미, 유주연, 유승철, 「왜 그들은 ‘술방’을 보는가?: 소셜미디어 음주 일인방송 시청동기와 콘텐츠 태도에 대한 탐색적 연구」, 『사회과학연구』, 2021

 

 

김민규 기자(alomio1224@g.hongik.ac.kr)

서정인 기자(c231116@g.hongik.ac.kr)

이은서 기자(21vcdles@g.hongik.ac.kr)

주현식 기자(gustlr@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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