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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내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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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 없던 과거에는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었다. 두 눈이 정면을 향해 있는 인체 구조의 한계 탓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거울의 등장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타인의 눈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자 우리의 일상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거울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더 알아보자.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거울의 역사]

사람들은 언제부터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기 시작했을까? 그리스 신화에는 나르키소스(Narcissus)라는 아름다운 소년이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하루 종일 그 모습만 바라보다 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인류 최초의 거울은 연못이나 그릇에 담긴 물의 잔잔한 표면이었다. 그 후 사람들은 흑요석을 갈아 표면을 매끄럽게 하여 거울로 쓰기 시작했으며, 6,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구리로 제작한 거울이 등장했고, 중국에서는 청동 거울이 등장했다.

▲청동거울/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청동거울/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거울 역시 청동 거울이다. 기원전 6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청동 거울은 사람의 얼굴을 비추어 보는 용도뿐만 아니라 무당과 통치자의 영적 능력이나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특히 뒷면에 섬세한 기하학무늬가 새겨져 있고 끈을 꿰는 꼭지가 2개 달린 ‘다뉴경’이 주로 나타났는데, 거울 뒷면에 새겨진 무늬와 글씨는 영적 능력 또는 통치자의 권력을 보여 주는 도구였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청동거울은 고조선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사용되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졌던 거울이 유리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초다. 베네치아인들이 납작한 유리판에 반사 성질을 띠는 주석과 수은의 합금을 얇은 층으로 입혀 굽는 기술을 개발해 반사의 선명도를 증가시킨 것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유리 거울은 손거울로 몸치장을 할 때 사용되었고 후에는 상아나 은, 혹은 나무를 조각해서 만든 틀에 유리 거울을 끼워 인테리어 용품으로도 사용되었다. 거울은 그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접근성이 높아져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현대에 이르러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거울 보는 김카노씨
▲거울 보는 김카노씨

[거울의 실생활 속 활용]

우리는 보통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기 위해 거울을 사용한다. 하지만 거울은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백화점은 어디를 가도 거울을 발견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이렇게 백화점 곳곳에 거울을 배치해 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걷는 속도를 늦춘다. 백화점 곳곳의 거울은 사람들을 백화점에 오래 머물게 하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그뿐만 아니라 매장 벽에 사용된 볼록거울은 매장이 넓어 보이게 하며, 오목한 거울이 사용된 기울어진 전신 거울은 새 옷을 입은  모습을 봤을 때 더욱 날씬해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준다.

거울은 엘리베이터에도 항상 자리하고 있다. 이는 엘리베이터 제조사 오티스(Otis)의 성공으로부터 시작됐다. 오티스는 1853년, 세계 최초로 안전장치가 부착된 엘리베이터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속도가 느리다는 꼬리표가 계속해서 따라붙었다. 이에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혔고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좌절했다. 그때, 한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해 보자는 의견을 냈다. 이용객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거울을 보면서 몸을 단장하는 데 시간을 쓴다면, 엘리베이터 속도를 이전보다 덜 신경 쓰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꽤 성공적이었다. 엘리베이터 벽면에 거울을 부착하니 이동 속도에 대한 불만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이렇게 오티스가 성공을 거둔 이후부터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는 것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됐다.

엘리베이터 거울 설치가 법적 의무 사항인 경우도 있다.「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여객시설의 경우 유효 바닥 면적이 1.4m×1.4m 미만인 승강기 내부 후면에 출입문 개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견고한 재질의 거울을 부착해야 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보통 엘리베이터 출입문을 등지면서 탑승하는데, 내부 공간이 좁은 경우 휠체어 방향을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휠체어를 180도 돌리지 않고도 출입문 개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거울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출처: pixels
▲엘리베이터/출처: pixels

[거울이 들려주는 이야기]

거울은 문학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 배우이기도 하다. 그 예시로 동화 『 백설 공주(Schneewittchen)』 속에는 마법의 거울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동화 속 악역인 왕비는 거울을 통해 매일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확인받는다. 늘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물었고, 그때마다 거울은 늘 “왕비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십니다.”라고 대답한다. 바깥세상과 비교적 단절된 삶을 살아온 왕비에게 거울은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 존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으려 한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출처: Disney Princess Official Site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출처: Disney Princess Official Site

거울은 철학에도 등장한다. 철학 용어 중에는 ‘거울 단계’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어린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자신과 동일시함으로써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에는 자신의 손을 직접 보고도 그것이 본인 손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다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그것을 자신이라고 믿는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를 직접 보고서가 아닌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통해서 손과 얼굴, 다리를 자신의 몸으로 자각한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자기 자신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타자를 자신과 동일시함으로써 최초로 자기 몸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나르키소스는 매우 아름다운 청년으로 많은 청년들과 소녀들의 흠모를 받았으나 그 누구의 마음도 받아주지 않았다. 그에게 실연당한 숲의 요정 에코(Echo)는 슬픔에 식음을 전폐했고, 결국 몸은 사라지고 목소리만 남게 된다. 이에 분노한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는 나르키소스에게 물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벌을 내리게 된다. 나르키소스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대상이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나르키소스는 눈물이 한 방울만 떨어져도 사라지는 자신의 형상에 애가 타고, 자신의 그림자에게 제발 자신의 눈앞에서 도망치지 말아 달라고 울부짖는다. 나르키소스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사랑에 차츰 기력을 잃었고, 그의 아름다운 외모도 생기를 잃게 된다. 그렇게 나르키소스는 죽은 후에도 수선화가 되어 스틱스강(Styx)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지나친 자기애를 뜻하는 말인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바로 이 나르키소스 신화에서 유래됐다.

거울은 우리 뇌에도 존재한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은 타인의 행동을 보거나 듣기만 해도, 마치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활성화된다. 타인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나의 운동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고, 누군가 아파하는 장면을 보면 이와 관련된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거울 뉴런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남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걸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학습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요소이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마주한다. 이는 비단 외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문학과 신화 속의 거울은 우리의 내면을 비추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고, 철학과 심리학에서의 거울은 공감과 자각이라는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다. 거울은 어느새 겉모습을 비추어 보는 1차원적인 역할을 넘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우리 주변의 거울을 통해 내면을 가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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