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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학번이 대면수업에 적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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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새 학기를 맞이했을 때, 꼭 새로 입학한 새내기가 된 것만 같았다. 제대로 된 학교생활을 하게 된 첫 학기였기 때문이다. 20학번으로 대학생이 되자마자 코로나19를 맞이했고, 2년 동안 비대면 수업을 들었다. 당시에는 본가가 학교와 가까워 가끔 캠퍼스 근처에 가보기도 했지만, 학생 없이 황량한 캠퍼스와 썰렁한 빈 강의실 뿐이었다. 지난 2022년에는 휴학 후 인턴을 하는 동안 처음으로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그저 대학 생활을 궁금해 할 뿐이었다.

5학기만에 맞이하는 첫 대면 대학 생활은 낯섦으로 가득했다. 처음에는 전자 출결을 어떻게 할지 몰라 헤매기도 했고, 학교 건물의 위치를 헷갈리기도 했다. 비대면 수업에서 빨리 감기로 들었던 교수님의 목소리를 원래 속도로 듣는 것도 익숙지 않았다. 팀 프로젝트가 있는 과목에서는 처음으로 줌(Zoom)에서가 아닌 직접 만나서 회의하고 작업물을 만들었다. 고등학생 때 이후로 이렇게 공부해 본 적이 얼마 만인지. 이리저리 허둥대는 모습에 그간의 공백기가 꽤 길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왜 하필 코로나 때 대학에 입학했을까?’라는 생각이 쉽사리 떠나가지 않았다. 같이 학교생활을 하는 22·23학번들과 나는 다를 바가 없는데,  나이만 먹고 고학번이 돼버린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동기들과 공강이 겹쳐 매주 수요일 점심을 함께하게 됐다. 오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우리는 서로가 소중했다. 처음으로 학식도 같이 먹어보고, 학교 근처의 맛집을 찾아다녔다.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친구들이 큰 힘이 됐고, 그들에게 의지하며 한 학기를 보낼 수 있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학교와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교내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기존에 하고 있던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임원진을 맡아 가을 연주를 준비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사진 동아리에 가입해서 출사에 여러 번 참여하기도 했다.

주저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대학 생활이 네 학기도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 지금을 만끽하려 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먼저 주변에 물어보는 등 서툰 나를 스스로 감싸 안았다. 비대면 수업과 다르게 대면 수업은 교수님이 바로 앞에 있어 쉽게 질문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재수강했던 과목도 잘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서울을 벗어나 여러 지역으로 답사를 떠나며, 같은 팀원과 미래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러다가, 일상에서 이따금 연민이 드리울 때는 같은 시절을 보냈던 친구들을 찾아 달콤한 디저트나 쌉쌀한 알코올에 슬픔을 씻겨 보냈다. 여러 번 그런 연습을 거듭하니 매일 학교 가는 것이 익숙해지고, 어느덧 종강에 다다라 있었다. 그리고 방학 때마저 합주를 위해 학교에 나가며 새로움은 익숙함에 녹아듦으로 변해갔다.

방학을 보내고 맞이한 이번 학기는 무언가 말랑하다. 잘 알고 있는 강의실들과, 좁은 캠퍼스 안에서 쉽게 마주하는 동아리 친구들.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어느새 이 생활에 젖어 들었나보다. 사뭇 변한 본인에 놀라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었을지를 곱씹으며 ‘코로나 학번이 대면 학기에 살아남는 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결국 정도(正道)는 없었다. 우연과 필연을 놓치지 않으려 버둥대면서도, 끊임없이 나아갔을 뿐이었다. 이렇게 한 시절이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살아진다.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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