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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 속에서 최선을 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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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라, 이거 좀 불합리한 거 아닌가?’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이런 ‘불합리’ 중에서는 자신이 직접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그래서 기자는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그래도 최선은 다하기로.

기자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불합리한 상황은 각각의 불가피한 사정들 속에서 도출된 어쩔 수 없는 결과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자도 그런 상황을 겪곤 했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별로 없었다. 물론 기자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해 못 할 것들은 없었다. 그래서 요즘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기자에게 일어나도, ‘다 그만한 사정이 있겠거니’하며 어림짐작한다. 그러면 그 일로 생겨날 피로감과 어쩌면 기자가 생각 없이 저지를 수도 있었던 실수들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기자에게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진짜 불합리한 순간’들이 찾아오곤 한다. 이해할 수도, 이해하기 위한 노력조차 하기 싫은 그런 일들 말이다. 그럴 때마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칼부림이 하나의 ‘유행’처럼 벌어졌다. 지난 7월 21일(금)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부터 지난 8월 3일(목) 발생한 서현역 칼부림 사건, 그리고 그사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수많은 테러 예고글과 미수로 그친 사건들까지. 해당 사건들로 인해 공포에 떨어야 했던 시민들과, 실제로 피해를 입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을 겪어야 했던 걸까?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범행 동기를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꼽았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다. 불만은 사회에 있는데 왜 아무 잘못도 없고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건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18일(화) 서울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해당 사건으로 인해 현 대한민국 교사들의 부당한 처우와 관련 사례들이 일파만파 번져나갔다. 이런 이해하지 못할 불합리한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사실 이런 일들은 개인이 막을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기자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했다. 자백과 젊은 나이를 이유로 아동 성폭행범을 감형해 준 판사가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돼도, 물가 안정을 도모하면서 현재 서울시 버스비와 택시 기본요금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국무총리라도,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 죽음에 이르러도, 국가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상을 살아가기도 벅찬 한 명의 개인이 그 일들을 막을 순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추모가 일상이 된 요즘, 기자는 이유 없는 죽음들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 죽음은 나의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어쩌면 나였을 수도 있다. 기자의 오늘 하루는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에 존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갈수록 앞이 아니라 옆과 뒤를 봐야 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풍족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나 자신이 중요한 시대고 나를 사랑해야 한다지만 적어도 나를 위해 남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남겨두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인 듯하다. 그래서 기자는 불합리한 세상 속 최선을 선택하려 한다. 불합리에 무뎌지지 않기. 불합리한 일들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기, 적어도 목소리를 내는 사람의 입을 막지 않기. 남들이 볼 땐 쓸데없는 짓이라 할지라도 기자는 기자의 최선을 택할 것이다. 아무리 나의 인생이 팍팍하고 여유가 없다고 해도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사람, 그것이 기자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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