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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식 '(THING) and (THING)', 1969년 추정, 한지, 85×85cm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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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식 '(THING) and (THING)', 1969년 추정, 한지, 85×85cm
곽인식 '(THING) and (THING)', 1969년 추정, 한지, 85×85cm

곽인식(郭仁植, 1919-1988)은 재일교포 작가로, 일본에서 물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이전부터 물성을 탐구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양화(洋畫)를 주류로 하는 일본화단에서의 흐름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와 작업방식을 시도하며 입체와 오브제를 비롯하여 공간 전체에 걸쳐 실험하였다. 특히 물성에 주목한 그의 작업은 국내에서 이우환과의 영향 관계를 중심으로 조망했다. 

곽인식은 1937년에 도일하여 아카데믹한 성격이 강한 도쿄의 일본미술학교(日本美術學校)에서 수학했다. 이 무렵에 제작된 그의 작품은 인물 소재의 구상 작업으로, 일본에서 수학하던 시기에 그의 작품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그는 1942년에 귀국하여 본인의 첫 개인전이자, 국내 유일한 개인전을 대구 삼중당에서 개최하였다. 다만, 당시에 그의 작업과 행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국내에서의 활동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한편, 1950년대에 작가는 다시 도일하여 《이과전(二科展)》과 《요미우리(読売) 앙데팡당》에 출품하였다. 《이과전(二科展)》은 이과회(二科會)에서 주최하며 진취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 구본웅, 김환기, 이쾌대 등이 참여했던 전시였다. 이 전시에 곽인식은 1951년부터 1955년까지 참여하였으며, 이때 출품한 작품은 과장되고 왜곡된 인물상의 표현으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후 작가는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요미우리(読売) 앙데팡당》에 출품한다. 《요미우리 앙데팡당》은 일본 아방가르드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전시로, 이 전시에서 작가는 앵포르멜의 영향이 느껴지는 작품과 유기체의 형상이 단순하게 표현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60년대는 일본미술계에서 분기점이 되는 시기로, 이 시점을 전후해 앵포르멜과 액션페인팅과 같은 추상표현 양식에서 반(反)예술로 변화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곽인식의 작품세계는 이전에 전개하던 구상화와 앵포르멜 경향의 추상회화에서 물성에 주목하는 작업으로 변화한다. 1961년에는 캔버스 화면에 석고, 물감, 오브제를 부착하여 물성을 강조한 모노크롬 회화를 발표하고, 1962년에는 깨진 유리 작업을 시작으로 놋쇠, 철, 종이 등 단일한 오브제를 작품으로 발표하여 주목받았다.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작가는 돌, 점토, 나무, 종이 등의 표면에 흔적을 남겨 각 사물이 가진 물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평면에 먹과 채색으로 점을 찍은 추상화도 제작하였다. 

본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THING) and (THING)>은 1960년대에 사물성을 주제로 하는 작업과 같은 맥락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은 종이의 물성에 주목한 작업이다. <(THING) and (THING)>은 나무틀에 종이를 펼치고 스프레이로 물을 뿌린 후 물을 적신 붓으로 원을 그려 윤곽을 잡고, 윤곽이 다 마르기 전에 먼저 주걱으로 눌러 움푹하게 홈을 판 후 끌로 세심하게 틈을 내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여기서 원은 종이의 섬유질로 붙어 있어 회화도 조각도 아닌 사물 그 자체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처럼 곽인식의 <(THING) and (THING)>은 종이를 원 형태로 자르는 작품으로, 종이라는 물성의 특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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