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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너 내 동료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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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으로 밀린 잠을 채운 토요일 늦은 아침. 세탁기를 돌리고, 다시 침대로. 한참을 뒹굴뒹굴. 누워서 책도 좀 읽고.” 드라마 <멜로가 체질>(tvN)의 주인공 ‘범수’가 말하는 완벽한 주말에 대한 대사이다. 범수의 주말처럼 우리에게도 세탁기를 돌리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 요소를 칭하는 의식주(衣食住)라는 말처럼 옷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중요한 옷에 김치찌개를 흘리더라도, 글씨를 쓰다 잉크가 소매에 묻어도, 비가 와 바지에 빗물이 튀어 얼룩이 생겨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버튼만 누르면 옷 종류에 따라 다채로운 빨래를 알아서 해주는 세탁기가 있기 때문이다. 세탁기에 맡겨두었던 빨래에 대해 알아보자.

 

[빨래, 어디까지 알고 있니?]

▲세탁표시기호/출처: 애경산업
▲세탁표시기호/출처: 애경산업

세탁이 끝난 세탁기에서 슈베르트의 <송어>가 흘러나온다. 세탁기에서 갓 꺼내 깨끗해진 옷에는 포근한 섬유유연제 향기가 가득하다. 이렇게 우리의 하루에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는 빨래, 과연 세탁기 하나로 모든 옷을 빨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옷의 성능과 청결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옷의 형태와 소재에 따라 물세탁 또는 드라이클리닝(Dry Cleaning)과 같은 세탁 방법을 바르게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세탁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옷 안쪽 라벨에 있는 세탁기호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앞의 그림과 같이 옷을 제조한 국가마다 세탁기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세탁은 물과 세제를 이용해 오염물질이나 때를 씻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세탁 방법이다. 하지만 코트나 자켓류의 경우, 드라이클리닝을 선택해야 한다. 세탁용어에 관한『시선뉴스』의 기사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드라이클리닝은 1820년대에 염색업자였던 브렝(Breng)이 우연히 등유가 얼룩을 빼는 데 효과가 있음을 알고, 테레빈유를 사용해 옷을 뜯지 않고 통째로 세탁하기 시작하며 만들어진 세탁기법이다. 이처럼 드라이클리닝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용제를 사용해 ‘건식 세탁’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때 사용되는 유기용제는 물과 달리 극성이 없어 기름 성분의 오염물질을 잘 녹여 없앨 수 있다. 그리고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물에 의한 섬유의 팽창으로 인해 옷이 변형되거나 옷감이 상할 가능성이 낮다는 큰 장점이 있다.

 

[빨래의 발자취]

▲김흥도의 '빨래터'
▲김흥도의 '빨래터'

역사 속에 남아있는 다양한 빨래하는 모습을 통해 그 발자취를 알아보자. 기원전 1,900년경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는 강가에서 옷가지를 두들겨 빨거나 긴 막대에 빨랫거리를 꿰어 비틀어 짜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해당 벽화를 통해 알 수 있듯, 빨래할 때 사용됐던 전통적인 도구로는 강가의 바위에서 옷을 두드려 빠는 것에서 시작된 빨랫방망이와 물을 길어오거나 우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빨래판 등이 있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회화 중 김홍도의 <빨래터>와 르누아르의 <Waschfrauen>에서도 빨래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바깥출입이 쉽지 않았던 그 시절 여인들에게 빨래터는 단순히 빨래하는 공간이 아닌, 눈치 보지 않고 빨래를 두드리며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씻어내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수도시설이 갖춰지고 세탁기가 등장하며 정겨운 빨래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르누아르의 'Waschfrauen'
▲르누아르의 'Waschfrauen'

《인류사를 가로지른 스마트한 발명들 50》에 따르면, 기계식 세탁기는 18세기 중반에 탄생했다. 영국의 잡지《젠틀맨(Gentleman)》1752년 1월호에 세탁기에 대한 설계도가 처음 등장했고, 1797년 브릭스(Nathaniel Briggs)가 미국에서 빨래판이 들어있는 세탁기로 특허를 취득했다. 이후 별도의 빨래판 없이 작동되는 세탁기는 19세기 중반 스미스(Hamilton Smith)가  회전식 세탁기로 특허를 취득하며 등장했다. 1876년 콜빈(Margaret Colvin)이 5분 만에 남성용 셔츠 20장을 깨끗하게 세탁하는 새로운 회전식 세탁기를 개발한 후 박람회에 출품하며 가정용 세탁기 보급이 시작됐고, 20세기에 들어서는 기계식에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전기식 세탁기로 대체됐다. 최초의 전기식 세탁기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지만 1907년 출시된 헐리 사(Hurley Electric Laundry Equipment Company)의 ‘토르(Thor)’가 최초의 세탁기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토르' 세탁기/출처: Google Arts&Culture
▲'토르' 세탁기/출처: Google Arts&Culture

 

[빨래와 우리 사회]

세탁기의 확산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세탁기의 배신: 왜 가전제품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지 못했는가》에서 그 둘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책의 표지에는 세탁기 앞에서 웃으며 춤추는 금발의 백인 여성이 등장하는 1950년대 미국 세탁기 광고가 실렸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가전제품의 사용으로 지루하고 힘든 집안일이 재미있어지고 덩달아 주부들도 행복해진다는 메세지를 각종 지면과 컬러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전파했다. 그러나 당시 많은 여성 가정주부들은 각종 여성지 지면을 통해 집안일에서 해방되기는 커녕 좌절과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이후 1960년대에는 세탁기의 등장으로 청결 기준이 높아져 오히려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는 △가전제품 사용으로 인한 생산성의 향상 △기혼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 증가로 여성이 가사노동에 쏟는 시간이 줄어들게 됐다. 이는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1960년대 중반 이후 고정적 성역할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이데올로기가 후퇴하며 생겨난 큰 변화로 꼽힌다.

세탁 산업은 중요한 사업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크린토피아’와 같은 코인 세탁소에 이어 최근에는 비대면 세탁업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비대면 세탁 업체인 ‘세탁특공대’, ‘런드리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각각 9만여 명, 3만여 명으로 202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두 업체는 고객이 집 앞에 빨랫감을 두고 모바일로 수거 신청을 하면 업체에서 수거해 세탁한 뒤 다시 집 앞에 배송해 준다. 이러한 비대면 세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은 주요 소비자층인 1인 가구,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서비스와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데에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1인 가구 비율은 34.5%, 맞벌이 가구 비율은 46.1%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구의 경우, 잦아진 재택근무로 늘어난 가사 부담을 덜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를 더욱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탁기의 배신》 표지/출처: 예스24
▲《세탁기의 배신》 표지/출처: 예스24

 

이렇듯 빨래는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누가, 어떻게 빨래하는지를 통해 당시 사회적 인식은 어떠했는지,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다. 빨랫방망이부터 편리한 세탁기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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