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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홍대 학ㆍ예술상(사진ㆍ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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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문

최우수 

「파도를 대하는 자세 3」

 

최우수 당선소감

윤지원(기계시스템디자인3)

<파도를 대하는 자세>라는 제목은, 어떠한 출렁임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려 노력하는 서퍼들을 보며 떠올렸다. 파도는 그렇다. 인생에 아무리 큰 파도가 와도 그들은 파도에 몸을 맡기고 스러지지 않게 단단한 근육들을 만든다. 굳게 박힌 그들의 뿌리는 파란을 맞고 쓰러져도, 이내 그 파도에 다시 도전하여 과정을 즐기고 느끼고 이겨낸다.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피부가 까지고 뒤집어지고, 강력한 파도에 온몸을 맡기고는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빠져서 쓰라린 물을 마시고도, 그들은 일어나 헤엄쳐 작은 파도를 넘어 큰 파도에 몸을 맡기고 이겨낸다.

나는 그들의 자세를 존중하고 자세히 담아내려 노력했다. 파도를 바라보는 이와 파도 주변을 떠도는 이, 파도에 도전하는 이, 더욱 큰 파도를 유랑하는 이. 각자의 모습은 모두 우리의 인생과도 같아 역경을 타고 즐기는 서퍼들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을 대입하면서 보았다. 흠씬 너울지는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의 모습을, 그들 너머에 나는 기다리며 셔터 누를 준비를 한다. 이내 파도는 부서지며 서퍼는 파도를 타고 나아가고, 셔터는 그 순간에 안착한다. 여전히, 시나브로.

 

우수

「옥상」

 

우수 당선소감

최주혁(시각디자인2)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에는 광장이라는 장소가 있다. 학원이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과 그런 건물로 빼곡하게 채워진, 그 숨쉴 틈 없는 구역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광장이다. 광장에 있는 여러 학원 건물 중 옥상이 개방되어 있는 곳이 딱 한군데 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학원 수업 쉬는 시간에, 그날 하루가 끝난 밤에 학생들은 그 옥상으로 향한다.

광장의 유일하게 개방된 옥상은 학생들에게 도피처와 같다. 그곳에는 해방감이 있고, 공감과 대화가 있고, 온기가 있다. 그리고 동시에 우울함과, 무기력함과, 답답함과, 조용한 분노가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곳에는 10대들의 애달픔이 서려있다. 그들의 복잡한 감정은 남몰래 피운 담배꽁초, 욕설이 섞인 음성, 가끔은 눈물의 형태로 옥상에서 드러난다. 옥상에 삼삼오오 모인 10대들의 눈빛은 세상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우리는 왜 이곳에 있는가.”

해질녘 붉은 기운이 하늘에 묻기 시작하면 학원 수업이 시작한다. 이제 그들은 다시 옥상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이 사진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대단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내가 한때 겪었으며 지금도 누군가 겪고 있을 순간을 끄집어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가작 

「가장 자연스러운 일」

 

가작 당선소감

김성현(광고홍보4)

저는 어릴 적부터 빵점을 받아도 혼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면 진실을 말할 때까지 엄마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습니다. 교육의 결과 때문인지 누군가 거짓되고 척하는 행동을 보면 마음속에 돌이 턱턱 걸리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그 후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제 필름지에는 거짓된 눈동자보다 자연의 모습이 더 많은 걸 발견했습니다. 장미는 피고 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그 행위에만 집중합니다. 그것은 칭찬할 일도 아니고 장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과정이 어디 하나 가공된 것이 없고 그저 존재 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페르소나를 강요받는 사회에, 제 사진이 모두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장미 한 송이만큼은 지켜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영상 부문

최우수

「두꺼비 근로」

 

최우수 당선소감

하지민(시각디자인4)

영상 속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무대의 배경이 되는 ‘신제공사’ 간판집은 제가 사는 동네 주변에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일상에서 오랫동안 관찰해왔습니다. 간판집에서 인쇄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해 광고처럼 붙여놓은 구멍난 항아리와 쏟아지는 폭포의 이미지가 그곳이 비단 평범한 길거리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래된 이미지는 파랗게 빛바래어 있지만 동시에 그 자리에 붙박혀온 시간을 생각하게 만들고 그렇게 살아남은 공간과 이미지가 가진 힘에 기생해서 앞으로도 어떤 장면을 상상하고 싶다고 느끼게 합니다.

 

우수

「The Silent」

 

우수 당선소감

손호준(자율1)

평소 고전영화를 좋아하는 제 취향으로 인해 무성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이번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흑백과 컬러를 결합한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1939)처럼 많은 예시들이 있지만 유성영화와 무성영화를 결합한 영화는 그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제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컬러(유성영화)에서 흑백(무성영화), 다시 컬러(유성영화)로 돌아오는 연출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이 중에서 일종의 ‘꿈’에 해당하는 부분인 흑백 장면을 촬영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코트를 걸치고 중절모를 눌러쓴 살인마는 1940년대 필름 누아르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 캐릭터들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공포 혹은 스릴러라는 이 영상의 장르에 맞게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흑백영화의 특성상 명암 대비를 강조하기 위해서 살인마는 비교적 어두운 옷에 얼굴은 항상 그림자에 가려져 있으며, 쫓기는 주인공은 비교적 밝은 옷에 얼굴도 밝게 나오도록 연출하였습니다. 또한 무성영화에서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특징을 이용하여 간자막으로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에 당황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연출하였습니다. 작품을 선정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영상을 같이 만든 이린, 이지민 님과 출연해주신 최윤제, 정예은 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진 부문 심사평

이원철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전공)

이번 사진공모전에는 17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각자 4~7장의 사진을 인화물로 제출했습니다. 출품작 중엔 일상, 여행을 기록한 사진도 있었고, 연출을 통해 원하는 분위기를 표현한 사진 등 다양한 대상과 표현 방법이 있었습니다. 100여 장의 사진 중 시리즈로 작업한 사진들이 완성도가 더 높았습니다. 수상작은 시리즈가 아닌 한 장의 사진을 뽑는 거지만, 같은 주제로 오래 고민하고 촬영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사진 공모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최우수상은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파도를 타고 서핑를 즐기고 있는 역동적인 스포츠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었으나, 선정 작품은 밀려오는 파도를 지켜보고 있는 서퍼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자연을 바라보고는 인간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자유를 꿈꾸지만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지켜보는 젊은이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또한 비교적 수평으로 이동하는 파도의 움직임과 그런 파도를 응시하고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동적요소, 정적요소로 대조를 이룹니다. 모노톤의 서정적인 표현은 단순히 역동적인 스포츠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고독을 표현한 것 같은 분위기를 암시합니다.

우수상은 건물 옥상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교복을 입은 다섯 명의 학생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에어컨 실외기를 빽빽하게 쌓아둔 모습과 대조적으로 노을 배경은 아름답게 보입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학생들, 실외기, 멀리 보이는 아파트... 이런 질서정연한 모습은 도시적 특징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발 딛고 있는 모든 부분은 회색 모노톤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현실의 은유’, 아름다운 하늘빛은 ‘미래나 이상의 은유’로 보입니다.

가작은 꽃병에 꽃이 꽂혀 있는 단순한 사진입니다. 사진은 기록성이 강한 매체이고, 개인적 기록은 기억을 소환합니다. 기억을 사진으로 찍을 수는 없지만,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고 기억을 되짚을 수는 있습니다. 기억은 명확하다기보단 흐릿하고 아련한데, 선정 작품은 모호한 색감과 거친 입자, 부분 초점을 사용해 기억을 시각화한 느낌입니다.

 

영상 부문 심사평

김현석 (시각디자인전공)

이번 48회 홍익대학교 학예술상 영상부분에서는 <두꺼비 근로>가 최우수상을 ,<The Silent>가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두꺼비 근로>의 경우 전통설화인 콩쥐전을 모티브로 하여 끊임없이 계속되는 반복적인 노동을 통해 근로자로서의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야간 도심의 풍경에서 보여지는 두꺼비(인간) 무리의 반복적 퍼포먼스는 끊임없이 큰 돌을 굴려 올라가야 하는 시시포스의 벌과 같이 보여지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드러내고 있다. 단편영화 <The Silent>는 1920년대 무성 흑백영화 속의 한 장면을 오마쥬 한다. 쫓기는 주인공과 이를 쫓는 스토커 간의 심리적 긴장감은 배경음악의 힘을 빌어 서서히 조여들어 온다. 다양한 작품의 형식과 내용으로 제작된 학생작품들이 많이 학예술상에 출품되고 있어, 심사를 하면서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가득하다. 수상한 학생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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