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랜드마크, 웅장한 문화의 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랜드마크 건설!” 모바일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하게 들어봤을 법한 음성이다. 그 소리가 들리는 순간,  폭등하는 도시의 가치를 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랜드마크를 보면 그 웅장한 크기에 압도되거나 문화의 힘을 느끼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안겨 주는 랜드마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왜 랜드마크를 만들까?]

랜드마크란, ‘어떤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는 구별되는 지형․시설물’을 의미한다. 원래 뜻은 방랑자 혹은 여행자가 여행 중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만든 표식이었다. 랜드마크라는 용어와 개념을 학술적으로 처음 도입한 사람은 케빈 린치(Kevin Lynch, 1918~1984)이다. 린치는 도시 이미지를 △경계(Edge) △결절점(Node) △랜드마크(Landmark) △지역(District) △통로(Path)의 5가지 요소로 정의했다. 그 중 랜드마크는 도시나 지역 전체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에 해당하는 건물이나 산 등과 같은 물체를 의미한다. 이처럼 랜드마크는 주위에서 알기 쉽고 눈에 띄는 물체로서 기억하기 쉽다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므로 랜드마크는 지역 및 도시 내에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브랜드(Brand)로서 기능한다. 파리의 에펠탑(Eiffel Tower), 런던의 빅 벤(Big Ben)과 같이 도시의 산증인으로서 도시 역사를 함께한 랜드마크가 존재하는 반면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우리나라의 롯데월드타워와 같이 도시의 발전을 대표하는 건축물도 존재한다. 유명한 랜드마크에는 해마다 수천만 명의 관광객들이 모이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출처: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홈페이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출처: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홈페이지

한 랜드마크 건축물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은 예로,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중심도시 빌바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과거 빌바오는 제철업, 조선업이 발달한 도시로 큰 경제 규모를 보유한 도시였다. 하지만 1980년대 스페인 전역의 불황과 함께 철강 산업의 쇠퇴를 겪으며 빌바오의 경제는 쇠락했다. 바스크 지방의 독립을 주장하는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테러 또한 도시 쇠락의 원인이 되어, 실업률이 약 30%에 달하는 등 도시는 내리막을 걷게 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페인 정부는 1997년 도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을 유치했고, 이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가 설계한 이 미술관은 독특한 형태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고, 인구 40만이 채 안 되는 빌바오에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기 시작하며 도시의 부흥을 이끌게 된다. 이는 문화를 담은 랜드마크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이후 도시의 한 건축물이 그 지역에 막대한 경제적·문화적 효과를 주는 것을 ‘빌바오 효과’라고 부르고 있다. 

 

[더 높이! 마천루를 짓는 국가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출처:pixabay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출처:pixabay

랜드마크의 대표적인 형태로 마천루(摩天樓)가 있다. 본지 제1214호에서도 다루었듯, 현대에 접어들면서 최고(最高)에 대한 도전은 더욱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현대에서 이러한 최고층 건물들은 단순한 건물을 넘어 해당 국가, 도시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경기 호황기였던 2017년에는 마천루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초고층 건물의 건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 Council on Tall Building and Urban Habitat)가 공개한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 해동안 전세계에서 지어진 높이 200미터 이상의 초고층 건물은 모두 143개로, 2017년 147개, 2016년 130개, 2015년 115개를 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초고층 건물의 건설이 꾸준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초고층 빌딩은 이른바 ‘마천루 효과’라는 경제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마천루 효과란, 초고층 빌딩 하나가 작은 도시에 버금가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경제 효과를 말한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에는 축구장 60배 크기의 쇼핑몰이 있으며, 연간 1,000만 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우리나라도 롯데월드타워 준공 당시 연간 관광객 500만 명 방문에 매출 1조 5천억 등, 전체 경제 효과가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하지만 마천루에 대해 웃지 못할 이론도 있다. ‘마천루의 저주’라고 불리는 이론이다. 마천루의 저주란 초고층빌딩 건설 붐이 일면 그 후 경제 파탄이 찾아온다는 속설이다. 이는 도이치뱅크의 분석가인 앤드루 로런스(Andrew Lawrence)가 1999년 ‘마천루 지수(skyscraper index)’란 이름으로 발표한 개념이다.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침체 직전인 호황기의 막바지에 초고층 빌딩 건설 투자가 최고치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마천루 지수’는 유머가 섞인 장난스러운 의도로 발표됐지만, 이론이 발표되고 10년 후 두바이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나자 ‘마천루의 저주’라 불리기 시작했다. 2009년 부르즈 칼리파를 건설하던 두바이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하는 등의 재정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부르즈 칼리파를 뛰어넘는 167층, 1,007m의 건물을 목표로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타워는 2013년에 착공했다. 이 역시도 불투명한 사업성에다 코로나 여파 등 여러 위기를 거치며 여러 번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을 겪어, 아직 완공되지 못한 상태이다.

[랜드마크의 보존, 어떤 방법으로?]

모두가 랜드마크를 짓는 와중, 우리나라의 한 랜드마크가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 바로 1983년 건립된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세대 현대 건축유산이며, 거장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 1886~1969)의 제자인 김종성 건축가의 대표작이다. 이 건물은 살짝 꺾은 날개 디자인, 외관을 알루미늄 *커튼월로 마무리한 점 등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건물로, 철근 콘크리트 위주의 한국 건축에 혁신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연이은 재정난으로 인해 매각을 거쳐온 끝에,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수익성이 낮은 힐튼 호텔을 허물기로 결정했다. 건축물의 입면 보존에 대한 논의가 오가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철거가 결정된 것이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IMF 미셸 캉드쉬(Michel Camdessus) 총재가 묵으며 구제금융안 협상에 서명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북한 조문단이 머무르는 등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건축물이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랜드마크의 철거에 건축계는 아쉬움을 표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출처: 밀레니엄 힐튼 서울 홈페이지
▲밀레니엄 힐튼 서울/ 출처: 밀레니엄 힐튼 서울 홈페이지

이와 반대로 랜드마크의 입면을 성공적으로 보존했다고 평가받는 몇 가지의 사례가 있다. 첫째로,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개축 사례이다. 12세기 프랑스의 필리프2세(Philippe II 1165~1223)가 건축한 요새가 그 시초가 된 루브르 박물관은 옛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새 건축물과 조화시킨 사례로 꼽힌다.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Francois Mitterrand) 대통령은 일명 ‘위대한 루브르’ 계획을 통해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며 루브르 박물관을 개축했다.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인 아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의 설계에 따라 입구에 유리로 된 피라미드가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새로 세워졌다. 또한, △강당 △주차장 △식당 △특별전시실 등 공간을 대부분 지하에 건설해 기존 건물의 외형을 최대한 보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2년 개축 완료 이후, 유리 피라미드는 신구와 동서를 잇는 조형물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출처:pixabay
▲파리 루브르 박물관/ 출처:pixabay

두 번째 사례는 뉴욕 맨해튼 57번가에 있는 허스트 타워이다. 허스트 사는 뉴욕 맨해튼 57번가에 최초의 본사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6층 규모의 건물로, 허스트 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가 지은 건물이다. 허스트 사는 본사 건물의 역사를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고층 건물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기존 6층 건물의 입면은 남겨둔 채로 그 자리에 46층의 현대식 건물을 집어넣는 계획안이었다. 기존 건물이 존재하는 6층 높이까지는 로비홀로 만들어 1층 로비와 엘리베이터만 위치하도록 했다. 동시에 새롭게 만들어진 신축 건물은 기존 건물보다 안쪽으로 몇 미터 떨어져서 지어, 보존된 입면과 신축건물 간에 거리를 두는 설계를 했다. 이 떨어진 공간에 천창을 두어 자연채광이 로비로 들어오게 해, 1층에 있는 사람이 6층 높이에 있는 창문을 통해 맨해튼의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맨해튼 허스트 타워/ 출처:CTBUH
▲맨해튼 허스트 타워/ 출처:CTBUH

김유경(2006)에 따르면, 랜드마크는 관광지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며, 이미지는 한번 설정되면 그대로 지속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관광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는 요인들이 변하더라도 처음에 지각된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랜드마크가 한 번 만들어질 때 가지게 되는 정체성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랜드마크가 다수 지어지고 보존되길 바란다.

 

*커튼월: 하중을 지지하고 있지 않는 칸막이 구실의 바깥벽, 초고층건축에 많이 사용됨

참고문헌: 김유경. "상징으로서의 국가 브랜드와 국가 이미지: 한국의 상징물은 무엇인가." 한국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 주최 포럼 발표자료 (2006).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