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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슈가, 정말 제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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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편의점을 가든 대형마트를 가든 다양한 ‘제로(Zero)’ 음료를 발견할 수 있다. 제로 음료는 기존 음료에서 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던 설탕을 뺀 ‘무설탕’,  그리고 ‘0kcal’라는 점을 홍보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탄산음료의 양대 산맥인 콜라와 사이다부터 이온 음료, 과자, 젤리 등에 이어 이제는 주류까지 설탕을 뺀 ‘제로 버전’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무설탕 식품 시장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증가와 설탕을 대신할 감미료의 발전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어디를 가나 마주치는 ‘제로 슈가(Zero Sugar)’는 정말 ‘제로’일까? 이번 오색찬란에서는 ‘제로’에 대해 파헤쳐 보려 한다.

 

[‘제로’의 탄생과 성장]

▲코카콜라 제로/ 출처: 코카콜라 코리아 홈페이지

제로 슈가의 탄생과 성장은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의 확산과 관련돼 있다. 헬시 플레저 마케팅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헬시 플레저는《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새롭게 소개된 용어로, MZ세대가 그동안 힘든 것으로만 여겨져 왔던 건강관리에 재미와 행복을 가미해 만들어 낸 하나의 즐거운 문화를 말한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얻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와 반대되며, 건강관리 자체를 즐겁고 장기적으로 이어 나가려는 목적이 반영돼 있다. 헬시 플레저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건강관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데에 있다. MZ세대는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먹되, 건강한 대체재를 넣어 입은 즐겁지만 몸은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으로 제로 슈가, 무설탕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MZ세대가 소비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만큼 식품업계 역시 발 빠르게 반응하며 제로 식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됐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마켓링크’에 따르면,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924억 원에서 지난해 2,683억 원으로 2년 만에 4배가량 성장했다. 그리고『경남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장님들 제로 음료 꼭 들여놓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 ‘제로 음료수를 찾는 손님이 많다.’, ‘무설탕 트렌드를 따라가면 다른 가게와 차별화할 수 있다.’라며 공감하는 분위기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지난 9월 13일(수)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에서도 제로 음료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제로 콜라, 제로 사이다 등의 제로 메뉴 주문은 전년 대비 2.5배 늘었다. 

▲2.5배 증가한 제로 메뉴 주문/ 출처: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
▲2.5배 증가한 제로 메뉴 주문/ 출처: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

많은 기업이 제로 식품 출시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부터 제로 음료 라인업 성장에 힘쓴 기업 중 하나이다.『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매출은 2조 8,417억 원으로 전년보다 13.4% 늘어났고, 영업이익도 2,228억 원으로 22.3%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제로 음료수 라인업의 성장이 꼽힌다. 실제로 지난 2월 출시한 ‘밀키스 제로’는 초도물량이 약 1시간 만에 매진되며 제로 음료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한,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콜라 제로 등의 제로 탄산음료 매출액은 1,900억 원으로 111%가량 증가했다. 롯데칠성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제로 음료수를 통해 성장을 이룬 경우가 많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농심의 ‘웰치 제로’는 지난 연말까지 이미 3천만 캔 이상 팔렸다. 동원F&B는 ‘보성홍차 아이스티 제로’와 같은 제로 음료수 판매 증가로 음료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50% 성장했다. 이처럼 제로 음료수 시장의 범위는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롯데칠성음료가 내놓은 무설탕 소주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 병이 넘게 팔렸고, 제로 탄산음료 시장의 규모는 올해 1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는 괜찮을까?]

제로 식품의 성장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성향뿐만 아니라, 설탕 대신 들어가는 대체당과 인공 감미료 조합법의 발전으로 개선된 맛 덕분이기도 하다. 제로 탄산음료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는 감미료 특유의 맛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제 ‘제로 음료는 맛없다.’는 옛말이다. 오히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로 칼로리 버전이 더 맛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설탕 대신 쓰이는 인공 감미료에 대해서도 몇몇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설탕을 대신해 주로 쓰이고 있는 감미료는 △수크랄로스(Sucralose) △아세설팜칼륨(Acesulfame potassium) △아스파탐(aspartame) 등이 있다. 이러한 인공 감미료는 우리 혀에서 맛을 감지해 뇌로 전달하는 미각 수용체와 잘 결합하기 때문에 설탕보다 적은 양으로도 강한 단맛을 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수크랄로스는 설탕의 600배, 아세설팜칼륨과 아스파탐은 200배 정도의 단맛을 낸다. 

지난 7월 14일(금) 아스파탐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인체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지정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기존 권고 섭취량에 따르면 문제없다고 발표하며 해당 논란은 일단락됐다. 실제로 아스파탐의 일일 허용 섭취량은 40mg/kg이다. 이는 60kg인 성인이 하루에 아스파탐이 들어간 음료를 55캔을 마셔야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아세설팜칼륨의 하루 허용 섭취량은 15mg/kg으로, 70kg 정도 되는 성인이 이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하루에 약 4L 정도 마셔야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극단적으로 많은 양을 섭취해야 위험할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 위험이 발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아직 인공 감미료를 반복적으로 장기간 섭취할 때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는 밝혀지지 않아 안심하기는 이르다.

▲인공 감미료의 1일 섭취 허용량/ 출처: 식약처
▲인공 감미료의 1일 섭취 허용량/ 출처: 식약처

 

[‘제로’에 대한 의문]

그렇다면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제로’ 음료니까 건강할까? 식약처는 이 질문에 승인된 감미료를 1일 섭취 허용량 이내로만 먹으면 무해하다고 답한다. 2019년 식약처에 따르면, 국민들은 인공 감미료를 섭취 허용량 대비 평균적으로 1%에도 미치지 않는 적은 양을 먹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감미료가 체중 조절에 전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WHO는 “천연 당분을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것이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인공감미료를 장기간 복용할 시 “2형 당뇨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고 조기 사망의 위험도 증가시킨다.”라며 당뇨 환자에게 몸무게를 줄이거나 질병의 위험을 줄일 목적으로 인공감미료를 섭취하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당 조절이 필수적인 당뇨 환자가 제로 음료를 섭취해도 괜찮을까?『부산일보』에서 대한당뇨병학회에 문의한 결과, 제로 음료가 일반 음료보다 당뇨병 환자에게 더 안전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따라서 당뇨를 앓고 있다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로 음료보다는 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열량과 첨가당이 포함되지 않은 커피, 차 등을 추천하고, 금주를 권고한다. 

그리고 ‘제로’ 음료는 정말 0kcal일까? 사실 0kcal가 아니다.「식품위생법」에 따르면, 100ml당 4kcal 미만일 경우 0kcal로 표기할 수 있다. 즉, 제로 음료에는 열량이 존재하지만, 수치가 낮아 0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식품 영양성분 표기에는 제품 내 함유량 표기 의무가 없는 상태여서 가능하다. 또한, 무(無)설탕이라고 해서 충치가 생기지 않을까? 인공 감미료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제로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는 당을 제거해 제로 음료수라고 해도 탄산이 함유되어 있어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노컷뉴스』에 따르면, 자일리톨, 만니톨과 같이 ‘올’로 끝나는 인공감미료는 다른 당과 달리 충치균이 쉽게 분해하지 못해 충치 예방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한다.

 

최근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에서 올해 가장 관심이 뜨거운 음식으로 꼽힌 탕후루도 지나친 당 섭취로 유해하다는 지적에 ‘제로 탕후루’가 등장했다. 이처럼 제로 슈가의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류가 인공 감미료를 섭취한 기간이 짧아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그저 괜찮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헬시 플레저로 시작된 제로 열풍, 시작의 목표처럼 지속 가능한 건강을 위해서는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김현준·장준혁·조세빈,「헬시플레저 마케팅」, 한국마케팅연구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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