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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의 인생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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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 포스터/출처:국립정동극장 홈페이지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 포스터/출처:국립정동극장 홈페이지

대형마트에서 휴직한 매니저를 대신해 임시 매니저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계 입양인 ‘수아’의 취미는 유원지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여느 때처럼 카메라 하나 들고 유원지에 온 수아는 우연히 원숭이탈을 쓴 이상한 노인 ‘네불라’와 만나게 된다. 수아를 사진작가로 착각한 네불라는 수아에게 자신의 ‘인생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네불라는 좋은 사진을 위한 배경 지식이라는 핑계로 수아에게 자신의 인생을 보여준다.

▲공연 넘버 中 '빈틈없이'/출처:국립정동극장 트위터
▲공연 넘버 中 '빈틈없이'/출처:국립정동극장 트위터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는 각각 네불라와 수아를 맡은 두 명의 배우와 1인 다역을 수행하는 네 명의 배우로 이루어진 6인극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연출과 무대 활용, 극장을 가득 채우는 넘버와 탄탄한 이야기 전개로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는 한국계 입양아와 놀라울 만큼 특이한 과거를 가진 원숭이탈 노인의 조합은 생뚱맞을지 몰라도, 극이 전개될수록 둘의 인생은 그 누구보다 닮아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공연 넘버 中 '오리지널'/출처:국립정동극장 트위터
▲공연 넘버 中 '오리지널'/출처:국립정동극장 트위터

사실 네불라는 지금은 사라진 파라디수스라는 국가의 독재자, ‘미토스’의 네 번째 대역 배우였다. 적이 많은 독재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대역들이 필요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네불라였던 것이다. 미토스는 사람들을 선동하여 파라디수스의 대통령이 되지만 혁명이 일어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네불라는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고 빛나 보이는 그의 대역임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어쩌면 사람들 앞에 미토스라는 이름으로 서 있는 자신이 그의 대역이 아닌 그 사람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토스가 연설 준비로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별 다를 게 없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또한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등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후 비참한 최후를 맞은 그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 중 가장 빛나던 순간이 그의 대역이었을 때란 걸 깨달은 네불라는 절망에 빠진 채로 남은 삶을 살아간다. 수아에게 인생 사진을 의뢰했던 건 표면적인 껍데기일 뿐, 사실 네불라는 자신의 인생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제삼자에게 보여 줌으로써 자기 삶을 평가받고자 한 것이다.

수아는 상상조차 못 했던 네불라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가 역겹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사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외면하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수아와 네불라의 삶은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어딘가 닮아있다. 누군가의 대역이었다는 것, 누군가를 대신한 인생이었다는 것. 수아가 입양되어 자신의 방과 옷, 물건들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 ‘제인’의 보호자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수아는 제인의 보호자로서, 부모님이 없을 땐 그들을 대신해 동생을 돌보며 살아오다 집을 나왔다. 

▲공연 넘버 中 '멍청이쇼'/출처:국립정동극장 트위터
▲공연 넘버 中 '멍청이쇼'/출처:국립정동극장 트위터

공연은 ‘인생은 내 키만큼 깊은 바다’라는 제목의 넘버로 시작된다. 차라리 너무 깊이 잠겨 수면 위로 올라올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발버둥 치면 숨을 쉴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이에겐 더욱 거대한 무력감으로 바뀌어 돌아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는 걸 멈출 순 없다. 가끔 그 어떤 이유보다도 내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더욱 절망스러운 순간들이 있다. 네불라와 수아가 누군가를 대신하는 삶을 살게 된 건 처음엔 타의적으로 시작한 걸지는 몰라도 네불라가 미토스의 대역이 되기로 한 것, 수아가 동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것 모두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네불라와 수아의 인생은 관객들에게 ‘진짜 자신의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누군가를 ‘대신’했던 삶을 산 사람은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산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은 누군가를 대신했던 ‘삶’을 살았던 것일 뿐 아닐까.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자신의 인생은 무엇인가?

 

공연 기간: 2023년 9월 15일(금) ~ 11월 12일(일)

공연 장소: 국립정동극장

공연 시간: 화, 목, 금 19:30 / 수 15:00, 19:30 / 토 14:00, 18:00 / 일, 공휴일 14:00

관람 요금: 전석 7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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