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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지만 다채로운 우리의 세계

디제이 J.E.B(조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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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일렉트릭 바흐(Johann Electric Bach, J.E.B)/출처: J.E.B 본인 제공

‘병맛’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아는가? 말도 안 되고 이상하지만, 웃음이 나게 하는 콘텐츠를 일컫는 말이다. 평소에 들을 땐 자연스러웠던 곡들을 조합해, 기존 곡의 앨범 재킷 사진으로 이미지까지 ‘병맛’ 그 자체로 만드는 사람을 소개한다. ‘요한 일렉트릭 바흐(Johann Electric Bach, J.E.B)’라는 괴상하면서도 웃음이 나오는 활동명처럼, 그의 세계는 별나지만 다채로웠다.

 

Q. 지난 2012년 KBS에서 방영한 <TOP밴드2> 1차 예선에 제출한 <장군님 에쿠스 타신다>가 대중에게 알려져 데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와 방송 오디션 참가를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A. 음악은 중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다. 영국 록 음악이나 메탈 등을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왔었다. 그 꿈을 간직한 채 학창 시절을 보낸 후 대학교 3학년 시절 인디밴드에 들어가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인디밴드로 활동할 당시에 <TOP밴드2>의 예선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펑크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밴드를 경연시키고 줄을 세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항심이 들었다. 여기서 기인했던, ‘컴퓨터와 함께하는 원 맨 밴드(One-man Band)라면 이것도 밴드로 인정해 줄 것이냐?’는 치기 어린 생각으로 <장군님 에쿠스 타신다>를 제출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치기 어린 짓이었는데, 조회수가 다른 예선팀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와서 유명해지게 된 것 같다. 그 이후 밴드 활동과는 별개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전자 음악을 연습 삼아 작업하면서 ‘요한 일렉트릭 바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2018년 공개돼 1,284만 조회수를 기록한 재킷 사진/출처: J.E.B 유튜브

Q. ‘요한 일렉트릭 바흐’라는 설정부터 발표하시는 곡의 대부분은 ‘병맛’이라고 불리는데, 처음 이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항상 웃긴 것과 말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요한 일렉트릭 바흐’도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곡가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와 내가 좋아하던 가수 데이빗 보위(David Bowie, 1947~2016)의 사진을 합성해 프로필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그냥 프로필 사진만 만들고 멈추기엔 심심하니 캐릭터의 설정을 추가했고, 이를 이용해 웃긴 것 중에서도 물음표를 던지면서 웃긴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충격과 동시에 ‘이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게 이렇게 되네.’라는 새로운 생각을 J.E.B 프로젝트를 통해 던지고자 했다.

 

Q. 음악을 발표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리믹스된 음악뿐만 아니라 영상도 굉장히 독창적인데, 한 영상을 공개하기 위한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지 설명 부탁한다.

A. 나의 작업물 중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거의 없다. 전자 음악도, 영상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독학했다. 프로그램에서 이것저것 기능을 눌러보다 ‘이것 좀 특이한데? 신선한데?’로 얻어걸리는 것들을 기억해뒀다가 작업에 활용하는 편이다.

음악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온갖 장르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 부모님께서는 조용필(1950~)이나 송창식(1947~)의 노래를 주로 들으셨고, 나는 조성모(1977~)와 같은 가요,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룰라의 댄스 장르, 메탈과 팝 등을 듣곤 했다. 그런 경험들이 머릿속에 배경으로 깔려있다가, 기억으로 떠오르거나 작업에 쓸 만하다 싶으면 활용하는 편이다. 대학생과 대학원생 시절 들었던 미학 용어나 개념들을 반 정도만 이해한 채로 작업에 어울린다 싶으면 그것을 내 방식대로 녹여내기도 한다.

 

Q. 연세대학교에서 언론 방송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디자인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현재는 디제이로 활동 중인데, 이전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 분야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이건 어떻게 보면 도전이라기보단 별생각이 없었던 과거의 결과물이다. 음악은 예전부터 하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 음대 입시에 잠깐 도전해봤지만, 실기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 대학 진학 시기에 언론 방송학이면 음악과 그나마 가깝겠다는 생각에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내 적성과는 맞지 않아 학사경고를 두 번씩 받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학과에 영화와 디자인 관련 수업이 있어서 해당 수업을 수강하던 중 재미를 느꼈다. 수업을 담당하시던 교수님을 따라서 디자인 분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것도 새로운 도전이라기 보단 음악은 계속하고 싶은데 졸업 후 취직은 하기 싫고, 생명 연장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선택한 일이다. 다행히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 음악 활동이 잘 풀리면서 계속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슬픔의 케이팝 파티’ 공연 모습/출처: J.E.B 본인 제공

Q. 리믹스한 작업물들을 보면 엔시티(NCT), 에프엑스(F(x))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의 노래가 많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노래를 선택한 이유와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요즘은 다른 기획사들도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2010년대만 해도 새로운 무언가를 던져주는 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밖에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시도하는 것 중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 많았다. 특히 엔시티는 처음 데뷔했을 때 ‘아이돌이 이 정도까지 해도 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엔시티는 노래를 꽉 채우기보다는 비워놓는 것이 많아, 그 빈 곳을 내가 자극적인 요소들로 채워보면 재밌겠다 싶어 리믹스곡으로 많이 선택했다. 이게 무슨 노래냐며 비난받기도 하지만, 독자적인 음악 방향을 추구하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노래가 작업하기에 즐겁다.

 

Q. 홍대 앞 인디공연부터 시작해 이제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마이애미 월드 디제잉 페스티벌, SM타운 콘서트 등 대형 페스티벌과 콘서트의 헤드라이너가 되었다. 본인의 음악적 성장 과정을 돌아보면 어떤가?

A. 일단 뿌듯하다. 어릴 때 처음 음악을 꿈꾸던 시절, ‘나도 저런 몇만 명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이걸 현실에서 이루니 신기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별 감흥이 없다가도, 공연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나 자신이 대단해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품어왔던 꿈을 이룬 지금, 이젠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허전해지고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어쨌든 열다섯 살의 나에게 ‘네가 이룬 것을 봐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2022년 ‘SMTOWN LIVE SUWON’ 공연 모습/출처: J.E.B 본인 제공

Q. 인디음악 또는 EDM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K-POP 매쉬업을 듣고 팬이 된 사람까지 팬층이 굉장히 다양하다.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을 음악으로 아우른 셈인데, 이런 팬들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하다.

A. 우선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 나도 이 수많은 사람이 내 음악을 좋아해 준다는 게 신기하다. K-POP만 듣던 사람이 내 음악을 통해 EDM도 재밌는 장르라는 걸 느끼거나, 인디음악만 듣던 사람들이 K-POP도 다채로운 매력을 가졌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여러 장르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인데,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융합되어 모든 장르를 접하면서 거대한 하나의 음악 공동체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 특히 뿌듯한 것은 대중적인 K-POP을 주로 듣던 사람들이 EDM을 좋아하게 되면서 클럽이나 페스티벌까지 찾아오는 일이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지변을 넓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X 입력.’ 같은 유쾌한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하는데, 워낙 웃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다채롭고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Q. 앞으로의 음악 작업에서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EDM을 2017년부터 손에 잡았으니 5~6년 정도 작업한 셈이다. 페스티벌과 메쉬업(Mesh-up) 작업도 많이 했으니 이젠 내가 더 이상 EDM 장르에서 새롭게 보여줄 것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힘들다 보니 다른 것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메쉬업 대신 나만의 노래를 만들려고 생각 중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하드 댄스 장르 보단 좀 더 범용적인 댄스 음악이나, 요즘 주로 듣고 있는 R&B 또는 인디 록 장르의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J.E.B의 지금 컨셉도 잘 섞으면 녹여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막연하게 생각만 해둔 것이라 향후 결과물의 방향에 따라 컨셉을 잡아볼 계획이다.

 

Q. 뮤지션으로서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A. 궁극적인 목표는 누워서 저작권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음악적으로는 여러 장르를 듣고 살았으니 프로필 사진의 데이빗 보위처럼 언제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계속 시대에 맞춰가는 한편,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물음표와 새로운 느낌을 던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음악으로 풀어내려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뮤지션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끝까지 버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내 음악이 유명해질 때까지 버티는 사람이 뮤지션이 된다. 현실적으로는 음악으로 무언가가 될 수 있을 때까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 등이 필요하다. 음악을 취미로 하다 그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순간에 그 사람은 뮤지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답이 아닌가 싶다. 가장 개인적이고, 내가 좋아하고 확신을 가지는 일이 흔하지 않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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