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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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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신이치로(上田慎一郎, 1984~) 감독의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カメラを止めるな!)>(2018)는 좀비 영화 촬영 현장의 모습을 담아낸 일종의 소동극(騷動劇)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삼류 영화감독 ‘히구라시’는 어느 날 ‘영화를 찍는 영화를 찍는’ 영화 <One Cut of the Dead>를 기획한다. 한 방송사를 통해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그것도 원 테이크로 찍어야 하는 영화 <One Cut of the Dead>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여자 주인공 ‘치나츠’와 남자 주인공 ‘켄’은 좀비 영화의 촬영장에 와 있다. 영화 촬영이 한창일 때 진짜로 등장해 버린 좀비에 모두가 기겁하지만 정신 나간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계속해서 촬영을 강행한다. “촬영은 계속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라고 두 눈 부릅뜨고 카메라를 노려보면서.

말 그대로 영화를 찍는 영화를 찍게 된 히구라시는 생방송 원 테이크 영화라는 말도 안 되는 제안에도 꿋꿋이 촬영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그런데 웬걸, 촬영 현장에 도착하자 감독 역의 배우와 분장 감독 역의 배우가 교통사고로 불참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치나츠 역의 ‘아이카’와 켄 역의 ‘카즈유키’는 까탈스러운 배우인 데다가, 녹음기사 역의 ‘슌스케’는 에비앙이 아닌 다른 물을 마시면 설사하고, 촬영감독 역의 ‘마나부’는 알코올 중독이다. 결국 펑크 난 배우 대신 직접 감독 역할을 연기하게 된 진짜 감독 히구라시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촬영을 시작한다. 방송이 시작되고, 이제는 마음대로 촬영을 끊을 수도 없다. 촬영은 계속돼야 한다는 작품 속 그의 대사는 카메라맨에게 향한 목소리일 뿐만 아니라 실제 방송국에서 지켜보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속 이야기는 언뜻 보기에 우리 세상과 동떨어져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기자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실, 강당(S동) 211호의 풍경이다. 기자실의 문은 매일 쉴 새 없이 열리고 닫힌다. 특히 금요일과 토요일이 가장 바쁜 날이다. 금요일에 기사 마감을 하고, 토요일에 지면 마감과 함께 다음 호 기사 배분 회의를 진행하고, 그 후에는 또 그다음 주 금요일까지 취재 및 기사 작성을 모두 마쳐야 한다. 신문 한 호가 발간되는 매 순간이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원 테이크 좀비 영화와 같다. 촉박한 일정 속 취재를 진행하던 중 인터뷰이를 구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잠시 눈앞이 깜깜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그러했듯, 구세주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한다. 그건 행정실의 도움이기도 하고, 동료 기자의 도움이기도 하고, 때로는 극한 상황에서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는 나 자신의 도움이기도 하다.

편집국장을 필두로 굴러가는 취재부에서는 펑크따윈 없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면을 백지로 낼 수는 없다는 의지가 매 순간 엿보인다. 사고 발생 시 바쁘게 올라가는 취재부 단체 채팅방 메시지, 쉴 틈 없이 기자실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신문 한 호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이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어떻게든 사고를 수습하는 동료 기자들, 또 언제 문제가 있었냐는 듯 문제를 해결하는 편집국장의 얼굴은 그야말로 “촬영은 계속된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하고 카메라를 향해 소리치는 히구라시의 얼굴과 똑 닮아있다.

약 한 달간의 휴간을 마치고 돌아온 S동 211호. 기자에게는 퇴임 전 마지막 네 개의 호가 남아있다. 이번 호인 1335호부터 2학기 마지막 호인 1338호까지, 누군가 이 네 개의 호를 아무 문제 없이 발간할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단번에 그렇다고 답할 순 없다. 그래도 어떻게든 발간이 될 것이라고는 자신만만하게 답할 수 있다. ‘Show must go on.’이라는 말처럼, 열 평 남짓의 이곳에는 그 어떤 악재에도 굴하지 않고 카메라를 든 채 “액션!”을 외치는 열댓 명의 조력자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 호도, 발간을 멈추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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