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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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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당(S동) 211호, 기자실로 오는 길, 기자는 커다란 나무가 가득한 공원을 지나온다. 효율을 중시하는 평소의 기자에게 공원은 기자실로 가는 지름길에 불과하지만 가을에는 의미가 달라진다. 가을이 시작됐다는 신호처럼 공원 입구에는 은행이 가득하고, 오고 가는 학우들이 밟아 터진 은행 냄새에 기자는 표정을 찡그린다. 공원 입구를 지나는 순간은 잠깐이지만 공원 근처에서부터 은행 냄새에 대한 두려움과 공원 입구를 지난 후에도 계속되는 냄새에 찡그린 표정과 불쾌함은 오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골목을 돌아 마주한 공원 입구의 바닥은 말끔했고 냄새로 표정이 찡그려지지도 않았다. 미화원인지 근처 주민인지 알 수 없지만 은행을 치워주신 분 덕분에 기자는 웃음을 머금고 속으로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사실 기자는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행복에 취해서 불행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 기자는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원하던 가수의 콘서트 표를 구해도, 원하던 신문사 부편집국장이 되어서도 절대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에 기자는 동의한다. 다른 이의 행복을 들으며 마치 내가 그 행복의 주인이 된 것 같이 잠시 기뻐진다. 하지만 기자는 ‘배가 된 행복에 젖어 예상치 못한 불행이 찾아온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은 기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혼자 행복을 간직하게 만든다. 제대로 누리지 못한 행복 때문에 더 크게 다가오는 불행에 대한 걱정은 기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기자는 그런 자신을 너무 잘 알기에 방법을 모색했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한다. 은행으로 가득해 악취를 풍기던 거리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말끔해졌음에 감사했다. 단풍으로 물든 한강 공원과 저 멀리 선명히 보이는 N서울타워를 바라보며 등교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가을이 찾아와 가을에 어울리는 앨범을 들으며 노래를 한껏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소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하자 하루의 시작이 행복했고 힘든 일에 기운이 빠져도 금세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글을 쓰던 기자는 문득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기자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Love myself.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이 구절은 너무 익숙하지만 어려운 뜻을 담고 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하는 주체이지만 그 방법을 모른다. 어쩌면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는 전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스스로를 정의 내리려 노력한다 생각한다. 또한 그렇기에 한껏 부정적인 생각에 잠겨 울적하다가도 이런 자신을 발견하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반복되는 게 아닐까?

오피니언을 읽는 독자 중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자만의 사소한 행복을 찾는 방법을 남기고자 한다. 기자는 계절이 바뀌면 플레이리스트를 바꾼다. 계절마다 챙겨 듣는 앨범을 정해 마주한 계절을 즐긴다. 가을이 오면 비투비(BTOB)의 <Brother Act.> 앨범을 듣는다. 가을 냄새가 나는 앨범을 듣다 보면 지나간, 그리고 지나갈 계절에 대한 아쉬움보다 지금의 가을에 동화되어 나에게서 가을 냄새가 나는 듯하다. 기자는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쓴다. 일주일 단위로 글을 쓰기도, 한 달 단위로 글을 쓰기도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사진과 함께 하루를 돌아보면 고작 몇 시간 전이지만 잊어버렸던 즐거운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 어쩌다 며칠의 기록을 한 번에 남길 땐 그때의 웃음이 똑같이 입가에 번진다. 시간이 지나 블로그를 다시 읽으면 힘들었던 순간 적은 글에서 나의 미숙한 대처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 일이 힘듦으로만 기억되지 않게 이성적으로 다시 생각할 기회가 생긴다. 극복한 내 자신에 대해서도 잘했다는 말을 전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쓴 기자도,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아무튼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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