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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열풍, 우리 모두는 무언가의 ‘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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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틱톡(Tik Tok)과 유튜브(Youtube)를 비롯한 각종 SNS를 뜨겁게 달군 ‘챌린지’가 있다. 바로 ‘최애의 아이’ 챌린지이다. 일본 유명 밴드 요아소비(YOASOBI)가 부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推しの子】)>의 주제가 <아이돌(アイドル)>의 댄스 챌린지로, 유명 아이돌부터 유튜버, 인기 틱톡커까지 누구라 할 것 없이 챌린지에 참여했다. 단순 댄스 챌린지 외에도 아이돌 멤버가 직접 곡을 커버하는 등 해당 노래는 한동안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챌린지를 주도하는 유명 아이돌의 히트곡도 아니고, 갑자기 웬 애니메이션이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현상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은 1년에도 여러 편이 극장에서 개봉하고, 게임,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서는 너도나도 일부 서브컬처(subculture)를 사업 아이템으로 이용하고 있다. 서브컬처의 인기는 과연 언제부터, 어떠한 이유로 시작된 것일까? 근 몇 년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서브컬처(subculture)인 ‘덕후 문화’에 대해 파헤쳐 보자.

▲최애의 아이 챌린지에 참여한 아이돌/출처: (왼쪽부터)LE SSERAFIM, YENA(최예나), (G)I-DLE 공식 틱톡 채널

 

 

[ 덕후 문화, 무시하다가는 큰코다친다 ]

서브컬처란 어떤 사회의 주요한 문화(main culture)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주로 소수파에 속하며 취미성이 강한 문화를 가리킨다. 다양한 분야의 서브컬처가 존재하나, 본지에서는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 게임, 아이돌과 관련된 덕후 문화를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과거에는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 등 서브컬처에 남들보다 깊이 빠진 이를 두고 ‘오타쿠’라 칭하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2019년 진행된 일본 최대 공영방송사 NHK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60%가 자신을 오타쿠라 칭하고 있으며, 여고생의 80% 이상이 오타쿠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서브컬처에 대한 국내 10·20대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지난 6일(월)부터 9일(목)까지 총 4일간 1020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132명 중 54.5%가 덕후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78.8%가 본인을 덕후라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최근 서브컬처 콘텐츠가 유행함에 따라 그에 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들이 집중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분야는 △애니메이션(54.5%) △게임(41.7%) △아이돌(27.3%)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소비하는 주요한 이유로는 △‘여가 시간에 가볍게 보기 좋아서’ △‘행복하고 즐거워서’ △‘비현실적 요소가 주는 짜릿함’ 등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주로 소비하고 있는 A씨(21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9월 8일(금)부터 14일(목)까지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개최된 ‘*원신 2023 가을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A씨는 각종 오프라인 행사 및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Cosplay)에 참여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인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평소 판타지적인 요소를 좋아하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출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잘 표현하고 있어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며 해당 분야를 소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것은 시각적인 경험 외에는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적다. 그에 반해 코스프레, 오프라인 행사와 같은 활동에 참여하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을 만날 수 있으며, 그 경험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라며 적극적인 소비의 이유를 밝혔다. 서브컬처의 국내 인지도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후 OTT 서비스를 통해 서브컬처를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과거에 비해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 같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치솟는 덕후 문화 열풍은 홍대를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다. 지난 2021년, AK플라자 홍대는 개장 3년 만에 대대적인 단장을 하면서 쇼핑몰의 핵심층(5층)을 통째로 오타쿠를 위한 공간, ‘애니메이트’를 비롯한 굿즈샵과 콜라보 카페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이렇게 일찍이 서브컬처의 가치를 알아본 덕에 홍대는 덕후 문화를 포함한 서브컬처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원신 2023 가을 팝업스토어 외부 전경
▲원신 2023 가을 팝업스토어 외부 전경

 

[ 덕후 문화의 산업화, 이제는 주류로 ]

우리가 어떤 분야에 열정적으로 몰두한 이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사용하는 ‘오타쿠’라는 용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오타쿠 문화에 관한 **논문에 따르면, 오타쿠는 본래 히라가나로 ‘당신’의 존칭인 ‘댁(おたく, otaku)’을 뜻하는 2인칭 대명사로서 “댁에 제 안부 좀 전해주세요.”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말을 가타카나로 쓰면 ‘オタク’로 ‘이상한 것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한편, 오타쿠의 실제 어원은 본래 뜻인 ‘댁’이다. 1970년대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에 몰두하던 마니아들이 동호회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서로를 ‘귀댁(お宅)’이라고 불렀고, 도쿄 아키하바라와 같은 전자 상가 등에서 교류할 때 “귀댁은 어떤 건담을 찾으시나요?”라는 대화를 나누며 본격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오타쿠의 경제적 파급력에 주목해 오타쿠 경제학이라는 의미의 ‘오타쿠노믹스(オタクノミクス)’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도쿄무역관은 2021년 초 트렌드 보고서에서 기존에는 일본 현지에서조차 ‘특이한 사람들’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특정한 대상이나 취미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로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서는 오타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분야 소비 규모가 연간 4조 엔(한화로 약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의 오타쿠 문화 소비자 간의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시기 자신의 취미에 집중할 기회가 생겨났고, 취미분야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집안에서 개인이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오타쿠노믹스가 주목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덕후 문화가 형성됐다. 미래가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덕후 문화를 통해 재미를 찾으려는 것이 그 근본적인 심리적 이유다. 기성세대는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캐릭터를 통해 향수를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덕후들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포켓몬빵’, ‘메이플스토리빵’ 그리고 ‘캐릭터 마이키링 3종(포켓몬, 짱구, 산리오)’ 등이 그 사례이다. 『이데일리』의 취재에 따르면, 포켓몬빵은 하루 평균 42만 봉이 팔려나가며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7,000만 개, 메이플스토리빵은 누적 판매량 1,200만 개를 돌파했다. 캐릭터 마이키링은 편의점 대표 인기 과자인 ‘새우깡’과 ‘포카칩’을 제치고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서 교수는 오타쿠노믹스의 확산에 대해 포켓몬빵 열풍 당시 발생한 스티커만 취하고 빵을 버린다든가 하는 비이성적인 소비가 일어나서는 안되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 균형을 잘 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게임 회사 미호요(miHoYo)의 인기작

**이승재,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오타쿠 문화에 미친 영향 연구」, 『애니메이션연구』, 한국애니메이션학회, 2016

 

[ 떠나자, #홍대_오타쿠_투어 ]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덕후 문화가 급부상하면서, 앞서 언급했듯 기존에도 마니아들이 즐겨 찾던 홍대 거리는 서브컬처의 성지가 됐다. 기자는 팝업 스토어부터 전시회, 굿즈 샵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한 본교 일대를 돌아보며 직접 덕후 문화를 체험해 봤다.

 

#오모차랜드 홍대 2호점

홍대 거리 곳곳에 위치한 굿즈샵 중 한 군데에 직접 방문했다. 장르(genre) 구분 없이 진열된 각종 상품은 매장 앞을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기자는 팬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무작위형 뽑기 상품’을 구매해 직접 뽑아보았다. 매장은 열쇠고리부터 포토 카드, 엽서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뽑기 상품으로 팔고 있었다. 적게는 12종부터 많게는 49종까지 각기 다른 캐릭터의 상품이 들어 있는 물품을 구매하고는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었다. ‘과연 단번에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올까?’하고 기대하는 재미가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모차랜드 전경
▲오모차랜드 전경
▲기자들이 직접 구매해본 무작위형 뽑기 상품들
▲기자들이 직접 구매해본 무작위형 뽑기 상품들

 

#AK플라자 홍대

4층: <진격의 거인 展 FINAL in SEOUL>

본 전시는 지난 7월 15일(토)부터 10월 15일(일)까지 AK플라자 홍대 4층 네이처랩스에서 개최된 전시이다.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進撃の巨人)>의 복제 원화전으로, 일본의 5개 도시를 순회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 해외 투어를 거쳐 서울에 상륙했다. 전시는 한 시간 단위로 관람 예약이 가능했으며, 예약 시간에 맞춰 전시관 앞에 줄을 서 기다린 다음 입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는 평일 낮에 방문했음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 천천히 입장해 전시관을 둘러봐야 했다. 원작의 등장인물에 관한 소개와 원화가 함께 실려 있는 구역, 줄거리를 설명하는 영상이 재생되는 구역 등 다양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었다. 한편, 전시관 밖에는 굿즈샵과 촬영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촬영 공간 앞에도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했다.

5층: 애니메이트 서울 홍대점

전시장과 같은 건물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굿즈 샵이다. 각종 애니메이션, 만화 그리고 게임 관련 상품과 서적이 즐비한 이곳에는 평일에도 고객이 끊이지 않았다.

▲▲'진격의 거인 展 FINAL in SEOUL'
▲▲'진격의 거인 展 FINAL in SEOUL'
▲애니메이트의 계산 줄을 기다리는 사람들
▲애니메이트의 계산 줄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벤트 카페

홍대 거리부터 상수역, 합정역에 위치한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많은 ‘이벤트 카페’가 운영된다. 대부분 3일~7일간 열리는 행사로, 특정 장르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여는 행사가 대부분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부터 아이돌, 배우, 프로게이머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 행사로, 카페 내부는 해당 인물과 관련된 그림이나 굿즈가 진열돼 있다. 기자들이 직접 방문한 카페부터 본교 학우들이 방문 후 남긴 추억을 사진으로 전달받았다.

▲만화 '데스노트(DEATH NOTE)'의 캐릭터 생일 카페를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만화 '데스노트(DEATH NOTE)'의 캐릭터 생일 카페를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만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僕のヒーローアカデミア)'의 캐릭터 생일 카페
▲만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僕のヒーローアカデミア)'의 캐릭터 생일 카페

 

대중이 소비하는 서브컬처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를 소비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듣거나,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파생상품을 구매하고, 또는 그 파생상품을 직접 제작·판매하기 위한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서브컬처를 소비하는 과정을 타인과 공유하려 한다는 점이다. 기자가 #홍대_오타쿠_투어를 위해 방문한 오모차랜드에는 ‘굿즈 교환존’이 마련돼 있었고, SNS에서는 여러 생일 카페에 동행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날마다 늘어가는 서브컬처의 인기로 인해 이제는 주류 문화와 비주류 문화의 구분이 흐려지고 있다.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서브컬처 산업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세원 기자(pwq1127@g.hongik.ac.kr)

김한세 기자(C231066@g.hongik.ac.kr)

박정민 기자(c331077@g.hongik.ac.kr)

황혜성 기자(runa4789@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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