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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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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 展 포스터

당신의 가장 첫 번째 꿈을 기억하는가? 누군가는 요리사를, 누군가는 대통령을, 누군가는 경찰차나 소방차 그 자체가 되길 바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슨 꿈이든 어떤 형태든 언제, 어디서나 이룰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동화 속이다. 이젠 다 커버린 기자를 비롯한 독자들은 어쩌면 어릴 적 그렸던 ‘미래의 멋진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은 잊고 살았던 그날의 꿈을 되살아나게 해주고, 우리의 어린 시절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꿈을 심어준다.

▲앤서니 브라운, '넌 나의 우주야(Our Girl)'(2020)

제1전시실에서는 그림책 작가인 앤서니 브라운(Anthony Edward Tudor Browne, 1946~)의 작품활동 연대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전시실의 입구에는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 캐릭터인 고릴라가 한복을 입고 관람객들을 환영하는 미디어아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강하지만 온화한 고릴라는 어릴 적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처럼 그의 유년 시절과 가족을 향한 사랑을 담은 가족 시리즈 4부작은 관람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이 찬사받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까지 책 속에 담았기 때문이다. 특히 『돼지책(Piggybook)』(1986)에서 그 면모가 잘 드러났다. 『돼지책』 속 아빠와 아이들은 스스로 할 줄 아는 것 없이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끊임없이 요구해 댄다. 결국 엄마는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메모와 함께 집을 나가버리고, 엄마의 빈자리를 메꾸지 못한 아빠와 아이들은 돼지로 변한다. 이후 엄마가 집에 돌아오고 집안일을 나눠서 하자 아빠와 아이들은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내 등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엄마의 얼굴이 뚜렷하고 당당하게 나타난다. 

위 줄거리는 아마 동화책에 기대하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런 주제를 건드림으로써 어린이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사유하게 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제2전시실과 제3전시실이 나온다. 제2전시실은 ‘윌리’를 위한 곳이다. 고릴라가 그의 아버지였다면, 침팬지 윌리는 앤서니 브라운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겁쟁이지만 사려 깊은 윌리는 힘이 센 형과 닮고 싶어 운동하는 평범한 아이 같기도 하고, 미술관 속 걸작들에 등장하거나 고전 동화 속으로 모험을 떠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꿈꾸는 윌리(Willy the dreamer)』(1997)는 꿈과 꿈을 이어주는 바나나를 통해 영화배우나 화가, 유명 작가가 되기도 한다. 윌리는 전 세계 어린이들이자, 그들의 꿈을 대변하는 존재다.

▲앤서니 브라운, '미술관에 간 윌리(Willy's Pictures)'(2000)

앤서니 브라운이 배경 속에 숨긴 여러 시각 장치에 대한 소개를 보고 나면 셰이프(Shape) 게임을 할 수 있는 제3전시실의 체험존이 나온다. 셰이프 게임은 한 사람이 종이에 단순한 모양을 하나 그리면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활동이다. 앤서니 브라운은 자신이 만든 모든 책에서 셰이프 게임을 했다며, 이것이 아주 중요한 놀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그림으로 잔뜩 메워진 벽을 바라보는 기자의 가슴이 덩달아 몽글몽글해졌다. 체험존에서 뒤를 돌면 고릴라와 새끼 고양이의 우정을 다룬 『우리는 친구(Little Beauty)』(2008)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고양이를 등에 업고 하늘을 날고 있는 고릴라 조형물은 서로의 다름은 우정의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고릴라 조형물

길지 않은 전시였지만, 기자는 한 작품, 한 작품 앞에서 발을 뗄 수 없었다. 그의 작품은 동화 속 세상에 기자를 초대해 현실 세계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본 전시가 전해주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여러 자극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느끼기 어려운 순도 100%의 즐거움이었다. 전시장을 떠나며 기자는 다시 현실과 마주해야 했지만, 그곳에서 되살아난 꿈을 향한 열정이 오늘 하루를 버텨낼 힘을 줬다. 일상에 회의가 들고, 무언가 잃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의 동화를 읽어보라 전하고 싶다. 앤서니 브라운이 말하는 동화의 힘을 끝으로 기사를 마친다.

 

“윌리는 꿈을 꾸고, 독자도 꿈을 꾼다. 작가도 꿈을 꾼다. 윌리는 꿈이다.”

 

▲체험존

전시 기간: 2023.07.13 (목) ~ 2023.10.15 (일)

전시 장소: 꿈의숲 상상톡톡미술관

관람 시간: 화 ~ 일 10:00 ~ 18:00 (17:30 입장 마감,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익일 휴관)

관람 요금: 성인, 어린이(전 연령) 10,000원/24개월 미만 무료 (단체는 별도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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