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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따르는 ‘빛’은 온전한 진실인가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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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포스터/제공: 더웨이브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포스터/제공: 더웨이브

시각장애인 ‘돈 파블로’와 비장애인 아내 ‘도냐 페피따’가 이끄는 ‘돈 파블로 맹인학교’의 개학식 당일, 학생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까를로스’와 ‘후아나’를 중심으로 모인 학생들은 저마다 방학 때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때 ‘미겔린’이 교실 너머 들려오는 낯설고 이상한 소리를 포착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지팡이 소리. 교내에서는 지팡이를 사용하는 학생이 없기에, 모두가 당혹감에 빠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선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전학생 ‘이그나시오’였다.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스페인 희곡의 거장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Antonio Buero Vallejo, 1916~2000)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맹인학교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장애를 잊을 만큼 안전하고 완벽한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감에 찬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재학생들 사이로, 별빛을 동경하는 전학생 이그나시오가 등장하며 겪는 갈등과 각자의 신념이 변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공연 사진/제공: 더웨이브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공연 사진/제공: 더웨이브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이그나시오는 자신과 재학생 모두를 ‘장님’이라 칭하며 비하한다. 까를로스는 학교 안에선 모두가 동등하고, 바깥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며 그에게 지팡이를 내려놓으라 설득하지만 실패한다. 오직 ‘앞을 보는 것’만이 자신이 갈망하는 것이라 말하는 이그나시오의 말에 다른 재학생마저 점차 동화된다. 안전한 학교를 벗어나 바깥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모두가 지팡이를 들고, 앞을 보기를 희망한다. 결국 학생들의 안전하고 평온했던 학교는 이그나시오로 인해 혼란을 맞게 된다.

지난 호 본지에서 소개한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의 주인공 네불라가 오디션을 준비하며 연기한 배역이 이그나시오다. 모두가 장님이고, 아무도 진실을 보지 못한다며 울부짖는 이그나시오를 연기하던 네불라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자 미토스를 따르게 된다. 미토스가 이그나시오와 같은 혁명가라 착각한 그는 미토스의 대역 배우가 되지만, 결국 그 역시 독재 체제 아래 이그나시오가 비판하던 ‘진실을 등진 장님’이 되고 만다. 서로 완전히 다른 듯 닮은 네불라와 수아처럼, 까를로스와 이그나시오 역시 서로 추구하는 각기 다른 질서와 빛을 좇는단 점에서 닮아있다.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공연 사진/제공: 더웨이브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공연 사진/제공: 더웨이브

희곡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En la Ardiente Oscuridad)』의 주인공은 이그나시오지만, 뮤지컬에서는 까를로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신이 학교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랑스러워하며 누구보다 성실히 질서를 따르던 까를로스가 변화를 겪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극의 결말이 주는 의미 역시 원작과는 결을 달리하게 된다. 이그나시오가 사라진 뒤에야 자신이 추구하던 사실에 의문을 품고 ‘빛’을 갈망하게 된 까를로스. 그렇게 <쇼맨>의 네불라도,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의 까를로스도 극의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가려진 진실을 마주한다.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공연 사진/제공: 더웨이브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공연 사진/제공: 더웨이브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과연 온전한 진실인가, 아니면 진실이라 믿고 싶은 허상인가? 줄곧 따르던 ‘빛’이 결국 허상이었음이 드러났을 때, 당신은 그 사실을 온전히 직면할 수 있는가? 적어도 진실을 못 본 체 외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모든 일을 쉬쉬하려는 도냐 페피따에게 까를로스가 던진 말처럼, “무언가 봤다 해도 말할 수 없다면 그건 진짜 본 게 아니니까.”

 

공연 기간: 2023년 8월 26일(토)~11월 26일(일)

공연 장소: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

공연 시간: 화·목·금 19:30 / 수 15:00, 19:30 / 토·일·공휴일 14:00, 18:30 (월 공연 없음)

관람 요금: R석 77,000원 / S석 5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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