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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청년들:청년들의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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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대한민국. 2018~2020년 OECD 회원국의 자살률 평균인 11.1%에 비해 대한민국은 24.1%라는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청년 자살률의 경우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약 52.2%가량 증가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2021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정신과적 문제’가 전체 자살 동기 중 39.8%, 경제생활 문제가 24.2%, 육체적 질환 문제가 17.7%로, 정신과적 문제가 전체 중 1/3 이상의 비율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통계청 자료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20대, 30대의 자살 충동 주요 이유로 ‘질환/우울감/장애’가 20대, 30대에서 각각 36.8%, 2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살 공화국 : 한국인은 왜 자살하는가?』에 따르면 청년 자살은 집단주의, 허무주의와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상의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강박과, 타인의 기대와 평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바꾸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 밑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보답이 돌아온다.’라고 믿고 자라왔으나 취업난과 결혼 문제에 직면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사람들과 자신을 수시로 비교하며 열등감과 우울감을 느낀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살 동기 1위인 정신과적 문제, 어떻게 다뤄지고 있을까? 정신과적 문제를 안고 위태롭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년인 우리들은 과연 건강한 정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출처: 통계청(2022)
▲출처: 통계청(2022)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2021)
▲출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2021)

 

【 한국, 청년 그리고 자살 】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청에서 발표한 ‘연령별 자살충동 주요 이유’에 따르면, 자살에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우울’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과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리 많지 않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명재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대비 2021년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20대 청년층이 127%나 증가했다. 특히 학생과 직장인이 많은 도심 지역 정신과에는 청년층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외래진료에서도 청년층 환자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2017년 우울증으로 정신과를 방문한 전체 환자는 680,169명이다. 이 중 20~29세 청년층은 76,246명으로 약 11.2%를 차지했으나, 2018년 13%, 2019년 14.8%, 2020년 17.5%, 2021년 1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령구간별 요양급여비용 총액 또한 2021년 20~29세가 2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2017년 44,340명, 2018년 58,608명, 2019년 72,177명, 2020년 95,058명, 2021년 115,096명이었다. 남성은 2017년 31,906명, 2018년 39,826명, 2019년 46,216명, 2020년 51,919명, 2021년 58,649명으로 5년간 여성이 더 많은 수를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울감을 경험하는 청년의 수와 정신과를 찾는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 무엇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가 : 소외된 정신건강 】

높은 진입장벽, 부족한 시설들

증가하는 정신과 방문자 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방문을 망설인다. 2021년 서울대병원의 온라인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정신과 진입 장벽 원인으로는 제도적 불이익 34%, 사회적 인식 27.8%, 약물 부작용 18.6%, 높은 치료 비용이 16.1%를 차지했다. 현재 정신과에 방문하며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A 학우는 “정신과에 방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후에 보험 가입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정신과 방문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이익이 생긴다는 것이 억울했다.”라며 이와 같은 진입 장벽에 공감했다.

또한 국가적 제도도 미흡한 실정이다. 자살 예방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주로 노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그에 비해 적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해 학교 밖 모든 ‘청년’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상담시설 역시 부족하다.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에서 2020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상담센터에 근무하는 전임상담사의 수는 평균 3~4명으로, 72.2%가량이 계약직이다. 또한 행정 전담 직원이나 전임조교가 없는 학교가 대부분이라 근무자가 상담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지역상담센터도 계약직 상담사를 채용하여 전문성이 떨어지며, 지자체에 따라 인력확보나 근무 환경 차이가 발생하는 등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정신건강 서비스의 핵심 전달체계인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예방과 환자 조기 발견보다는 중증 정신질환자 위주로 진료가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야긴 하지 말자?

사람들은 정신과 방문만큼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주저한다. 2019년 국민 정신건강지식 및 태도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에 64.5%가 ‘그렇다’라고 대답한 것, 그리고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에 39.2%가 ‘그렇다’라고 답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본교 학우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 ‘이야기를 꺼내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응답하며 사회적 낙인과 유사한 걱정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합정동에 위치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최용락 원장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우울증으로 본 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 청년층은 얼마나 되는가? 우울증의 이유가 있다면 주로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A. 20대와 30대가 90% 이상이다. 아무래도 대학생과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비율이 높은 것 같다. 우울증을 겪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주로 대학 생활 또는 직장 생활 중 문제를 겪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Q.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청년층은 매년 늘고 있다. 환자들을 가장 최전선에서 마주하는 입장에서, 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애정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마땅히 기대하고 받아야 하는 애정 또는 관심을 받지 못하면 저항하거나 위축된다. 둘 다 그 끝은 죽음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립감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위축되거나, 우울한 감정을 분노 등 다른 감정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살률을 낮추려면 무너진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Q. 정신과를 방문한다는 사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요즘도 많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그래도 최근엔 정말 많이 나아졌다. 예전엔 ‘정신과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있으면 안 된다.’라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 아직도 가족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과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신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일이 점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Q. 우울증은 ‘의지력’의 문제라고 하는 목소리도 있다.

A. 그건 전혀 아니다. 우울증 환자들, 특히 청년 환자들은 자신의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우울증에 가장 많은 영항을 미치는 건 그 사람이 겪어온 환경이다. 20대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을 내린 일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 결정들을 하나하나 자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정신건강의학과 대기실의 책장. 각종 정신질환과 관련된 책이 꽃혀있다.
▲정신건강의학과 대기실의 책장. 각종 정신질환과 관련된 책이 꽃혀있다.
▲최용락 원장
▲최용락 원장

 

【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간다 】

▲지난 14일(목) 진행된 '함께하는 지지, 함께하는 아름다움'캠페인/ 출처: 본교 학생상담센터
▲지난 14일(목) 진행된 '함께하는 지지, 함께하는 아름다움'캠페인/ 출처: 본교 학생상담센터

정신과 치료, 정말 효과 있을까?

정신과적 질환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개 약물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백명재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물을 이용한 치료는 우울증, 공황장애 등 대표적인 정신질환에서 효과가 증명되어 국내외의 다양한 임상진료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우선적인 치료로 꼽힌다.”라며 약물치료의 효과를 언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여러 약물연구를 종합하였을 때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의 2/3이 1차 약물에 효과를 보이며 1차 약물에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경우, 다른 약물로 변경하거나 다른 약물을 추가하면 효과가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우울증으로 학교 출석이 어렵거나 집중력, 기억력이 떨어져 학업에 큰 지장이 있는 경우 약물치료를 통해 학업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치의와 주기적으로 상담하며 본인에게 맞는 약물과 복용량을 찾는다면 안전하게 약물을 복용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정신과 치료의 효과는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김혜현 박사, 고찬영 강사, 박유랑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16일(화), 고의적 자해 환자가 자해 전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자살 생존율이 93.4%로, 정신과 진단을 받지 않는 경우보다 자살로 인한 사망 위험을 1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신과를 방문하고 있는 B 학우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우울감을 자주 느꼈는데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증상이 많이 완화되었다. 언제 완치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지만, 고민이 덜어져 마음이 후련하다.”고 전했다. 또한 상담센터에 방문하거나 친구나 가족 등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과 〈쿠키 메디컬〉의 인터뷰에 따르면,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또한 자신을 지지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나아가는 방법

지난 9월 14일(목), 본교 학생상담센터가 주관하는 ‘함께하는 지지, 함께하는 아름다움’ 행사가 열렸다. 본 행사는 최근 상담을 신청하는 학생 중 심리적 위기를 겪는 학생들의 비율이 증가했고, 이에 학생들에게 생명 존중의 중요성을 알릴 목적으로 기획됐다. 학생상담센터는 본 행사 외에도 교내외 자살 안전망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예시로, 2022년부터 관련 기관과의 업무 협약을 통해 학생상담센터 및 협력 기관의 역할을 안내하고, 필요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교내외 안전망을 강화하고자 했다. 마포구 보건소에서 진행한 ‘스트레스 검사’ 결과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날 경우 보건소 또는 학생상담센터로 연계하여 즉각적인 심리상담을 통해 도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앞으로는 ‘오프라인 생명지킴이 교육’ 등을 통해 서울시 내 대학교 청년들의 자살 예방 및 생명 사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학기에 게이트키퍼(생명존중지킴이) 양성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게이트키퍼 양성 교육은 학생들이 직접 학내 생명지킴이의 역할을 수행하고 교내 자살 위기 학생들을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상담센터를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지속해서 지인들과 본인의 질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C 학우는 “학생상담센터 선생님께, 또는 친구들에게 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로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자신의 증상을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힘들면 이야기해도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명재 교수는 “청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을 때, 정신과를 방문해보라는 권유가 이제는 더 이상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조언과 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실에서도 본인이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학교 친구들, 직장 동료들에게 알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주변의 조언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일들이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있다.”라며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청년층의 정신과적 문제 인식 현황에 대해 말했다. 또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정신건강의학과 내담이 필요한 정도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방문을 망설이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겪는 부정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전과 달라지면서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면 정신과에 가서 자신의 변화에 대해 상담을 받아보는 걸 추천한다.”라고 당부했다.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인터넷신문위원회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김진희 기자(cyril0330@g.hongik.ac.kr)

이은서 기자 (21vcdles@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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