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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tGPT 활용이 인간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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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인간 고유의 특성이자, 인간 진화의 근본적 힘이다. ‘호모 로퀜스(Homo Loquens)’로서의, 인간의 언어를 통한 사고의 결과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음이 분명하고 앞으로도 새로운 진전을 견인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화형 생성 AI인 ChatGPT의 출현은 언어가 인간 고유의 특성이기만 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 ChatGPT는 인간 언어를 재생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언어적 결과들을 생성해내기까지 하여 ‘언어적 사유 영역’에 대한 인간 스스로의 신뢰를 처참히 무너뜨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위협과 이로 인한 우리의 절망감은 온당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렇지 않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렇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자 사명이다. 언어의 특성에 주목해 보자. 언어적 성과들의 의미는 언제나 산출 결과 자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만나는 언어적 성과들은 언어의 무수한 잠재항들 중의 몇몇 선택항에 불과하다. 우리의 사고는 이미 선택된 언어 간의 관계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발현되지 않은 무수한 잠재항들 사이의 관계에도 주목한다. 선택항과 잠재항, 잠재항과 잠재항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계는 우리 사유의 대상이자 새로운 사유로 나아가는 통로가 된다.

진정 중요한 것은 이 언어적 관계가 갖는 무한성이다. 우리가 언어를 통해 얼마나 더 깊게 얼마나 더 넓게 사고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크게 열린 세계다. 아직은 알 수 없는 세계는 잠재적 사유의 대상들로서 인간이 꿈꾸는 새로운 사고 영역이 되는 것이다. ChatGPT가 생성한다는 언어 데이터 항목 간의 관계로부터 생성한 언어적 결과물들은 인간 사유 영역의 무한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언어로 축적해 온 인간 학문 발달 과정은 ChatGPT가 주는 무력감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보여준다. 우리의 학문적 성과는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이에 대한 비판적 창의적 사고의 결과들이 축적된 것들이다. 우리가 놓지 않았던 것은 눈앞의 사고의 성과에 대한 가치 판단이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세계에 가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인간 본질에 대한 새로운 탐구이자 보다 의미 있는 인간 공동체의 모색으로 이어져왔다. 특정 질문에 대한 답변 생성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성 결과를 의심하고 보다 가치 있고 보다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 학문 발전 과정의 본질이며, 이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우리의 본질, 세계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기본이 되는 가치다.

ChatGPT가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이 ChatGPT가 인간의 본질적 탐구 과정에 기여할 도구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 도구가 우리 인간 사고의 지평을 긍정적으로 넓히는 데 기여하길 뜨거운 마음으로 기대하여야 한다. 이 기대는 ChatGPT의 언어 생성 활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결과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가치 판단을 거듭하는 과정으로 더 충실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사명은 각자의 분야에서 ChatGPT가 인간의 지평 확대에 기여할 활용법을 찾는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며, 이를 통해 우리 인간이 새로이 어떤 꿈을 꿀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일이다. 그 과정이 보다 신뢰성 있고, 보다 가치 있는 것이 될 수 있도록 엄정한 가치 판단을 수행하는 인간의 눈은 차갑고 냉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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