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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여섯 줄에 온 세상을 담아내는

실리카겔 김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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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김춘추/출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올여름 국내 페스티벌을 휩쓴 밴드가 하나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싱글 앨범 <NO PAIN> 발매 이후 대중에 제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밴드 ‘실리카겔(SILICA GEL)’이다. 가만 듣고 있자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몽환적인 사운드에 ‘소외됐던 사람들도 모두 함께 노래를’ 하고, ‘온 세상 사람들에게 입 맞춰’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실리카겔은 지금 그 누구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의 무대 한가운데, 눈을 감고 접신이라도 한 듯 리듬을 타며 기타 리프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의 모습은 우리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변함없이 몰두하고 끊임없이 몰입하는 그의 이름은 김춘추다. 싱글 앨범 <Tik Tak Tok>의 발매를 앞둔 기타리스트 김춘추를 만나보았다.

 

Q.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에 앞서, 본지를 통해 ‘김춘추’를 처음 만나게 되는 독자를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김춘추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음악가다. 실리카겔이라는 밴드에 몸을 담고 있고, 그 외에도 개인적인 음악 관련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밴드 실리카겔/출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Q. 몸담은 밴드 ‘실리카겔’은 지난 2022년 싱글 앨범 <NO PAIN> 이후 본격적으로 소위 말하는 ‘대세 밴드’ 반열에 오르게 됐고, 그 결과가 지난 4월 발매된 EP 앨범 <Machine Boy> 활동을 통해 나타난 것 같다. 그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A. 공연에 사람이 얼마나 오느냐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공연은 팬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인데, 공연할 때마다 새로운 분들이 많이 온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SNS나 유튜브(Youtube)에 실리카겔의 곡을 커버한 영상들도 많이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실리카겔을 알게 된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변화를 느낀다.

 

Q. 단독 공연부터 페스티벌 공연이나 대학 축제, 패션 브랜드나 바(bar)와의 협업 공연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해 온 것으로 안다. 공연 형태별로 준비 과정과 느낀 점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A. 준비 과정에 있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브랜드와 협업을 하든 단독 공연을 하든, 결과적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그냥 ‘공연’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서 하든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굳이 다른 점을 꼽아보자면 그 행사가 어떤 성격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어떤 곡을 연주할지 결정한다. 예를 들어 대학 축제나 페스티벌 공연을 준비할 때는 관객과 호흡하거나 분위기를 빠르게 띄울 수 있는 곡들을 준비하고, 단독 공연은 조금 더 느린 호흡으로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보여주는 식으로 준비한다.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하고, 다양한 곳에서 실리카겔을 부른다는 것에서 느끼는 것도 있다. ‘다양한 곳에서 음악이나 공연을 하나의 흥미로운 콘텐츠로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다양한 협업을 통해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스태프들과 함께할지, 어떤 악기들과 어떤 음향팀을 꾸릴지 하는 고민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

 

▲2023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연 모습/출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Q. 지난 2019년 싱어송라이터 ‘놀이도감’으로 데뷔했다. 데뷔하게 된 계기와 활동명 김춘추가 아닌 놀이도감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군 복무 문제로 잠시 실리카겔이 공백기를 가진 적 있다. 활동을 멈춘 시점과 불분명한 입대 시점 사이의 공백기 동안 ‘뭐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가 놀이도감이다. 당시에 포크 음악에 빠져 있기도 했고, 실리카겔에서는 록이나 밴드 음악을 하다 보니 정반대의 음악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명은 사람 이름으로 짓게 되면 이상할 것 같았다. 해외에는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1982~)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1942~) 같은 활동명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이름의 특성상 세 글자가 주는 느낌이 살짝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 이름보다는 어떤 프로젝트의 이름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읽었던 『놀이도감』이라는 책이 있는데, 구슬치기나 고무줄놀이에 대한 설명을 적어놓은 말 그대로 놀이에 대한 도감이었다. 그 책에서 받은 느낌으로 작업을 하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활동명을 ‘놀이도감’으로 짓게 됐다.

 

▲놀이도감 첫 번째 싱글 '충훈부'/출처: 포크라노스

Q. 앞으로의 놀이도감 활동 계획이 있는지, 혹은 구상해 놓은 작업물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앞서 말했듯 놀이도감 자체가 실리카겔이 활동을 쉬고 있을 때 시작하게 된 작업이다. 본업이 실리카겔이기도 하고, 놀이도감 앨범을 작업할 때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모든 걸 혼자 판단해야 하다 보니 실리카겔 작업보다 개인적으로 써야 하는 에너지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놀이도감 활동을 지속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실리카겔의 활동에 더 몰입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Q. 최근 티빙(TVING) 오리지널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영화 OST 역시 작업한 것으로 안다. 개인·밴드 음반 작업 과정과의 차이점과 작업 소감이 궁금하다.

A. 이전부터 영상에 음악을 붙이는 작업이 흥미롭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내 커리어에 담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작업하게 됐다. 영상에 관한 작업은 아무래도 대중음악을 작업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고, 기술적인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혼자서 하기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 하던 작업은 음악만 있으면 되는데, 영상 음악은 어떤 장면에 어떻게 음악을 넣을지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상의 흐름에 맞춰 음악을 구상해야 하다 보니 음악의 템포를 맞추는 기술이라든가, 기타 요소를 컨트롤하는 기술과 직결돼 있다. 또한, 노래를 반주가 뒷받침해 주는 개념의 대중음악에 비해 영상 음악은 영상 전달이 주목적이고 이를 음악이 뒷받침해 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서로 반대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차이점에 집중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면 곡을 쓰는 사람, 음향 감독 등 다른 사람과 협업해야 하는 부분이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된다. 그러한 차이에서 재미를 느낀다.

 

Q. 실리카겔의 기타리스트, 놀이도감, 그리고 프로듀서까지 ‘김춘추’라는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각 수식어마다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실리카겔의 김춘추가 가장 자연스러운 수식어인 것 같다. 오히려 그 바깥으로 나오면 많이 신중해지는 편이기도 하고,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어깨가 많이 무거워진다. 실리카겔 내에서도 그러려고 노력은 하지만 ‘실리카겔이 아닌 김춘추’는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리카겔에서의 김춘추가 가장 자유롭고, 그 외의 작업을 할 때는 사회의 일부가 돼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 다른 것보다는 실리카겔일 때와 실리카겔이 아닐 때, 그 두 개로 나뉘는 게 아닐까 싶다.

 

Q. 아티스트, 프로듀서로서의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A. 평소에 스스로를 음악가(Musician)라고 이야기하는 편이다. 음악을 본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음악가로서 이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끼쳐야 할지,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줄곧 생각해 왔다. 그러한 영향을 단순히 음악으로도 남길 수 있겠지만 음악가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고, 이게 내 목표다.

 

▲김춘추의 작업실

Q. 마지막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본교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음악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내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줄곧 홍대 거리 근처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지만, 홍익대학교라는 학교에 대해서는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홍익대학교라는 곳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활동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고, 활발한 활동을 통해 좋은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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