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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첫날을 가장 따뜻한 신문으로 시작한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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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떠나 직장생활을 시작한 겨울의 첫날, 친한 동생이 손에 쥐고 온 『홍대신문』을 건네받아 읽게 되었다.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기에 신문 속 모두가 모르는 사람일 거라 생각하니 괜스레 더 마음 편히 읽게 되는 심리는 무언가. 멋들어진 글씨체로 적힌 제목으로 문을 연 뒤, 헤드, 보도기사, 단신, 인터뷰를 지나 사진 기획으로 매듭지은 한 덩이의 신문을 읽으며 든 짤막한 생각을 나눈다.

신문의 맨 앞과 맨 뒤를 채운 ‘홍익패션위크 2023’ 기사에서는, 자칫하면 지나칠 수도 있는 그 작품들을 그려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참 좋았다. 과제전을 준비하고, 그것을 어떻게 담아낼지 구상하고, 아쉬움과 성취감이 섞인 그 젊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Peace is Blue’라는 주제어와 함께 각자의 톤을 가진 작품들이 한 화면으로 구획되어, 인터뷰한 학우님의 말처럼 ‘다양한 소재와 디테일이 규칙적이고 타당하게’ 놓여있어 감탄했다.

한 면을 넘기자, 학교 안팎에서 학우들이 마주한 다양한 일들이 담겨 있었다. ROTC, 열람실 좌석, 시상식, 사회행동, 정책토론회, 마약 카드 이슈까지 우리 학교의 소식과 닮은 듯 또 다른 다양한 그것들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소식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인터뷰이를 컨택하고, 알맞은 질문을 직조하는 안목이었다. 3면 정책토론회 기사에서는 공약의 구체성을 점검하고, 마약 판매 카드 적발 기사에서는 학생지원팀 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경위를 전달하는 등, 언제 읽어도 생생히 읽힐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같은 면의 대학생들의 사회행동 기사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인터뷰이를 컨택했는지를 밝히는 모습이 새로웠고 이 과정이 이후에 인용된 인터뷰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4~7면에서는 학예술상 당선작 특집 기사가 이어져 있었다. 당선된 작품의 원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기쁨을 지나자, 작품을 쓴 학우들이 직접 적은 소감을 읽을 수 있어 더 풍성하게 읽혔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쓰겠노라고 다짐하는 수상자들의 글에는 힘찬 박수갈채보다는 담담한 응원을 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어려운 고민을 포기하지 않고 거듭하고, 글과 글 사이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한 모든 작품을, 종이를 넘기는 작은 수고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가! 그 마음들을 갈무리해서 글에 녹여낸 모든 수고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문화와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느껴졌던 후반부 면 중에서는, 오피니언으로 채워진 11면이 인상적이었다. 자기 삶에서 선과 악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한 흔적을 읽을 수 있음에, 열정이 꺼지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는 따뜻한 권면을 들을 수 있음에, 멈추지 않는 카메라의 반대편을 채우는 끈질긴 의지를 볼 수 있음에, 겹겹이 쌓이는 행복으로 아무튼 계속되는 삶이 주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각자의 시선과 목소리를 가지고 당차게 세상을 바라보고 담아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모르는 나의 불안을 깨워 클릭을 계속하게 하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내가 주목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선을 찬찬히 톺아보는 시간이 주는 위로가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잘 읽히는 글씨체와 구성을 한없이 고민했을 공간만이 주는 알 수 없는 안온함이 있다. 나의 속도에 맞추어 종이를 넘길 수 있는 공백에서부터 오는 평안이 있다. 위로와 안온함을, 젊음이 가진 뜨거움으로 감싸 안는 『홍대신문』만의 햇발이 오래 비치길 소원하며- 끝으로 최선을 다해 정확하고 빠르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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