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년 만에 축제가 돌아왔다. 기자에겐 입학 후 첫 번째 축제다. 더군다나 기자가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좋아하던 연예인이 초청 가수로 본교에 온다고 했다. 그렇기에 기자는 해당 가수가 오는 날 수업을 빠지고 아침부터 입장 대기 줄을 서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여느 대학생들이라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자체 공강 한 번쯤은 할 수 있지.’라고 이해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장 조금 보태서 기자는 지각하거나 숙제를 안 해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고, 수업을 빠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아는 사람이다. 그만큼 기자가 수업을 빠지겠다는 건 일생일대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지만 우습게도 기자는 수업을 빠지지 못했다. 수업을 빠질 만큼의 용기가 없기도 했거니와 ‘기자’로서 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제는 학보사에 있어 대서특필할 만한 소재다. 결국 기자는 그날 축제 현장 취재를 나가기로 했다. ‘오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면 좋은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편집국장과 학생회 측의 도움으로 프레스 존에서 중앙 무대를 취재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말 그대로 취재였기 때문에, 기자는 모든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기자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됐다. 그저 동료 기자와 함께 삼각대와 카메라를 이고 지며 무대 사진 촬영에 열중하고, 무대가 끝나면 공연진과의 인터뷰를 시도하기 위해 무대 반대편으로 달렸다. 인터뷰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움직이는 공연진들의 모습을 예쁘게 담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평소에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인 기자는 빠르게 지쳐갔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기자의 지친 모습이 동료 기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축제가 무르익고, 하나로 동화돼 가는 학우들의 모습을 보니 기자도 점점 힘을 얻기 시작했다. 조명과 공연자에 맞춰 즉각적으로 카메라 설정을 조정하며 촬영하다 좋은 구도나 색감의 사진이 찍히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어.”라는 생각이 스치며 기자는 축제 취재를 전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취재 자체가 즐거워지자 기자는 취재하는 매 순간순간에 더욱 열정을 담아 임하게 됐다.

매주 준비해야 하는 보도 기획서, 매주 해야 하는 취재, 매주 써야 하는 여러 기사. 신문사 업무뿐만 아니라, 개강을 맞이한 기자에게 전공 공부, 과제를 비롯한 모든 일들이 피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기자는 언제나 하기 싫다는 투정 끝에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그저 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면 결국 쉽게 지쳐버리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즐길 구석을 만드는 것이 내게 주어진 일을 전력으로 해낼 수 있는 돌파구이다. 아주 작더라도 그 속의 재미를 찾으면 언젠가는 그 일 자체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자는 이번 축제를 통해 이를 몸소 느꼈다. 그리고 언제나 시간에 쫓기며 일을 끝내기에 급급했던 기자는 즐기는 자에게서 나오는 여유를 동경하게 됐다. 즐기는 자는 이길 수 없다고, 노력하는 자가 즐기기까지 한다면 그 에너지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단순히 해야 하니까 하는 일들은 스스로 즐거워서,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완성해 낸 일들을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결과물과 그 일을 해내며 겪은 모든 과정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된다. 그리고 후에 더 큰 산을 만났을 때는 두 배로 즐기며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거친 인생 속으로 뛰어든 이상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산더미다. 그냥 즐겨라.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