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혁신을 혁신하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렵지 않은 질문을 하고 싶다. 지금 이 문장, 종이 위 활자인가, 화면 위 글자인가? 전자라면 학교에 비치된 신문을 꺼내 기자의 글까지 다다른 것이고, 후자라면 홍대신문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 칼럼을 클릭해 준 것이리라. 이처럼 본지는 지면과 온라인이라는 두 방식을 활용해 독자의 기사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한 가지 질문을 더 하고 싶다. 9.7%와 77.2%. 두 수치는 각각 무엇을 나타낼까? 정답은 대한민국 국민의 미디어 유형별 뉴스 이용률로, 9.7%는 신문 이용률, 77.2%는 인터넷 뉴스 이용률이다. 이 두 방식은 수치에서 약 약 8배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혁명에 비유된다. 세상을 뒤집어 놓았으며 시대에 그 이름을 새겼다. 언론사들도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됐다. 이전까지 지면이라는 매체에 한정돼 배급되던 뉴스는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를 외치는 언론사들에 떠밀려 온라인으로 진출했다.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기사가 대표적인 예시로, 이를 온라인 저널리즘(online journalism) 또는 디지털 저널리즘(digital journalism)이라고 부른다. 『뉴욕 타임스(The NewYork Times)』가 2017년 공개한 ‘2020 그룹 보고서’에는 디지털 저널리즘의 강화, 즉 디지털 혁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이전보다 기사의 시각화에 집중해 사진·영상 기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 기사의 중심적 역할을 맡도록 하고 이 분야의 더 많은 전문가가 편집국의 상임자로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디지털 퍼스트 기조에 맞춰 슬로건 “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를 “All the News That’s Fit to Click”으로 바꾼 것도 이러한 기조를 반영한 결과다. 이에 힘입어 뉴욕 타임스는 2016년 말 150만 명이던 디지털 구독자를 올 초 920만 명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언론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거의 모든 언론사가 디지털 혁명을 외치며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인터넷 기사의 전형은 어떤가? 뉴스가 모여있는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걸그룹의 ‘아찔한 몸매’를 강조한 가십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충격, 경악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조회수를 끌어모으는 낚시성 기사들도 넘쳐난다. 또한 클릭 가능성이 높은 기사를 포털에 반복해서 전송하는 어뷰징(Abusing) 기사는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디지털 저널리즘 시대가 도래한 이후부터 끊이지 않았다. 독자는 이런 언론의 형태에 지쳐버렸으며 더 심층적인 기사에 접근할 기회를 차단당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뉴스 신뢰도가 28%를 기록한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며,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게 된 이유이다. 현직에 종사하는 기자들 역시 불만족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기자협회보의 ‘2023 기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자 직업 만족도는 올해 39.4%를 기록했다. 5년간 하락세다. 기자의 사기 역시 저하됐다. ‘최근 1~2년 사이 사기가 저하됐다.’라는 응답은 86.8%로 높았고, 반면 상승했다고 답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대중들이 이유 없이 뉴스를 불신할 리 없다. 기자들이 까닭 없이 절망할 리 없다. 모두 그간 언론이 언론답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떨어지는 종이신문 구독률에 온라인으로 거처를 옮기고, 옮긴 후에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높은 트래픽에 혈안이 돼 광고 수익을 좇는다. 지인 중 『경기일보』에서 근무하는 기자가 있다. 그가 토로하길, 자신이 원치 않는 소재의 기사도 하루에 많게는 3~4개씩 써야 해 업무 과중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언론은 혁신을 혁신해야 한다. 가장 먼저 혁신해야 할 대상은 혁신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그 자체다. 경쟁사와 차이가 미미한 기사, 시급하지 않은 기획 기사와 칼럼, 난해하고 원론적인 글은 지양해야 한다. 자극적이기만 할 뿐 결국 10초, 20초 동안의 관심만 끄는, 조회수만을 위한 기사는 더더욱. 그건 언론의 본질이 아니다. 결국 기사의 질이다. 기사의 질이 뒷받침돼야 디지털 혁명이라는 이름을 뱉을 수 있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