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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귀래정도(歸來亭圖)', 1730년경, 비단에 수묵담채, 22×26cm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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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귀래정도(歸來亭圖)', 1730년경, 비단에 수묵담채, 22×26cm 
▲정선, '귀래정도(歸來亭圖)', 1730년경, 비단에 수묵담채, 22×26cm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쇠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오로지 그림 실력만으로 인정받은 인물이 되었다. 정선은 안동김씨 가문과 교유하며 그 후원 아래에서 성장해 금강산을 비롯한 여러 실경산수화를 남겼다.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귀래정도>는 실재하는 장소였던, 한 문인이 소유한 별장을 그린 그림이다. 안동김씨 가문에서 지어 정선이 그릴 당시에는 김시민(金時敏, 1681 ~1747)의 소유지였으며, 본교 박물관 소장품 외에도 1742년 작품인 정선의 《양천팔경첩(陽川八景帖)》에도 그려진 바 있다. 정선은 두 차례에 걸쳐 그림으로 이 장소를 남겼다. 

<귀래정도>는 사유지 별장이었음에도 가옥의 위치나 모습이 잘 고증되어 표현되었다. 이를 통해 정선과 안동김씨 가문과의 밀접한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김시민과 정선은 인왕산 아래 같은 동네에서 자란 사이였기에 귀래정을 직접 방문해 실제와 가깝게 그릴 수 있었다. 그림 상단에 ‘귀래정(歸來亭)’으로 별장 이름이 적혀있으며, ‘겸재’ 호가 찍혀있다. 그림에는 총 세 명의 인물이 그려졌다. 신분이 높은 두 인물은 화면 하단의 나룻배에서 내려서 한 명은 말을 타고 다른 한 명은 걸어가고 있다. 말 옆으로 시동이 작게 그려져 길을 안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림 속 인물은 귀래정의 주인인 김시민을 만나러 가는 것으로 보이며, 그림을 통해 인물이 가는 방향성을 보는 이에게 잘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소장 《양천팔경첩》의 <귀래정도>는 배를 타고 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귀래정이 부감법(俯瞰法)으로 좀 더 멀리서 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이에 반해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본 <귀래정도>는 클로즈업되어 감상자가 건물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그려졌다. 

귀래정은 현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 뒤편인 덕양산의 한강변에 있었던 정자이다. 안동김씨 가문의 김광욱(金光煜, 1580~1656)에 의해 지어진 이 장소는 벼슬에서 물러나 자신이 살던 집을 고치고 그 정자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장소의 이름은 김광욱이 동진(東晋)의 대표적인 은거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따온 이름이다. 조선 중기 문인의 사적인 장소가 한 세기가 지난 후 정선이라는 화가에 의해 그려지고, 현재까지 우리가 그림을 통해 장소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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