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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새로운 시작

이지민(영어영문14)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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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영어영문14) 동문

당신은 처음으로 돌아갈 용기가 있는가? 여태까지 걸어온 익숙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목표를 위해 거침없이 새로운 길에 들어선 이가 있다. 본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 후 하늘을 날다가 게임의 세계로 뛰어든 이지민(영어영문14)동문을 만나 보았다.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모습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모습

Q. 승무원을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4학년 무렵, 길을 걷다가 보도블록에 부딪쳐 다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다리에 철심을 박는 큰 수술을 하게 됐고, 1년 정도를 병실과 집을 오가며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다리가 성하지 않으니 구직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무기력한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 문득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12년 동안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고, 그렇게 해서 온 대학에서 또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고, 사무직에 취업해 또다시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미래를 생각하니 조금 울적해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머리보단 몸을 쓰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시던 어머니께서 승무원을 해보는 것은 어떠냐며 제안하셨고, 당시에는 그 말이 근사하게 들렸다. 이를 계기로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Q. 승무원을 그만두고 게임업계로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A. 승무원이 되고 나서의 첫 3~4개월은 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일 자체에 대한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물론 장거리 비행 후 현지를 여행했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적 노동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승무원의 업무는 갈수록 단조롭게 느껴졌고, 내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 처리 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나의 성취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한다면 일 자체에 대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대학 친구를 만났다. 대학생 시절 게임 동아리에서 만났던 친구들은 어느새 게임 업계에 종사하고 있었다. 게임 회사에도 여느 회사처럼 비개발 직군이 있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전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게임 회사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전공과 무관한 분야로 취업하면서 느낀 고충은 없었는가?

A. 생각보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의외로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이 직무로 곧바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서로 무관해 보이는 분야가 사실은 긴밀하게 연결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지금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 개발 관련 업무를 예로 들자면, 비즈니스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외국 회사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홍콩 항공사의 승무원으로 일하던 때에도 업무 용어의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어 대학 시절 공부한 전공이 큰 도움이 됐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전공과 무관해 보이는 분야로 진출하더라도 대학에서 배워둔 지식이 결코 무용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임 회사 홍보 영상 썸네일
      ▲게임 회사 홍보 영상 썸네일
▲게임 회사에서 기획안 점검 회의를 하고 있다
▲게임 회사에서 기획안 점검 회의를 하고 있다

Q. 국내외 회사를 모두 경험해 봤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각 회사의 장단점이 무엇인가?

A. 외국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수평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영어에는 존댓말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나이와 관계없이 격식 없는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실제로 승무원으로 일할 때, 연세가 많으신 고참 기장님과도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에 적응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비교적 많이 필요했다. 일을 배울 때도 누군가가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주지 않아서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부분이 꽤 있었지만, 그만큼 개인의 권한이 크고 윗선의 간섭이 적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국내 회사는 수직적인 분위기다. 비교적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믿고 따를 상사가 있고, 업무와 관련된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일을 빠르게 배울 수 있다. 각 회사의 특징이 상반되는 만큼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잘 맞는 회사가 갈릴 것 같다.

 

Q. 본교 재학 당시 ‘미사랑’, ‘ExP’ 등 전공과는 무관한 활동도 활발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각 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이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두 동아리 모두 스펙을 쌓기 위해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중학생 시절, 미술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진학하진 못했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미대로 유명한 본교에 입학하게 됐고, 미술 동아리에 가입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입한 미술 동아리 ‘미사랑’에서는 전시를 관람하거나 미대 친구들의 작업을 구경하며 재미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작품 도록 만들기, 누드 크로키 등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접할 수 없었을 값진 활동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게임 동아리 ‘ExP’는 다리를 다쳐 집에서만 머물던 시기에 가입했다. 집에서 혼자서 게임을 하니까 재미도 없고 우울감에 빠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랑 함께 게임을 하려고 동아리에 들어갔다. 동아리에 들어가 보니,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친구들도 있고, 게임 회사 취직을 희망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 친구들 덕분에 게임 개발 과정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고, 이후에는 게임 회사 취직에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Q. 이전까지 해오던 것과는 다른 분야에 뛰어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 도전을 포기하지 않게 해준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어떤 일을 새롭게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우선 꼼꼼하게 조사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아는 게 없을 때 오는 불안감과 막막함을 걷어내고 나면 그때부터 조금씩 길이 보인다.  방향을 잡고 난 다음에는 눈앞에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면서 묵묵히 나아간다. 사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그리 거창한 일은 아니다. 그저 흘러가다 보니 새로운 길로 들어선 것일 뿐,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 홍보 채널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회사 홍보 채널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Q. 여러 분야에 도전하며 살아왔는데,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A. 지금으로는 전문적인 비즈니스 디벨로퍼(Business Developer)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내가 하는 업무를 간단히 말하면 외국 파트너사와의 미팅에서 통역 및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해외 게임 시장을 조사 및 보고해 라이센스 계약 체결 시 계약서의 조항 및 세부사항 등을 검토하는 역할이다. 다른 회사 사람을 만나고 시장을 분석해 우리 회사와의 협력을 제안할 수 있는 이 업무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지금 내 업무에서 더 큰 빛을 발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하던 것과 다른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본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A. 처음 취업 준비를 하거나 이직할 때는 막막하고 불안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부딪혀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의외로 세상에는 내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일하면서 쌓아온 경험이나 이력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굉장히 보람차고 의미 있는 일이다. 이렇게 보람찬 일을 마다할 이는 많지 않다. 그리고 만약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성공하게 된다면, 그 경험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면서 그 선의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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