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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법

상처는 흉터가 되고, 흉터는 옅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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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상처는 어떤 특정한 기억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적인 환경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중요한 건, 몸에 난 상처가 약을 바르고 기다리면 나을 수 있듯이 마음에 난 상처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사람과 사람 간의 연대와 관계가 있다. 이번에 소개할 『유진과 유진』,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이 두 책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우리 삶을 얼마나 간섭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같은 이름, 같은 기억, 다른 인생?]

 

 

새 학기 첫날, 광희여자중학교 2학년이 된 ‘이유진’은 자신의 유치원 동창이었던 ‘이유진’과 같은 반이 됐다. 키 차이를 이유로 한 명은 ‘큰 유진’, 다른 한 명은 ‘작은 유진’으로 불리게 된 둘. 그런데 이상한 점은, 큰 유진은 작은 유진을 기억하지만 작은 유진은 큰 유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다. 큰 유진은 혹시 ‘그 일’ 때문에 자신을 모른척하는 거냐고 묻지만 작은 유진은 그 일은커녕 여전히 아무것도 기억해 내지 못한다.

사실 두 유진이들은 아동 성폭행 피해자들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유치원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에 작은 유진이 인형 목을 조르거나 다리를 자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면서 원장의 범행이 들통나게 됐다. 둘은 같은 일을 겪었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큰 유진은 자신이 살면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순간이 그때라고 이야기할 만큼 부모의 사랑으로 상처를 극복했지만, 작은 유진은 아이보다 자신들의 체면을 우선시하는 부모의 강압적인 태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영향으로 기억을 잃었다. 책의 후반부, 유진이들은 가출해 정동진으로 향했다.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끼리 서로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주며 작은 유진은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위로를 큰 유진으로부터 받게 되고, 큰 유진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처의 흔적을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지워나간다.

소설 『유진과 유진』은 같은 아픔을 겪은 두 아이가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났는지를 보여준다. 과거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그 바탕엔 공통적으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유진의 어린 시절은 사랑이 가득했던 큰 유진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래도 이제는 유진과 유진이가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보살피며 연대한다. 낫지 않는 상처는 없다. 비록 그 상처가 흉터로 남아 지워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흉터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옅어지기도 더 짙어지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왜 다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작은 흉터가 될 수도 있다. 아마 유진과 유진은 그 과정을 거치고 있으리라.

 

[마음을 다스리는 마술]

 

 

‘짐’은 마술을 좋아하는 평범한 어린 소년이다. 어느 날 마술용 플라스틱 엄지손가락을 잃어버린 짐은 새로운 엄지손가락을 구하기 위해 선인장 토끼 마술가게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루스’라는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우연한 기회로 짐은 루스에게서 그의 삶을 바꿔줄 ‘진짜 마술’에 대해 6주 동안 배우게 된다.

루스의 마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몸의 긴장 풀기. 둘째, 마음 길들이기. 셋째, 마음 열기. 넷째, 의도를 명확하게 하기. 즉,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사실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는 작가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루스가 가르쳐준 마술은 그렇게 대단해보이는 것들은 아니지만,  작가의 삶이 반영된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은 '삶을 바꾼다'는 마술에 설득력을 더한다.

루스의 마술은 간단해보이면서도 어려운 ‘마음’에 관한 것이었다. 가난한 집안,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뇌졸중과 만성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 짐의 불우한 가정 환경은 짐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상처는 짐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의 마음속 깊이 남을 수밖에 없다. 만약 짐이 루스를 만나지 못해 마음에 관한 마술을 배우지 못했다면, 짐은 평생 과거에 갇혀 불행한 인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다스린다고 해서 지금 당장 짐의 불우한 가정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결국 짐은 이 마술로 인해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꿈꾸던 의사가 되었다. 이러한 짐의 삶은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온 루스의 마술은 소설의 등장인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들에 의해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그 상처는 어쩌면 오랫동안 우리 삶에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짐의 가정환경이 짐의 잘못이 아니듯, 그것들 또한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상처는 흉터를 남긴다. 흔히들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옅어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 이게 어쩌다 생긴 흉터인지 잊어버릴 때가 오기도 한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낫지 않는 상처는 없듯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다. 충분한 시간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연대가 있다면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위로가 되어준 유진과 유진처럼, 루스가 가르쳐준 마술로 누적된 아픔을 극복한 짐처럼. 영원한 아픔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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