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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 그리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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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있다는 건 상당한 위로다. 모든 것에 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마냥 슬프거나 아쉬운 일이 아니란 뜻이다. 좋은 일에 끝이 있다는 건 그 순간을 더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며, 괴로운 순간에 빠져있을 때도 언젠가 끝이 온다는 사실에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다. 끝은 단순히 슬픈 게 아니다. 커다란 위로이자 버팀목,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2년 간의 기자 생활이 곧 끝맺어진다. 이번 호를 발간하고 나면 기자에게는 총 2번의 마감만이 남는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진 않았는데 어느새 수습 기자가 끝나고 준기자와 정기자 그리고 부편집국장을 거쳐 다시 부장기자가 되었다. 아마 이 오피니언이 기자의 마지막 오피니언이 될 것이다. 그만큼 잘 쓰고 싶은데 항상 그랬듯 글을 쓰는 건 쉽지 않다. 대망의 마지막 오피니언을 무엇으로 장식할까 일주일 내내 고민하다가, 주로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뤘던 기자의 지난 오피니언과 다르게 이번 글은 그동안의 기자 생활을 돌아보는 것으로 조금은 가볍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생각 이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기자는 학보사 기자의 신분으로 평생 해본 적 없었고 해볼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꽤 많이 경험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인터뷰 요청하기, 각종 단체와 기관에 연락 넣기, 영화와 소설에 나온 장소를 직접 찾아가기 등 말이다. 심지어 기자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과 인터뷰를 빙자한 진로 상담을 하는 귀한 경험까지 했었다. 물론 그 과정들이 항상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정말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음은 확실하다. 또한, 지겨울 정도로 매주 몇 편씩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방법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그 순간들이 마냥 순탄하고 좋았던 건 아니다. 글 한 자가 안 써져서 밤을 새는 날들이 참 많았었고, 인터뷰 컨택과 자료 수집에 어려움을 겪은 건 부지기수이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이기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로 속이 상하기도 했다. 그랬던 날들도 이젠 끝이 난다고 생각하니 단순히 아쉽기보단, 큰 문제 없이 마무리 지을 수 있단 생각에 후련하고 안도감이 찾아드는 것 같기도 하다. 기자 생활의 끝은 다소 복잡한 감정으로 남을 것 같다.

기자의 대학 생활은 학보사 생활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기자의 취미인 연극과 뮤지컬 관람 등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기자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바쁜 나날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끔은 이런 일상에 지쳐 제발 하루만 아무 일정 없는 날이 얼른 왔으면 하다가도, 막상 그런 날이 오면 왠지 모를 허전함에 애매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기자의 일상 중 꽤 커다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학보사 생활이 사라져 버린다면 큰 공허함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나 빈 곳은 새롭게 찾아오는 것들로 채워지는 법이기에. 끝 이후 찾아올 새로운 시작에 설레기도 한다. 새로운 시작이 있을 테니 끝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 학보사 생활이 빠져나간 내 일상엔 어떤 시작이 들어오게 될까. 그리고 아마 기자의 인생 동안 이런 시작과 끝은 수없이 되풀이 될 것이다.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

죽음이라는 진정한 끝에 도달하기 전까진, 우린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 순간들이 언제나 행복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쁜 기억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의 반복되는 시작과 끝 사이를 채워주는 것들에 감사를 전하며 기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시작과 끝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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