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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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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일반화의 오류(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는 우리에게 꽤 익숙한 개념이다. 제일 대표적인 예시는 장님들이 코끼리의 각 신체 부위를 만지고 이것은 말뚝이네 밧줄이네 하며 싸웠다는 이야기다. 무언가 또는 누군가에 대해 전부 알지 못하면서 판단하는 일은 너무나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소설 속 갈등 상황에서도 성급한 일반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의 대표작 『오만과 편견』 속 주인공 다아시와 리지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오만해진 남자와 편견을 가진 여자로 묘사된다. 소설 속 그들의 오만과 편견이 가장 극적으로 묘사되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다아시가 리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그대의 어머니와 동생들은 교양도 없고 남을 헐뜯기 좋아하며, 집은 가난해 나와는 어울리지 않으나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 결혼해달라며 무례하기 짝이 없는 다아시의 청혼에 리지도 편견으로 응수한다. 당신 때문에 언니는 상처받았고, 위컴은 쫓겨나지 않았냐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곤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 같은 남자랑은 절대 결혼 안 해요!”라고 말하며 각자의 성급한 오류에 쐐기를 박아버린다. 이후 다아시가 위컴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편지를 쓰고, 위컴이 리지의 고작 16살짜리 동생을 데리고 도망쳐 거액의 지참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편견이 깨지는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난다. 소설의 결말은 조금 진부할 수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벗어던진 두 사람이 결국 결혼하는 것으로 끝난다.

다아시와 리지가 잘 알지도 못한 채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과 비슷한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일어난다. 다행히도 이 둘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현실에서의 오류는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거나, 신체적인 상해를 남기기도 한다. 지난 4일(토) 경남 진주시 하대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A씨는 0시 15분쯤 20대 B씨로부터 폭행당했다. B씨는 술에 취해 편의점에서 행패를 부리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머리가 짧은 것을 보니 페미니스트다.”, “나는 남성연대 회원이고 원래 여자는 때리지 않지만,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 라며 A씨를 폭행했다고 한다. B씨는 폭행을 말리던 50대 남성에게도 폭력을 가하며 남자가 남자를 도와야지 페미니스트를 왜 도와주냐고 외쳤다. B씨는 경찰에게 연행된 이후에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B씨가 생각했던 대로 숏컷 머리를 했던 A씨는 정말 페미니스트였을까? 사건에 대한 보도 내용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가 정말 페미니즘에 동의해서 머리를 자른 것인지, 아니면 그냥 그 머리가 편했던 것인지, 또는 단순하게 본인 취향이었던 것인지 판단 내리는 일은 이 상황에선 오히려 불가능에 가깝다. 하물며 편의점에 스쳐 지나가는 손님인 B씨가 A씨의 그런 가치관까지 어떻게 한눈에 알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한 가지 요소 만으로 성급히 판단을 내린 결과는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정신적·육체적으로 돌이킬 수 없이 부서졌다는 비극이다. 아무리 B씨가 술에 취해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고 해도 ‘정말로 그럴까?’라는 생각이 한 순간이라도 들었다면 두 사람이 크게 다칠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성급한 판단으로 오해를 받아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빚거나, 심지어 앞서 언급한 A씨처럼 폭행당하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기자는 유달리 이러한 오류를 싫어하는 축에 속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와 어떤 상황에 있느냐, 내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하루에도 페르소나(persona)를 열두 번도 더 바꾸는 기질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을 때면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닌데 말이지...’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내뱉는다. 기자가 하나의 거대한 퍼즐이라면 그 중 딱 한 가지 조각에 대해서만 아는 사람은 그 한 조각에서 얻은 정보로 전체를 판단하려 한다. 오히려 퍼즐 조각을 더 많이 모으고 맞춘 사람들이, 즉 기자의 여러 가지 면모를 보고 들은 이들이 오히려 기자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옛말에 열 길 물속 보다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기자는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 한 곡을 추천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기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시트콤 <빅토리어스(Victorious)>(Nickelodeon)의 OST, <You don’t know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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