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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반려의 손을 잡아줄래요?

포인핸드 대표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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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반려동물을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다들 한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반려동물 입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펫샵 대신 보호소 등에서 입양하는 일은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입양을 하고 싶은데 어디서 해야할지,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유기동물 보호소나 개인 임시보호자 역시 입양자가 언제 나타날지, 입양공고를 어디다 올려야 많은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개발로 이런 걱정을 덜어주는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를 만나보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했던 ‘포인핸드 입양전후’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명했던 ‘포인핸드 입양전후’ 사진

Q. 2013년 가평에서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하던 중 포인핸드를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플랫폼 개발의 계기와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A. 공중방역수의사로 지자체 보호소에 배치되어 복무했었다. 수의학을 전공하며 유기동물이 겪는 문제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는데, 실제 상황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보호소 측에서는 꾸준히 입양 공고를 내지만 막상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전국의 입양 공고를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입양을 좀더 널리 알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 시절 코딩과 앱 개발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어서 그 지식을 바탕으로 포인핸드 개발을 시작했다. 전역 후에도 낮에는 수의사로 일하고 밤에는 앱 개발과 업데이트를 계속 진행해 지금에 이르렀다.

 

Q. 10여 년 동안 포인핸드를 개발하고, 또 계속 업데이트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앱과 플랫폼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개발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앱을 개발할 당시에는 일반 사용자 보다는 유기동물과 입양에 대해 잘 알고있는, 실제로 유기동물을 구조하거나 보호하고, 동물보호소 봉사에도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주로 플랫폼에 대한 피드백을 부탁드렸다. 네이버에 ‘강사모’라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에 매일같이 입양공고를 올리시는 분이 있길래 그분께 사용 후 어땠는지 인터뷰를 요청드리기도 했었다. 규모가 성장한 이후에도 앱 사용자들이 보내주는 의견에 맞추어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Q. 입양공고 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포인핸드 매거진’과 같은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원래는 유기동물에 대해 알린다면 이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앱을 출시하고 몇 년 정도는 내가 생각했던 가설이 통했다. 하지만 3~4년 정도가 지나니 입양 수치가 정체되는 시기가 왔다. 다시 입양 수를 늘리려 조사를 해보니, 사람들이 유기동물이라면 아프고, 나이가 많고,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게됐다. 단순히 입양을 늘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입양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면 컨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19년 6월에 입양자들과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인핸드 매거진을 처음으로 발간했고, 2년 후에는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Q. 포인핸드를 운영하면서 고충이 있었다면 어떤 점인지 궁금하다.

A. 1인 개발에서 시작해 사업이 커지면서 직원을 고용하게 됐다. 혼자 할 때는 그냥 나 혼자 열심히 하면 됐는데, 이젠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이런 직원들에게 급여도 주고 업무 환경도 조성해주기 위해선 수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포인핸드는 여느 기업과는 다르게 수익 추구가 주 목적이 아니다. 입양 활성화와 수익이라는 두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 ‘포인핸드 몰’과 같은 수익 사업도 진행했었지만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익과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항상 어려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것보다는 유기동물 문제 해결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더 집중하고 싶다.

 

Q. 플랫폼 기업의 대표로서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채용하는가?

A.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채용 플랫폼에 채용 공고를 주로 올린다. 하지만 포인핸드는 항상 공식 홈페이지에만 채용 공고를 낸다. 그 이유는 우리의 직원으로 일해줄 사람은 반드시 사용자중에 있을 거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인핸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유기동물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의지다. 아무리 다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이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포인핸드에서 일하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의 인재상은 동물도 아끼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 너무 급진적으로 진행하면 오히려 반감을 가진 사람들만 늘어난다. 사람들이 싸우는 사이 반려동물이 설 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고, 이는 우리가 원하는 반려동물 문화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에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한다.

▲홍대입구역 7번출구 인근에 위치한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
▲홍대입구역 7번출구 인근에 위치한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

Q. 지난 4월 28일(금), 홍대 근처에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를 개관했다. 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포인핸드 1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온라인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했던 입양문화 캠페인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자 센터를 개관했다다. 결국 입양문화라는 건 사람들이 보고 느껴야 더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먼저 1층에는 가족을 기다리는 반려동물의 입양 홍보 정보, 매거진과 캠페인 내용 등 포인핸드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집약해 소개하고 있다. 2층에는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난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입양 전후 모습들과 입양 후기들, 입양자들이 보내준 영상들로 이 층을 조성했다. 마지막 3층은 팝업 형식으로 계속 구성을 변화시킬 예정이다. 현재는 각 지자체별 보호소의 모습을 VR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센터를 통해 입양에 대한 어려움과 두려움이 걷히길 바라고 있다. 입양 절차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유기동물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지 않으니 당신도 입양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입양문화센터 내부. 위쪽부터 1층, 2층, 3층.
▲입양문화센터 내부. 위쪽부터 1층, 2층, 3층.

Q. 입양문화센터의 위치를 홍대 앞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 만약 2호 센터를 연다면 어디에 개관하고 싶은가?

A. 원래는 충무로에 센터를 개관하려고 생각했었다. 예전부터 충무로 일대에 펫샵이 정말 많았고, ‘애완동물 1번지’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무로 일대 상권이 이전에 비해 많이 침체되기도 했고, 디지털 문화 콘텐츠가 잘 어울리는 곳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문화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어디일지 고민하다가 홍대를 선택했다.

만약 다른 곳에 2호 센터를 연다면 제주도를 택하겠다.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문화 콘텐츠가 만들어지지만, 유기동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여행길에 입양문화를 체험한다면 제주도가 겪는 유기동물 문제도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과거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과 입양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발전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동물에 대해 ‘가축’, ‘돈만 주면 사올 수 있는 물건’, ‘내 가족’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섞여있다. 이 안에서 사회적인 협의점을 도출해내는 것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좀 아쉽다. 동물권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문제는 사람들의 이해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건 한 사람이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Q. 포인핸드를 운영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A. 동물들이 누군가의 재산 혹은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라는 사실이 우리 사회 전체에 통용되는, 당연한 이치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동물이 사물이 아님을 인정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고, 입양 절차와 동물 관리 등에 대해서도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고자 한다.

 

Q. 마지막으로 어떤 형태로든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동물과 살아가는 삶을 마냥 쉽게만 여기진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대학생 시절 반려견을 입양한 후 16년 동안 함께 했지만, 처음엔 그리 무겁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수의사인데도 어려움을 겪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 어려움을 이해하고, 내가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사전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행복해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동물과 우리 모두 불행해진다. 시작이 잘 맺어져야 끝까지 함께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동물의 손을 놓지 않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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